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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에게66 -귀걸이 디자인하는 여자-

송승식 |2008.07.02 00:59
조회 149 |추천 1

- 귀걸이 디자인하는 여자 -





방금 문자 한 통이 도착했어요.

[기억나니? 나 수정이야. 니 연락처 서연이한테 들었어..]

수정이...유난히 영어만 참 잘 하던 친구였어요.

다른 과목은 늘 ‘미 양 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영어만큼은 읽는 것도,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잘 하던 친구였죠.

지금도 영어..잘 하는지 궁금하네요.

내 기억으론 그 때 외국 배구 선수랑 펜팔도 했었어요.

참 독특하고 재밌던 친구였는데...

수정이가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하는 바람에 점점 멀어지다가,

어느새 나이 서른을 넘겨버리고..이제야 연락이 닿았네요.



“수정아..나야..너무 오랜만이다..어떻게 지냈어.?이제 너 학부형 되겠다?”

“그럼..내년에 우리 아들 초등학교 들어가잖니? 넌?”

“난..결혼은 아직 안 했고..주얼리 쇼핑몰 해..디자인도 내가 직접 하고..”



수정이와 거의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근데..참 많은 생각이 드네요.

여자 나이 서른 셋...

고등학교 땐 그래도 다 비슷비슷한 삶을 살았었는데,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면서, 참 다른 빛깔의 삶들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친구는 수정이처럼 결혼해서 엄마가 됐고,

어떤 친구는 잘 나가는 잡지사 편집장이 됐고,

어떤 친구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갑자기 인도로 가 버렸고,

나는 아직도 눈높이에 맞는 남자를 찾아 주말마다 선을 보고..



사실, 저..며칠 전에도 선 봤어요.

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서른다섯이고, 직업은 일식 요리사랑요.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안마시고..

결혼하기엔 괜찮은 남자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내심 연락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사흘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잖아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내가 먼저 맞선 남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답 문자를 눈 동그랗게 뜨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때 수정이 문자가 도착한 거예요.

근데 아직도 맞선남의 답 문자는 도착하질 않고 있습니다.



주문이 들어왔네요.

올 여름에 우리 쇼핑몰에선 이 상품이 히트 상품이에요.

미니 큐빅 볼 귀걸이요.

화이트, 레드, 블루..골고루 반응이 다 좋아요.

그리고 작년엔 바다가 연상되는 파란 크리스탈 귀걸이가 많이 나갔어요.

그 때 사촌 남동생도 자기 여자 친구한테 생일 선물한다고 하나 샀었는데..

그러고 보니까...이 맘 때 여자 친구 생일이었던 같아요.

사촌 동생보다 두 살 많은 연상인데...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겼더라구요.

솔직히 완전 부럽죠.

사촌 동생 말고, 동생 여자 친구요..요즘 연하가 대세라잖아요.



드디어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 오늘은 예약 손님이 많아서 제가 자리를 비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해서 올해만 맞선 남한테 다섯 번째 차이네요.

내가 정말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걸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실망하지 말라고,

귀걸이를 디자인하듯 사랑도 디자인하게 될 날도 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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