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전상서.
군 시절...
아마도 제가 커오면서 마지막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했었던 때인거 같습니다.
아버지.
부끄럽게도 이 세단어에 대해서 그때까진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내가 태어날 때에도 원래 있었던 분.
내가 자라날 때에도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분.
내가 기쁜일이 있을때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이니 같이 축하해주시던 분.
내가 사고를 칠 때에도... 그냥 원래 자리가 내 옆에 계셨으니 해결해주시고 혼 내주시던 분.
내가 너무도 힘이 들어... 술잔에 취해 쓰러져 울고 있을때에도... 그냥 내 옆에 계신 분이기에 내 어깨를 두드리며 힘을 주신 분.
그런 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원래 있었으니 그렇게 원래 있는 분이라고.
내가 원해서 같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친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생각해서 옆에 계신게 아니기에...
난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그냥 이기적이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하고 일을 시작할 때...
아버지는 제게 사회인으로써 필요한 한 마디만 해주셨습니다.
"세상에서 남의 돈은 그냥 먹는게 아니다."
맞습니다. 세상에서 남에게 돈 받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고 하질 않습니까.
전 몰랐습니다.
그당시 전 몰랐습니다.
어린나이에 사회라는 곳에 나와서 남의 돈을 받으면서도... 그냥 돈에 초점을 맞췄을뿐...
돈을 번다는 사실에만 기뻐...
이 돈이 왜 내게 오는지... 이 돈을 받기위해 난 무엇을 하였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전화하시고... 만나 잠시 차에 앉아 있으라 말하시고...
밖으로 나가 직장 후배와 멱살잡이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전 눈이 띄였습니다.
아버지의 실랑이 하는 모습에... 상대방에 대한 분노로 눈이 띄였고...
지금까지 한번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아버지이기에...
사회에서의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와... 그 어깨를 내리지 않기 위해서 있었던 얼마나 많은 노력들이 눈에 보이면...
"혹시나 무슨 일이 잘못될까봐 널 불렀다. 아빠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인지 예전같지않고 겁이 많아져버렸다"라며 허탈히 웃으시는 아버지의 작은 모습에
제 눈안에선... 환한... 아니 번개가 눈 안에서 번쩍이는 그 눈부심에 제 눈은 번쩍 띄였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겨났는지 알게 되고 제 눈은 더욱 환하게 번쩍 띄였습니다.
그리고서...
제게 아버지가 보였습니다.
내 아버지이기에 내가 태어남을 함께 해주시고...
내 아버지이기에 제가 자라남을 그저 흐뭇하게 봐주시며 옆에 있어주셨던 분...
내 아버지이기에... 내가 도둑질을 해도... 깡패짓을 해도... 뒤에서 다 해결해주시며... 무엇이 옳은것인지 알려주셨던 분임을...
내 아버지이기에... 나에게 기쁜일이 생기면... 같이 기뻐해주시며 옆에 계셨던 분임을...
내 아버지이기에... 내가 너무 힘이 들때면... 그 모습을 보는게 안쓰러워... 그 모습을 보는게 같이 힘이 들어... 제 손을 잡아주시며 힘을 주신 분임을...
그 때 보았습니다...
그리고 군 시절...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때... 그래서 나도 죽어야만 하겠다고 다짐아닌 다짐을 했을때...
아버지가 보였습니다.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제 옆에 계신 분이 아닌...
제 아버지이게 지금 제 옆에 계시고... 지금도 저에게 옳은 것이 무엇인지 인지해주시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아버지가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전...그냥 제가 아닌... 아버지의 아들로서 저인데...
이렇게 행동해버리면... 제가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이를 악물도 버텼습니다...
저는 이미 제가 아니니까요... 저는 아버지의 일부이고... 시간이 지나면 제가 아버지를 대신해야하기에...
이정도로 쓰러져버리면... 제가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에 부합하지 않기에...
죽을 각오로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못난 아들이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아버지...
사실 저 지금도 많이 힘이 듭니다...
아버지 품을 나온지... 벌써 15년이 지나고...
가정을 뛰쳐 나온지... 10년 즈음이 되어가는데...
지금이 가장 힘이 든거 같습니다.
남자는 집안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밖으로 내모실때에도...
서럽고 원망스러워도...
지금처럼 힘들진 않았는데...
제 일을... 이젠 제 일을 찾아야 할 시점의 극한에 몰려서인지...
지금은 많이 힘이 듭니다.
아무거나 다 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먼가 꽉 막힌 제 인생에...
그저 답답합니다...
러시아의 소설가는... 20대의 인생은 꽉 막힌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라던데...
그 20대의 막판이기에 더한것인지...
힘이 듭니다.
그래서 흔들렸습니다.
마침 여행도 가고 싶고... 친구도 보고 싶고... 그 쪽에 일도 있다고 하여... 잠시 예전의 일을 잠시 했을뿐인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도 갖고 싶어... 제가 아끼는 것들 잃지 않고 지키고 싶어...
저도 지금... 돈이란게 필요할 거 같아서... 잠시 돈을 쫓았을 뿐 인데...
아버지는 화를 내셨습니다.
제가 일을 해서 받은 급여도 아니고...
가는 길에 잠시 들러 거래를 성사하고... 그 대가로 잠시 용돈받아 생각없이 좋아하던 제게...
그쪽일은 쳐다도보지 말라는 아버지가... 야속하게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힘이 들더라도... 제 일을 찾겠습니다.
그 일이 아버지의 길이기에 제가 가서는 안된다면...
조금 더 힘이 들더라도... 제 길을 찾아서... 제 일에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더 찾아보겠습니다.
괜스런 허영심에 빠져서... 잠시 어리석게 행동한 제 행동이... 부끄럽습니다...
진흙에 굴러도... 행복한 제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섣부른 행동으로 염려를 끼친 제가 아버지의 모습에 해가 되진 않았는지 염려됩니다.
사실 저 이번 여행에서...
나와는 상관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에도 구차해지지 않고 하렴없이 바다와 산만 바라보며... 많이 생각했습니다.
아들은... 지금 아무것도 아니어도... 남들이 모두 손가락질하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제 일을 찾아서... 아버지께 돌아가겠습니다.
이 세상에세... 제 일을 찾았다고... 저 혼자 버텨내서... 꾿꾿히 일어섰다고...
아버지께 당당히 돌아가겠습니다.
아버지.
언제나 저희들에게... 당당한 온화한 미소만 보여주셨듯이...
저 또한 아무리 힘이 든 일이 있더라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언제나 웃음 잃지 않고... 이겨내겠습니다.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온화한 미소만 보이며 제 자리를 찾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요...
지금 힘들어 눈물이 나더라도... 기필코... 제 스스로... 일어나보이겠습니다.
2008.8.16.
담배와 술과 눈물이...필요한 밤입니다.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술을 마실 사람이 필요한 밤이네요.
p.s.
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아직 제 손은...
아버지의 손을 굵기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꼭 아버지만큼 두꺼워진 손을 가지고... 아버지와 술한잔 하면서 다시 비교해보고 싶어요...
그 땐...
아버지 손에 비해 너무나 작은 제 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버지 손만큼 굵어진 손을 가지고 당당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