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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서안나

노현주 |2008.06.09 09:38
조회 55 |추천 0

 

거실 문을 열고 닫을 때

지상에서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나는 문, 그는 베란다

나는 그의 안에 있고, 그는 나의 밖에 있다

나를 열면 그는 반쯤 내가 된다

나를 닫으면 그는 마술처럼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정작 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 두 눈이 그를 밀어낸 것뿐이다

 

나를 떼어내면

그는 바람 잘 통하는 훌륭한 거실이 된다

그와 나는 사라지고 사랑이라는 바람만 남는다

내가 사라진 것도 세상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사랑의 밖이며 안이다

 

문을 열고 닫는 일

어쩌지 못해 혼자 생각에 잠기는 일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사람을 향해 뻗어가는

퇴화식물 뿌리같은 캄캄한 눈동자

사랑아,

문에 접질려 피멍 든 손가락으로 어디서 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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