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일 전, 난 급한 숙제를 하러 집 앞 PC방에 들렀다.
우리 동네에서 유일한 금연 PC방.
내부도 깔끔하고, 시끄러운 초딩이 많지 않다는게 장점이다.
고장난 컴퓨터를 고치기 귀찮아 컴퓨터를 PC방에서 하곤 한다.
가끔 들러서 30분 정도, 길게는 3시간까지.
백 일 전, 그 날.
난 사용 요금을 지불하러 카운터에 갔다.
그 곳엔 천사가 내려와 있었다.
얼굴도 희고
눈도 맑고
미소가 아름다운
천사.
2천원 입니다
하고 나를 보며 말하는 목소리도 역시 멋있었다.
마우스를 잡은 희고 긴 손까지.
그를 처음 본 그 날 난 결심했다.
매일 그에게 바나나 우유를 선물하기로.
그 때부터 99일 동안 그가 있는 카운터에 바나나 우유를 올려놨다.
내가 하지 못할 땐 동생을 시켜서라도.
왜, 그 CF 있지 않은가.
빈 바나나 우유통에 꽃을 꽂아서 돌려주는 그 CF.
나도 그런 CF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오늘로 100일 째.
난 카운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우유를 두고
카운터 바로 앞자리에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가 온다.
나의 천사.
그는 바나나 우유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아 오늘도 있네. 이젠 지친다.
먹지도 못하는 걸... 너 먹어라.
또 다른 알바생에게 우유를 주며
자기는 우유 알러지가 있다고 한다.
세상에 내가 그런 생각이나 해봤나?
왜 하필 우유 알러지냐고!
난 백일동안 그에게 죽으라고 독약을 준 것이다.
아~ 내 사랑. 미안해요. 나의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