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구 달성군 유가면 집에서 괴한에게 납치된 허은정양(11·초등 6년)이 12일 오후 5시쯤 유가면의 속칭 용박골 8부 능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허양 할아버지의 진술, 동네 중학생의 허위 제보 등에 의존하는 허술한 수사로 일관, 집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버려진 허양을 찾는 데 만 2주를 소비해야 했다.
◇시신 발견 및 경찰수사=대구 달성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전·의경 500여명과 수색견 2마리를 동원, 은정양 집 인근 5㎞ 반경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인 끝에 오후 5시쯤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허양은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8m 계곡 아래 엎드러진 채였고, 심하게 부패돼 있었다. 경찰은 부패 정도로 미뤄 납치된 직후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살해 방법·동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시신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허양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30·40대 남성’의 신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허양 할아버지는 이와 관련, 경찰에서 “지난달 30일 새벽 4시10분쯤 괴한 2명이 침입, ‘한번 맞아봐라’라며 나를 마구 구타했다. 손녀가 이를 말리다 납치됐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그러나 주변 불량배에 의한 납치·살해 및 원한관계에 의한 계획적 범행 등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허점투성이 경찰수사=경찰은 “내가 빌면 은정이는 풀려날 것”이라는 허양 할아버지의 말을 중시, 수사 초기부터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지난 1일엔 “은정이로부터 ‘시내에 있다. 옷을 가지고 와서 만나자’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같은 마을 중학생 자매의 허위 제보를 그대로 믿기까지 했다. 그 바람에 사건 발생 5일째인 지난 3일이 되어서야 앰버경보(실종아동경보)를 발령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사건 발생 첫날부터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더라면 아까운 생명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경찰의 안이한 수사태도를 비난했다.
◇소녀가장의 죽음에 이웃들 ‘눈물’=숨진 허양은 초등학교 4학년인 여동생과 고희(古稀)를 넘긴 할아버지를 모시고 산 소녀가장이었다. 부모는 5~6년 전부터 생활고 등으로 헤어져 각자 따로 살고 있었다. 허양은 면사무소에서 지원하는 월 60만원가량의 생계비로 생활했다. 허양은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그늘진 곳 없이 밝고 명랑했다고 이웃 주민과 학교 친구들은 전했다. 또 전교 부회장을 맡아 학교 일에도 적극적이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담임 권용락 교사는 “은정이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앞장서 해결하는 리더형이었다. 빨래 등 집안일도 잘 하고 동생도 잘 돌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결국엔 또 어린 생명이 죽는구나
경찰들에게 분개한다 너희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괴범 하나 제대로 잡지를 못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