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시위에 참여했지만 말그대로 교묘히 도처에 널린 폭력을 요리조리 피해서 촛불드는 모양새만 조금 잡아주고 빠져 나왔던것은 운이 좋았던건지 나빴던건지 판단할 수 가 없다. 시원히 물대포 한번 맞지않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에 갓 올라온 부상자들의 형형한 사진을 보며 나 자신의 용기없음을 책망하는것밖엔 도리가 없었다. 사실은 도저히 21세기 민주사회에서 벌어질 수 없는 형태의 거악을 가까이서 마주하고 내 눈으로 그 잔인성을 확인하고자 했는데,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것은 핑계에 불과한걸지도 모르겠다. 6월 5일날도 언제나 함께하는 사람들과 세종로앞으로 나갔지만 꽤나 굳은 결심을 하고 출발한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경진압의 기미가 없고 평화스런 문화제형식을 띈 시위로 끝이 났음에 털레털레 다시 집으로 향하는 것을 또다시 반복했다.
그리고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6월 8일 새벽, 전경손에 들린 곤봉이 휘둘러지는 대신, 이번엔 시민들의 손에 '쇠파이프'가 등장했다.
진보신당 칼라티비 및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오가며 이를 지켜보던 나는 시민들의 안위나 거세질 전경들의 강제진압보다는 이런 사태를 기다렸다는듯이 조롱할 내일자 조중동 기사가 걱정이 됐으니, 주류에 편입한채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해온 이 세 언론기관에 관한 나의 혐오감은 정말 한계를 넘어선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 서정갑 국민운동본부 본부장이 “촛불집회가 순수성을 잃고 있다”며 “현장에 나가 직접 보니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주도했던 세력, 평택의 미군기지 반대집회를 주도했던 세력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이번 촛불 집회의 배후세력”이라고 9일 말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공권력에 대항하면 현장에서 권총을 발사한다. 반면 우리의 공권력은 너무 물렁해 터졌다”며 “지금 경찰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위수령이라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는 오늘자 조선일보기사를 확인했다.) 계속 반복되는 평화적 시위에 대중이 얼마나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의 관건일거라고 판단한 나의 생각은 일차적인 사고에서 비롯한 오판이었다.
시민이 쇠파이프를 들고, 전경버스를 망가뜨리고, 전경이 시민들에게 오줌이 든 페트병을 던진다던가 하는 물리적 폭력의 사용이 아무렇지않게 느껴질 지점에까지 이르렀다는것은 더이상 비폭력 노선의 촛불집회로서는 극대화된 대중의 분노의 표출을 감당해내기 어렵다는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화염병과 최루탄 연기로 자욱했던 칠팔십년대식 시위가 또다시 답습되어져선 안된다. 전경은 정부측을 대변하는 상징이며 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민의 일원이므로 폭력의 대상이 되어선 안될것이다.
소위 운동권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인지 단순한 프락치인지 그 정체가 불분명한 이들에게 선동되어 뜨겁게 달아오른 감정에 의거한 후 나온 행동들은 사태를 걷잡을수없는 방향으로 치닫게 만들뿐, 전혀 도움될게 없다. 그리고 청와대를 점거하는 것도 이 상황에선 별 효용없는짓이다. 가두시위 행진이 청와대로 향해봤자 노무현이 말햇듯 2mb는 기분만 나빠할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할때까지 어떠한 성질의 시위를 지속해야 하는가.
초반에 촛불문화제라는 이름 여하에 한 마음으로 집결했던 국민들의 구호의 목소리를 다시금 자아내야한다. 그러면 그렇지 하는 냉소를 가장한 허무주의자들과 정부, 조중동에 빌미를 제공하지 말되 나름의 정당성을 획득하여야만 한다.
우리는 유쾌함과 재기발랄함, 넘치는 위트로 무장해야 한다. 유모차부대와 예비군소대들(선뜻 달갑진 않지만 길어지므로 생략), 전병버스를 뒤덮은 패러디성 짙은 불법주차 딱지, 고등학생들의 물총세례 등과 같은 흥미로운 행위들로 좀더 많은 대중의 공감을 유도해내는것도 방법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또 시민들의 이질감을 유발시키는 민중가요를 외치고, 또 함께 하도록 하는 시대착오적 요구는 떨쳐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데려온 젊은 부모들, 보충을 땡땡이치고 나온 학생들, 386세대등 시위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은 매우 다양하다. 혼재해 있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또 거기에 틀에박힌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야하며 시위대 내부의 형질을 규정짓지 말아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던, 거리에 쏟아져 나온 이들은(또 넷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들도) 분명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것과 다름이 없다.
'느슨한'시위는 벌써 몇일이나 계속되고있다. 한달여나 지났을까? 그것은 평화와 폭력이 공존하는 파악이 불가능한 면모를 내비치면서 날로 그 양상이 발전하고있다. 어느 누구도 그 앞날을 예측할 수없는 상황이다. 이런 혼란한 시국에도 2mb는 10조원의 세금을 국민에게 환원한다는 빈곤한 궁여지책으로 민심을 수습하려 하니, 허울뿐인 정책으로 본질을 외면하고 국민을 기만하려는 2mb의 얍실한 잔머리는 더더욱 용서가 안된다. 청와대 추부길 비서관은 시위에 참여하는 대중을 사탄의 무리로 몰기 까지 했다. 여론을 참작하지 못하는 아니, 하지 않는 정부는 드디어 진정한 순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쇠고기파동을 이을 수많은 떡밥들이(공공재 민영화, 의보, 대운하삽질등) 아직 우리에겐 과제처럼 남아있다. 절대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그러니, 즐겁게 하자. 웃고 즐기고 분노하고 투쟁하면서 우리의 권리를 다시 되찾자.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고 뾰족한 대책을 강구할수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회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감으로서 일구어져왔다는, 이명박 정부가 결코 깨닫지 못할 진실을 알고있다. 누군가 말했던것처럼 결국에 세상은 정의로운 쪽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그 진리를 굳건히 믿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