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편적 현상들-판단의 지표
158년의 역사를 지닌 리만브라더스 파산, 130개국에서 영업중인 미보험회사 AIG 반국유화, JPMorgan 의 미국 4대 소매은행 Washington Mutual 합병인수, Citi 의 Wachovia 합병인수(진행중), 벨기엘 정부의 Fortis 자금지원, 영국 정부의 Bradford&Bingley 재정지원 및 다수금융기관 반국유화, 미의회의 7000억 달러($700bn) Tarp(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법안 통과, 한국 코스피지수 1300 이하 급락, 미국 다우지수 10000 이하 하락, 아이슬란드 국가파산위기 그리고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들이 일분일초 단위로 발생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전문적으로 설명하자면, 지주사 체제(holdings)로 운영되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달리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은 많은 부분에서 규제영역 밖에 있었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주택연계증권(mortgage-backed security)은 FT 칼럼니스트 John Kay의 말처럼 "시장에 아예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투자은행의 욕심가득한 무리한 증권화(securitization)가 세계신용경색 및 금융위기초래에 크게 기여했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자금유동성위기가 찾아왔고 자금이 부족한 은행들은 파산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심리"의 역할도 아주 중요한데 투자심리, 소비심리 등이 동시에 위축되면서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위기로 번져나가고 있다.
2. 세계금융위기가 밝혀준 우리의 삶
경제는 단순히 "돈과 관련된 삶의 영역"의 의미를 넘어 한 사회와 시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암시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세계화"라는 슬로건 아래 서로의 경제, 정치, 문화적 영역을 통합시켜왔다. 특히 경제적 통합의 중심가치는 시장주의(market system), 특히 주주의 이해를 중요시하는 영미자본주의(Anglo-American capitalism)를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공산주의 중국도 경제는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에 근거하는 시장주의에 맡겼다. 저부가가치의 노동집약적 산업은 동유럽,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아웃소싱 되었고, 선진국은 자본집약적 산업에 치중해왔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소비를 통해 지탱되었고, 중국은 값싼 공산품 수출을 통해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inflation)을 낮추는데 일조했다. 이러한 수출에 힘입어 중국은 현재 2조 달러($2000bn)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다.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대표적 경제체제인 영미자본주의는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각국의 경제시스템에 강한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모두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한 경제체제에 심각한 오류가 발견됐고, 이 것이 이번 금융위기로 표출된 것이다.
중앙정부가 존재하는 개별국가의 발전과 달리, 세계화는 각국의 경제활동 참여자, 기업, 기관에 의해 진행되어왔고 이를 총체적으로 감독/감시하는 통치체계가 부재했다. 세계화가 깊숙히 진행될수록 범정부적 총체적 대응이 요구되어 왔지만 현대의 세계화에 걸맞는 범정부적 정체를 가진 기관의 출현은 나타나지 않았다. UN, IMF, World Bank, OECD 등 범정부적 특성을 지니는 기관들이 있지만 이들에게 부여된 법적권한 및 명확한 역할정의의 부재로 인해 이들의 역할은 미미했다. 2008년 10월 세계금융위기의 주목할 만한 점은 모든 위기에 각국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세계적 금융위기는 시장에의 확대된 정부역할을 초래했으며 또한 시장과 정부의 역학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실패, 즉 시장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태의 해결을 주도했으며 이는 "작은정부" 지지자들의 주장을 약화시켰다.
