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러기야 나만 쏙 빼고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커피 마시고 서운해."
언제나 그렇듯 눈치 없는 동석이 나타나 또 다시 눈치 없는 말로 세 사람의 분위기를 깨놓
았다. 그래도 그 세 사람 중에 그런 동석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이가 있었다. 동민...
'에휴 저 눈치 없는 놈. 그래도... 오늘은 고맙네. 훗'
동민은 어색한 분위기도 눈치 채지 못하며 종이컵을 집어 들고 있는 동석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런데...
"야... 이렇게 네 사람이 모여 있으니깐... 꼭 가족이 다 모인 것 같은 기분이다. 안 그러냐?
동민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동석이 세 사람을 둘러보고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동민은 그런 동
석을 아주 무시해 버렸고 승희와 미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속으로는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에휴.. 그럼 그렇지. 저 둔치가 어디 가냐?!'
'가.. 족?!.. 흥.'
'훗 무시하고... 이용해 먹는 그런 가족들도 있나?! 가족 같은 소리하고 있어 증말...'
여전히 동민과 승희 미진은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동석만이 실실 거리며 커피를 홀짝거렸다.
조금 뒤 감독과 스텝들까지 미진이 준비해온 커피를 마시고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동민
은 머리와 화장까지 다시 손을 보고는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은 다른 배우들의 촬영이었기
때문에... 동민은 촬영을 지켜보면서도 머릿속은 승희에게 가 있었다. 겉옷을 입고 있는 동
민이었는데도 추위가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 승희가 마음에 걸렸다. 동민은 살며시
승희를 돌아보았다. 아까 와는 틀리게 추위를 느끼는지 조금은 움츠리고 있었다.
'에휴.. 저 바보. 추우면 차에 가서 아무거나 하나 걸치고 있으면 되지... 아니다 미진이라면
모를까 저 밥팅은...'
그런 생각으로 동민은 함께 일을 하는 동안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서슴없이 행동했
던 미진에게로 시선을 옮겨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얇은 투피스를 입고 왔던 미진의 몸에는
자신이 편하게 입고 다니는 잠바가 걸쳐져 있었다. 동민은 다시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인 곳으
로 시선을 옮겼다.
"엔지!... 거 얼굴 좀 더 펴봐 어?! 그렇게 어정쩡한 표정으로는 맞힐 수가 없다고... 자 다시
들어갑시다."
추위 때문인지 아직은 얼굴들이 풀리지 않은 배우들이었고 그러다 보니 자꾸 엔지가 나고
있었다.
'휴 저 신은 좀 긴데... 저렇게 엔지를 내면...'
그 순간 동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던 모직남방을 벗었다. 그
리고 '승희야! 이거 라도 입고 있어. 지금보다는 따뜻할 거야.' 라고 동민은 말하려고 했다.
아니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승희야! 이거... 좀 가지고 있어. 아무래도.. 바람 좀 쐬어야지 안 되겠다. 커피를 마셨는데
도 자꾸... 졸리다."
'이게 아닌데...'
갑자기 일어난 자신의 행동이 이상했는지 옆에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로
쏠렸던 것이다. 동석 미진 승희... 동민은 그런 그들의 시선에 잠시 당황했고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 버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어.. 그거 구겨지면 안 되니깐 네가 걸치고 있어."
'젠장...'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자신을 보고 있던 승희는 자신이 옷을 내밀자 조금은 황당해 하며 옷
을 받아드는 것 같았고 그 옷을 그냥 팔에 살며시 접어서 걸어놓고만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래서 또다시 한심하다 할 정도에 말을 꺼내서 그녀의 몸에 옷을 걸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참... 이런 바람에 졸음이라니... 그리고 구겨져 봤자 얼마나 구겨진다고... 난 왜 이렇게 말
주변이 없지?!... 아니면 머리가 나쁜 건가?! 에이 모르겠다... 잘했어.. 잘 한거야. 동석이 놈
하고 미진이가 있는데... 잘 한거야... 에효.'
동민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는 자신에게는 없는 말주변에 대해 한탄 아
닌 한탄을 하며 작게 한숨을 내 쉬었다. 동석과 미진 승희는 의아했다. 아무리 좀 늦은 시간
이라 해도 그렇지 늦가을에 불어대는 그것도 이 차가운 강바람에.. 졸음이라니... 세 사람은
한 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쫙 펴고 의자에 앉아 있는 동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세 사람에 시선을 의식했는지 정말 졸음이라도 쫓을 사람처럼 몸을 폈다 움츠렸다하
는 동민의 제스처가 보여 졌다. 어색하면서도 부자연스런 동민의 제스처가...
'참.. 저 자식 둔한 건 알았어도 저 정도인지는 몰랐네... 근데... 왜 이렇게 뭔가가 찜찜하다는
느낌이 들지...'
동석은 그런 생각으로 동민을 잠시 더 보다가 자신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
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승희는...
'저 곰탱이가 왜 저러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 보이는데... 훗 뭐 어찌 됐건 나한텐 좋은
거지 뭐... 안 그래도 추웠는데...'
