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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절대악의 등장, 그리고 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김상석 |2008.08.21 15:27
조회 50 |추천 0

 

 

 

영화를 보고 난 감상... 어둡다. 분위기 자체가 어두운 영화이기도 하거니와('어둠의 기사'라는 제목을 보라),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절망감이 들 정도로 어둡다. 글쎄, 히스 레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영화라는 생각이 커서 더 어둡게 느껴지는걸까. 아무튼 시커먼 배트맨의 특수 수트만큼이나 어두운 메시지의 영화다.

 

조커, 절대악의 등장

 

 

이 영화에서 조커는 절대악으로 등장한다. 기존의 악당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돈이라든지) 계획에 따라서 악을 행하지만, 조커는 그렇지 않다. 그의 악행의 목적은 없다. 굳이 찾자면 악 자체랄까. 그냥 아무 이유없이, 악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아니, 자신은 혼돈이라는 그의 말처럼 어쩌면 조커 자신이 악 그 자체인 듯하다. 이런 절대악 조커의 캐릭터는 히스 레져의 연기와 만나면서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브로크백 마운틴>의 순진한 청년이 이토록 극악무도한 싸이코로 변했단 말인가. 새하얀 메이크업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숨기기라도 한 것처럼, 이 영화에서 히스 레저는 사라지고 하나의 조커만이 완전하게 창조된 느낌이다. 어쩌면 히스 레져는 절대악과의 동일시를 넘어 절대악이 되어버린 자신이 두려워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선과 악의 대결 Round 1: '적대적 공범관계'

 

 

하지만 절대악 조커의 등장보다 더 절망적인건 그 악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배트맨이 필요없는 날이 오면 결혼해 달라'는 브루스 웨인/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의 청혼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거절한 레이첼 도스(매기 질렌할 분)의 말은 그런 생각에 쐐기를 박는다. 그러나 영화는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 조커는 비웃는다. "나는 널 죽이지 않을 것이다. 배트맨이 없으면 누구하고 노나? 그리고 너 또한 나를 죽이지 못할 것이다." 뭐랄까, '선과 악의 적대적 공범관계'랄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악당' 조커의 존재 원인을 '영웅' 배트맨에서 찾고, 그 반대의 경우도 또한 가능케 함으로써 기존의 대립적인 선악관에 의문을 제기한다. 선과의 대결 속에서 악은 오히려 힘을 얻어 미쳐 날뛴다(배트맨을 잡기 위해서 시민을 죽이는 조커). 선도 역시 그런 악을 없애려고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존재 원인이 있기에 악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는듯, 배트맨은 조커를 죽이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조커의 말마따나 그 알량한 정의감 때문에!! 악을 처단하는 것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단 말인가? 조커에게 영웅의 그 잘난 정의감이나 공공윤리 또는 사법체계는 한낫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배트맨도 공권력의 사법체계를 불신하는건 마찬가지 아닌가. "배트맨, 너도 나처럼 별종(freak)에 불과해."

 

선과 악의 대결 Round 2: 투 페이스

 

 

그런데 감독과 조커는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다.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 하비 덴트를 복수심에 불타는 또다른 별종 투페이스(아론 에크하트 분)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악이 전염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악당들과 공생하는 부패경찰들과 자신이 살기 위해서 (그들이 죄수라는 이유로) 타인을 몰살시키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악은 도처에 존재하며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무서운 교훈을 주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절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Why so serious?: 우리 시대의 묵시록, 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안그래도 영화도 어두운데, 감상까지 어둡고 냉소적으로 썼다. 물론 감독이 선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건 아니다. 스스로 희생양이 되고자 한 죄수들과 결국은 기폭장치를 못누른 시민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배트맨은 언제든 나타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어둠의 기사(the dark knight)가 될 것'이라는 고든 형사(게리 올드만 분)의 마지막 대사에서 선에 대한 인류의 강한 의지와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긴 해도, 어디선가 여전히, 하얀 메이크업을 뒤집어쓴 조커가 우리의 노력을 비웃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하긴, 사라지지 않으니까 절대악이지. "나를 없애겠다구? 웃기지마. 내가 없어지면 너희들은 혼란에 빠질걸? 그럼 세상에 선이 존재할 이유가 없애질테니까. 하하하!!"

 

ps 1. 아이맥스로 봤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추격씬은 물론이고, 영화 전체의 영상이 아주 끝내주더군.

 

ps 2. 히스 레저, 다시 봤다. 크레딧에 'Heath Ledger'라고 쓸 필요도 없다. 그냥 조커가 영화에 출연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다시 볼 수가 없게 됐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가면서 조커를 창조해낸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Rest in peace, Mr. Ledger.

 

ps 3. 나는 전작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고든이 게리 올드만인줄 몰랐다. 이 사람도 진짜 배우다. 지금껏 비열한 역할만 잘하는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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