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나 사랑한다고 했었잖아요."
건이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에서 애써 억누르는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랑한다면서, 기껏 여기까지에요?
내가 한 번 흔들렸다고 그렇게 쉽게 도망치나?
고백을 하면 그저 사랑이란 게 무난히 찾아올 줄 알았어요? 파도 하나 없이 평탄할 줄 알았냐고.
그렇다면 애초에 날 사랑한다고 얘기하지 말았어야지.
당신의 그 정도로는 사랑도 뭣도 아니니까."
진솔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녀는 아플 만큼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래요. 그 정도가 내 폭이에요. 상처받기 싫다고요?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는 사람한테, 마음 들여다보는 일 익숙하지 않다는 사람한테, 내가 왜 전부를 걸어요!"
감정이 폭발해 버린 진솔도 성난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함께 있고 싶었어요. 당신이 웃으면 행복했고, 냉정하게 굴거나 다른 사람 때문에 아파하면 힘들었죠.
당신 가까이 있는 한 두 가지 감정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면,
난, 그저 그런 나날이라도 좋으니 한결같이 평온하게 지내고 싶어요."
건은 말문이 막힌 채 들끓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사랑 할 거에요.
사랑해서 슬프고, 사랑해서 아파 죽을 것 같은 거 말고,
즐거운 사랑 할 거에요.
처음부터 애초에 나만을 봐주는 그런 사랑이요."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랜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