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광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심노숭은 사랑한 아내의 제사를 지낸 뒤에 무덤 뒷산을 정성껏 가꾸었다. 잡목과 가시나무를 베어내고 소나무, 잣나무, 삼나무만을 남겨 운치를 돋우었다. 이어서 연연年年이 꽃나무와 삼나무를 심었다. 심노숭의 망실가는 이라는 시에서 절정을 이룬다.
동산에 눈 녹아 시냇물이 흐르는데
봄 그늘 드리운 땅에 아리따운 구름이 떠 있네
중문은 적적하고 후문은 닫혀
대나무 발에는 거미줄과 먼지뿐인데
후원 동쪽 홰나무 고목 아래
실같이 가냘픈 푸른 쑥 새싹이 돋아나네
그대 살았을 때는 해마다 쑥을 삶아
시누 동서 한자리에 모여 기쁘게 웃었네
치마 걷어 올려 허리에 동여매고
손에는 짧은 칼을 들고 쑥을 뜯네
어머니가 나와서 많은지 적은지 저울질하고
그대는 쑥을 또 뜯고 아이가 광주리르 들고 따르네
잠깐 동안에 탕이 되고 밥도 뜸이 들어
북쪽 저자에서 젓갈을 사고 서쪽 시장에서 기름을 사고
문 앞에 어물 장수 왔기에 한 꾸러미 사서
상위에 봄나물과 생선을 낭자하게 차리네
저녁상 앞에 앉아 술 한 잔을 찾으니
그대는 내 흥을 위해 패물 팔아 계집종에게 술 사오라 시키네
동구 앞 신씨네 새 술을 걸렀으니
밥상에 앉아 웃음소리 가득하네
나는 시 한 수를 읊어 천고의 시름을 잊네
지난해 서쪽으로 출타하여
석 달 동안 호수와 산을 구경하며 천리에 놀았네
돌아오니 그대는 병들고 쑥은 시들었구나
그대는 울면서 말하기를 왜 이렇게 늦었느냐?
모든 것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우리네 인생은 하루살이처럼 보잘것없는 것
내가 죽은 뒤에도 내년에는 다시 쑥이 나올 것이니
그 쑥을 보고 저를 생각해주세요.
오늘 우연히 재수씨가 차린 밥상에
부드러운 쑥이 놓여 있기에 목이 메이네
그때 나를 위하여 쑥을 캐던 사람이여
그대의 얼굴에 덮인 흙 위로 쑥이 돋아났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