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명작이라 할까?
아카데미 12 부문에 후보에 올라 9부문에서 수상했을까?
궁금증은 컸지만 기대는 안하기로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사실 이 영화를 보면 기대를 하게 하는 부분은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전쟁으로 연인을 잃은 캐나다 출신의 간호장교(한나)와
비행기 사고로 기억을 잃은 영국 환자(알마시)만 등장 할 뿐이다.
더구나 둘은 서로에 대해 제대로 된 이야기 조차 하지 않는다.
영화는 전쟁을 겪으며 삶을 이어나가는 한나와
과거를 회상하며 삶의 마침점을 향해가는 알마시를 보여줄 뿐이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살아 남았다는 점이랄까?
영화를 다 본후 가장 먼저 생각이 난 것은 카사블랑카 (Casablanca, 1942) 였다.
두 영화 모두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두 사람의 이루어 지지 않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
게다가 여자 주인공은 둘다 남편과 함께인 유부녀...
다만 결론은 다르다.
좀더 현실적이며 지지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다.
카사블랑카는 낭만적이지만 솔직하지 못하다.
사랑하니까 헤어졌다.
솔직히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 중에 하나다.
거짓말 쟁이들
무엇인가 싫어 졌으니까 헤어진거다.
낭만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스스로 위안삼고 만족감이나 얻으라지
뭐... 영화니까 그럴 수도 있구나 했을뿐이다.
사실 영화볼 때 나라면 어떨까? 저럴까? 이렇게 보지는 않는다.
그냥 볼뿐이니까. 끝난후에야 아... 이러고 말지.
이 영화는 솔직하다.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하다.
물론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둘은 육체적 욕망이 아닌 인간의 순수한 본능, 사랑에 빠진다.
그 과정에서 용인될 수 없는 현실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둘은 끝까지 서로를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아름답다.
한가지 더! 한나의 존재 역시 이 영화에서 중요하다.
한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쟁속에서 잃어 간다.
그 때문에 절망에 빠지고 전쟁속에서 한걸음 물러 서서
죽어가는 환자(알마시)를 돌보는 것을 택한다.
순간,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것에서
간호사인 자신이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것보다
마지막이나마 편하게 보내주는데 자신의 역할을 발견한 것 같다.
한나는 살아 남은 사람답게 활동적이며 적극적이다.
어쩌면 전쟁이라는 것은 망각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것 같다.
잊어야 하기때문에...
살아 남은 한나는 금새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누구는 연인이 죽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럴까?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녀의 선택은 자연 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다린다고 죽은 연인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터이다.
살기 위해서, 살아 남기 위해서 선택한 그녀의 사랑은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