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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 열정으로 달렸던 유럽 자전거 여행

정태일 |2008.09.18 20:49
조회 87 |추천 1
[생활속에서] 열정으로 달렸던 유럽 자전거 여행 [포커스신문사 | 2008-09-18 10:48:05]   ▲정태일(직장인)

내가 스물아홉살 때 일이다. 대학 졸업과 군대 근무를 마치고 난 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지내고 있었다. 무엇을 할지 어렴풋하게나마 찾으면 내가 가진 재능이 너무 적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오곤 했다. 그렇게 남들처럼 이곳저곳 취업문을 두드리면서 나이만 먹었다. 그때 아버지께서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했던 당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내친김에 유럽으로 떠나는 자전거 여행을 준비했다.
 
일단 마음을 먹자 준비할 것이 많았다. 여행책자들과 인터넷 카페를 활용하여 유럽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계획도 세웠다. 그리고 일주일 후 나는 프랑스로 날아갔다. 파리 시내를 혼자 자전거로 활보하는 것은 상상보다 100배는 더 신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가이드북을 들고 불안하게 움직였지만 젊은 심장은 금방 낯선 곳에 익숙해졌다. 물론 노트르담 성당을 찾아가다가 몇번이나 길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길을 헤매는 것조차 유쾌했다. 나는 핸들이 가는 대로 마구 페달을 밟았다. 무언가를 꼭 봐야 한다는 의무감 따위는 없었다. 여기만은 꼭 가야 한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나는 화장기 없는 파리의 맨얼굴을 매만졌다. 그 누구도 나와 같은 여행을 하지 못하리라 장담하며 파리 골목을 누볐다. 파리 시내를 벗어나 스페인으로 향하는 국도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황량하게 펼쳐진 옥수수밭이 뜨거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기차를 타고 가라는 파리지안의 말을 뒤로 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200km가 넘는 먼길을 달려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었없다.

조금은 무모했던 64일간의 유럽자전거 여행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왔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자전거 여행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겨우 깨달았을 뿐이다. 하지만 “성공이란 목적지를 향해 꾸준하게 페달을 밟아가는 것”이라는 소중한 사실을 깨달았으니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게으름과 핑계가 나를 괴롭힐 때, 나는 유럽을 떠올릴 것이다. 그곳에서 흘린 땀방울을 추억하면서.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 마음속엔 누구나 열정의 자전거 한대쯤은 품고 사는 법이라고. 이젠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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