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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266

강재진 |2008.06.28 19:40
조회 101 |추천 1


 

 

옛 동네를 찾아가 본 사람은 알지.

 

한 때 익숙했던 것이 주는 낯설음.

낯설지도 못한 것들이 주는 서먹함.

 

옆에 누구라도 말을 건낼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낫겠지.

여기 예전엔 만화방이 있었어.

가게 한쪽에선 잡지랑 비디오도 빌려줬고

어? 이 문방구는 진짜 오래된거야, 이름만 바꼈네.

 

하지만 혼자서 그 동네를 지나가게 될 때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어색함 때문에 스스로 걸음이 빨라져버려.

어디를 봐도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흔적.

 

어쩌면 흔적이라는 말이 적용되는 건 마음뿐인지도 몰라.

좋은 글을 써서 좋은 책을 남기고,

좋은 노래를 불러서 좋은 음반을 남기고,

좋은 그림을 그려서 유명한 그림을 남긴다지만..

 

그게 다 뭐람.

누가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으면

이사를 가다가 잃어버리면,

박물관이 불타 버리면 다 없어지는거 아닌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면 그게 끝 아닌가.

 

누가 믿어주겠어.

말끔이 전선이 묻힌 이 자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봇대가 있었던 자리라는 걸,

 

피자 체인점이 들어선 이 자리가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놀던 공터였다는 걸,

 

언젠가는 너를 데리고 이 곳에 와야지.

내 유년 시절도 다 보여줘야지.

다짐했었던 동네라는 걸, 나까지 잊어버리니 누가 알겠어.

 

사랑을 잃고 나는 허무주의자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누구도 나를 따뜻하게 만들지 못하니까요.

옛동네를 찾은 그 기억 조차도,

그래도 단 하나는 믿어야겠죠.

 

이렇게 사람을 쓸쓸하게 만드는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

그러니 사랑은 이 세상에 있다는 것.

 

옛 동네의 하늘 아래서,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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