이번 세계금융위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그리고 살아갈 시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각국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영역이 얼마나 조밀하고 정교하게 연결되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범정부적 통치체계의 부재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또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이 부상하고 있으며 조금씩 변화하는 국제역학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경제이념적으로는, 영미주주자본주의가 그 모멘텀을 잃고 사회주의가 힘을 얻고 있으며 중국의 정치경제모델(반드시 시장주의가 민주주의와 연관되는 것은 아니며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시장주의의 도입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이념)도 아프리카의 비슷한 정치적/경제적 상황하에 있는 국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3. 한국과 세계화
일부 한국인에게는 인정하기 힘든 사실이 될 수 있겠지만, 이제 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한국을 앞질러나가고 있으며, 중국은 한국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플레이어다. 한국에만 머물러 있다면 알 수 없지만 세계로 나와 다양한 국적의 이들과 함께 맞대고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분명 느낄 수 있다. 세계정치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한국보다 크고, 군사적인 면에서도, 경제적 규모에서도 그러하다. 물론 중국은 국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도 안고 있다. 보건, 환경, 종교, 정치, 기아문제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국가적 의제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은 공산주의 아래 강력하게 통합된 정치체제를 가지고 국가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이번 세계금융위기는 미국 일원주의의 한계를 노출했고, 앞으로 다가올 다원주의의 시발점을 암시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세계정치의 다극중 한 축은 분명 중국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대에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먼저 이러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것이다. 타국에 대한 근거없는 감정에 기반한 비난은 어떠한 생산적 결과도 낼 수 없으며 이는 서로에게 부정적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가끔 한국에 관련된 경제, 정치, 문화적 뉴스를 접하기 위해 인터넷에 들어가면 대부분 부정적 댓글이 올라와 있음을 보고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건전한 비판은 건강한 사회를 위한 필요양분이지만, 비이성적인 감정의 비난은 비난을 낳고 부정적 에너지만을 퍼뜨릴 뿐이다. 물론 인터넷 댓글이 한국사회 전체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부정적 에너지의 파급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수출지향적 경제모델을 가지고 발전해왔다. 자원빈국인 한국은 지금까지 우수한 인적자원을 줄곧 잘 활용해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다. 수출지향적 경제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생산/수출 못지 않게 외환운용능력도 중요하다. 나는 우리나라가 물품의 생산/수출에는 뛰어났으나 외환운용능력은 이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1997년 IMF 체제하에 들어간 이유도 외환보유고가 바닥나서 채무불이행의 사태가 닥쳤기 때문이고 지금도 우리경제는 원-달러 환율에 아주 민감하다. 아쉬운 것은 1997년 IMF 사태이후 외환운용 및 관리능력에 대한 수준제고 및 국가적 차원의 꾸준한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금융시장이 영미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많이 뒤쳐져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출역량은 금융발전을 통해 더욱 크게 발전할 수 있고 더욱 안정되고 수준높은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
4. 한국 청년의 삶과 세계금융위기가 지니는 연관성
우리가 왜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가 한국의 주식하락 및 환율상승, 그리고 이에 따른 물가상승을 일으키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볼 수 없다면, 우리 사회는 또 침략 당할 수 밖에 없고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사회는 경제전 만으로도 한 국가를 종속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힘들고, 한국경제가 힘든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혜안과 지혜를 추구하며 묵묵히 휩쓸리지 않고 책임을 다해 걸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 청년들이 추구해야 할 삶이다. 다양한 형태와 모양으로 삶을 살아나갈지라도, 책임을 다하는 것과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은 우리 모든 청년의 삶이 품어야 할 가치이다.
지금 우리 청년이 마주하는 의제는 참 많다. 일본과의 독도영토문제, 중국과의 영토문제, 세계화에의 적응, 지속적인 경제발전, 환경문제, 통일, 지속적인 국방개혁 등등 불과 수십년 뒤 우리 세대가 각자의 영역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지키고, 알리고,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오늘의 이러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서 배움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부정성에 휩싸여 타인 탓만 하며 삶을 살아간다면 이 얼마나 아쉽고 부끄러운 일인가. 아름답고 순수하며 수많은 가능성의 젊음이 소모적으로 증발해버린 것이니. 늘 가능성을 열어두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자신의 삶을 성실하고 의미있게 가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자살이 난무하고, 허무가 사회를 장악할 때일수록 자신의 가치와 의미에 따라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진정 용기있는 자는 삶을 인위적으로 끊은 자가 아니라, 끝까지 부딪치며 살아가는 자이다.
20081007 미국 앤아버, 11층 아파트 거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