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내 심장엔 그녀뿐이에요.
그녀가 등을 보이며 점점 멀어져갔던 그 날..
아직도 그 날이 생생히 기억나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던 10월의 어느 날,
까만 색 목도리를 두르고 나왔던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땅을 내려다보며..
머뭇머뭇 했던 말..
“고마워..그래서 미안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이 그렇게 슬픈 말인지
그 날 처음 알았어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동자가 촉촉이 젖어가는 나에게
그녀가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했던 말도 기억나요.
“유명해져서..아주..아주
유명해져서..나한테 복수해 줘..”
그녀의 작은 손바닥 안엔
처음 내가 그녀에게 주었던 은반지가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그녀는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소박한 삶을 꿈꾸는 그녀와는 달리,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만들고 싶었던 꿈을
사위를 통해 이루고 싶어 하셨어요.
그러니 글을 쓰며 살아가겠다는
나를 사윗감으로 인정할 수 없으셨겠죠.
그렇게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글을 썼어요.
그리고 한 달 전쯤 수필집 한 권을 냈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찍어왔던 사진들과 함께
사랑에 관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한 책인데,
반응이 꽤 괜찮아요.
그래서 지난주엔 베스트셀러 20위까지 올랐습니다.
근데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세워져 있는 내 책을 발견한 순간,
제일 먼저 그녀가 떠올랐거든요.
슬프게도 그녀를 빼고 나니..자랑하고 싶은 사람도,
함께 축하주를 마시고 싶은 사람도 떠오르질 않더라구요.
오늘도 서점에 나왔어요.
한 소설가가 팬 사인회를 하고 있습니다.
펜 사인회하는 옆을 지나 내 책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어요.
내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고맙고 신기해요.
지금도 한 커플이 내 책을 주루룩~
넘겨보며 얘길 나누고 있습니다.
여자가 읽어봤는데 좋다며 남자친구한테
선물을 해 주겠다고 하고 있어요.
나도 그녀에게 이 책을 선물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부디 그녀가 내 책을 발견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때가 되면 놓게 될 거라고,
그리움이 구두 굽처럼 다 닳아버리는 날이 올 거라
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