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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훈 |2008.07.23 17:57
조회 654 |추천 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개봉 2008, 대한민국, 139분 펑점

아쉬운 놈

 

 

  시작은 이었다.

  칸 필름마켓에서 10개국 판매, 칸 시사회에서 기립박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의 대거 출현, 한국판 웨스턴 무비의 새로운 장을 개척, "디워"를 제외한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 투입 등등 영화 은 그 출발이 화끈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 속의 장면들과 음악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 했고, 점차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는 700개가 넘는 상영관이라는 그래서 '독점', '싹쓸이'이라는 노이즈 마케팅까지 사용하면서 괴물처럼 개봉했다. 그래서 결과는?

 

  이 영화는 가 아니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다. 출발은 제작년 영화 이 1300만의 관객을 끌어들일 때와 맞먹는 수치다. 이대로 간다면 정말 괴물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 은 뒤끝이 약하다. 처럼 탄탄한 이야기가 있지 않다. 이야기가 완벽하지 않다면 처럼 잠깐 흥행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금방 식어갈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야기가 강한 작품이 살아남는다. 대표적인 이준익 감독의 다. 이 작품은 개봉 당시 1000만은커녕 200만도 기대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1200만이라는 엄청난 스코어를 기록했다. 가 가진 이야기의 힘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은 이런 이야기의 힘이 없다. 그래서였을까? 영화는 2시간 20분이라는 엄청난 시간에 짓눌려 다소 지루하고 졸렸다. 심지어는 저 장면이 왜 있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질질 늘어진다. 대표적인 장면은 사막 한가운데 생뚱맞게 있는 아편굴에 송강호가 연기한 태구가 들어가 곤경에 처하는 장면이다. 이야기의 전개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 장면은 영화를 더욱 지루하게 했다. 마지막에 세 명의 결투가 끝난 후에도 영화는 또 다시 질질 시간을 끈다.

 

  뭐 때문에 이 영화는 그렇게 질질 시간을 끌었을까? 감독은 태구에게 정말 미련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라도 태구가 단지 이상한 놈이 아니라 정말 멋진 놈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진정한 무림고수는 그렇게 허허실실 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가? 아니면 어차피 이 놈들은 다 쫓고 쫓기는 그렇고 그런 존재들이다, 멋지게 영화에서는 포장되었지만 어차피 '놈' 들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물론 가 개봉했을 당시 있었던 논쟁에서 나왔던 말처럼 오락영화에서 치밀한 이야기를 꼭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락 영화는 그저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즐겁기만 하면 된다. 굳이 의미있는 주제를 찾을 필요도 없고 탄탄한 이야기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한국인의 정서를 적절하게 자극하는 거리가 영화와 관련되어 있다면 한국인들은 그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 나는 이런 영화 관람 태도가 매우 좋은 태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식한 관람태도니, 집단주의니 하면서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도 하나의 관람태도다. 그렇기에 이 그런 방법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영화는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김치 웨스턴이니 장대한 만주 벌판을 통해 답답한 한국인의 마음을 터뜨리니 하면서 적당한 감정적인 자극을 주고 신나는 음악(Santa Esmeralda가 부른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을 배경으로 포스가 좌르르 흐르는 도원(정우성 분)이 화려한 총질로 일본군을 마구 죽여대는 장면으로 적당히 애국심도 자극하는 등 열심히 영화는 노력했다. 그래서 솔직히 볼만한 장면도 많았다.

 

  그러나 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느끼는 허전함은 아쉬움으로 바뀐다. 이토록 좋은 장치들이 이야기 안에 잘 녹아들어가 있었다면, 그래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올초에 개봉했던 영화 처럼 영화를 보고 나서도 며칠씩 그 가공할 만한 이야기에 온몸에 전율을 느껴야 했던 것처럼 때문에 며칠씩 흥분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아쉬움만큼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놈놈놈"은 칭찬하기가 쉽지가 않다.

 

  놈놈놈

  착한 놈 박도원, 나쁜 놈 박창이, 이상한 윤태구. 이 세 사람은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냈다. 박도원이 좀 그림자 같은 인간이고 그 개성이 잘 나타나지 않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의 총질만큼은 여러 기자들이 말한 것처럼 정말 멋지다. 정우성이 대역없이 그 역할을 했다하니 그의 영화에 대한 열의 또한 놀랍고 그가 그토록 멋지게 달리는 말에서 장총을 쏠 수 있다는 점이 또한 놀랍다.

 

  지독한 살인귀 역할을 잘 해낸 이병헌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의 눈빛 연기는 정말 살벌했다. 거침없는 살인행각과 아무 때나 튀어나오는 폭력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화면에서 눈을 돌리게 할 정도였으니 가히 성공적인 연기라 할만하다. 이병헌, 그의 연기폭이 점차 넓어지고 훌륭한 배우로서 거듭나는 것 같다. 앞으로 그의 연기가 더욱 기대된다.

 

 

  송강호가 연기한 윤태구는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송강호 특유의 코믹연기가 또 한번 빛을 발했다. 그 덕분에 영화 곳곳에 펼쳐져 있는 지루한 장면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왜 송강호는 어느 영화에서나 비스한 코믹 연기를 하는 것일까? 조금씩 성격은 다르지만 코믹한 표정이나 말투는 , , 등에서 보여준 연기와 큰 차이점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송강호는 전체적으로 이 영화에서 꽃이었으면 꽤 괜찮았다.

 

 

  이 영화에서 손 꼽을 만한 장면은 귀시장에서 창이 패거리와 태구, 도원이 한바탕 싸우는 씬과 만주벌판에서 벌어진 대 추격씬이다. 두 장면 모두 도원의 화려한 총질 솜씨가 유난히 빛을 발했다. 정우성 그의 몸은 타고난 멋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귀시장에서 원숭이처럼 줄에 매달려 날아다니면서 장총을 쏘아대는 도원의 모습은 실감나면서도 박진감 넘쳤다. 물론 송강호가 보여준 코믹 액션도 볼만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만주 벌판에서 추격씬과 총격씬 또한 화려한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로 가득 차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다소 길어진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총격과 추격의 액션씬이었다.

 

  이 만약 생각보다 흥행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일 것이다. 그의 전작들 특히 에서 보여준 포스를 에서는 보여주지 못햇다. 그 꽉찬 긴장감과 터질 듯한 흥분이 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오락영화이지만 큰 스케일의 액션이 담긴 영화라면 긴장감과 흥분은 놓쳐서는 안 될 미덕이지 않을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만큼은 "디워"처럼 칭찬받을 일이고 그것만으로도 영화는 가치가 있지만, 김지운이라는 걸출한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참, "놈놈놈"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6년작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라는 작품과 비슷해서 패러디를 했는가 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오마쥬였다. 우리 나리에서는 "속 석양의 무법자"로 개봉되었던 그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한 장면을 비교해 보는 것은 이 가진 몇 안 되는 매력 중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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