그런 생각으로 동민을 잠시 더 보고 있다 동민이 건넨 옷을 걸쳤다. 그런데 느낌이 묘했다.
옷에서 풍기는 그의 스킨 냄새가 진한 향기로 그녀에게 들어왔던 것이다. 그와 가까이 있을
때에도 어렴풋이 맡아 보았던 그의 냄새... 그때는 몰랐었다. 동민의 스킨 냄새가 이렇게 좋
았는지... 하지만 지금 순간만은 코를 묻고 한껏 맡아 보고 싶을 정도로 그의 냄새가 좋았다.
마치 그에게 둘러 싸여 있는 것처럼... 승희의 얼굴이 한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걸 느낀
승희는 얼른 바람이 부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바람으로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식히기 위해서... 다행이도 그녀가 있는 곳은 어두웠기 때문에 빨갛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질투 어린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는 사람은 있었다. 미진... 미
진은 알고 있었다. 동민이 그녀를 생각해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갖다 붙이면서 자신의 추위 따윈 아랑곳없는 듯 그렇게 그녀를 위해 옷을 벗어 주었다는 것
을... 미진은 바람을 맞으며 숨을 크게 쉬고 있는 승희를 보며 다시금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이 유치한 방법으로는...'
미진은 서연이 때를 생각하며 싸늘한 표정으로 입슬을 깨물었다. 그리고 이런 세사람의 생각
들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동민은 춥지 않다는 듯 애써 몸과 눈에 힘을 주고 앉아서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아.. 춥지 않다. 춥지 않다. 춥지 않다... 춥다...'
"오케이!... 자 다음 신 준비."
감독의 말이 떨어졌다. 동민은 대충 대본을 한번 훑어보고는 조명 아래로 가서 섰다. 그리
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잠시 뒤...
"잠깐... 동민씨 뭔가 좀 이상한데?! 아까하고... 뭔가가 좀 빠진 것 같은 느낌이야."
감독의 말이었다.
동민은 혹시라도 자신이 대사에서 실수를 했나 하고 대본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다시금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대사에서 말고?! 거참.. 어떤 거라고 딱 꼬집어 말을 할 수가 없으니... 아까하고.. 그
림이 안 맞아."
"네?!"
동민은 감독의 혼잣말 하는 소리까지 다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훑어보았다.
'아.. 옷!'
동민은 그때서야 생각이 나서는 승희를 돌아보았다. 승희도 그때까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으.. 아무래도 총대는 내가 메야 되겠군. 어차피 내가 저질러 놓은 일이니깐...'
"잠시 만요. 감독님! .. 제가 좀 졸려서요. 옷을 벗어 놨거든요. 죄송합니다. 잠시 만요..."
동민은 승희가 들을 수 있을 만큼의 큰소리로 감독에게 말하곤 승희를 다시 돌아보았다. 그
때서야 승희도 알게 되었는지 헐레벌떡 옷을 벗어 들고는 자신에게 왔다. 동민은 자신에게
옷을 건네는 승희를 보며 살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미안하다는 듯한 웃음. 하지만 그의 웃음
은 좀 멍청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승희는 갑자기 들리는 감독의 말에 당황했
다. 뭐가 빠졌다는 소리는 코디인 자신이 빠트렸다는 소리나 다름없는 소리였다. 승희는 열심
이 동민을 훑어보았다. 자신의 눈에는 아무것도 빠진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잠시 있다 동
민이 감독에게 큰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고 그때서야 무엇이 빠졌는지 알게 되었다.
'아! 옷!'
승희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을 만큼 재빠르게 옷을 벗어서는 동민에게 갔다. 그리고 옷을
건네주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을 뻔 했다. 동민의 표정 때문에... 하지만 많은 사람들
이 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자신도 어설프게 동민에게 살며시 웃어 주고는 다시 제 자
리로 돌아왔다. 그리곤 그때서야 피식피식 혼자서 웃어댔다. 좀 전에 동민의 표정은 도저히
그의 얼굴에서 나왔다 할 수 없을 정도의 그런 표정이었던 것이다.
'풋흣.. 어떻게 저 얼굴에서 그런 표정이 나올 수 있지?! 풋 정말 웃기다...'
승희는 그런 생각으로 웃느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쏘아보며 이를
갈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을...
미진의 표정은 섬뜩할 정도였다. 미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 감싸려는 동민 때
문에도 참을 수가 없었고 뭐가 그리 좋은지 피식피식 웃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꾹꾹 눌
러 두었던 그 무엇인가가 자꾸 치솟아 올라 이젠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차 승희. 너! 이 세계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 주겠어...'
미진은 모르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내면은 질투의 화신에게 정복당한 뒤라는 것을... 그리고
승희를 보고 있는 자신의 눈은 질투로 인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
헤헤 송꾸락임다. 안녕하셨는지요?
좀 더 재밌는 내용으로 올리려고 하니 자꾸
유치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슴다. ㅎㅎㅎ
이해해 주십쇼... 그럼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라면서...
전 이만 물러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