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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쓴 경제사] 폭탄처럼 도는 자산거품

정오균 |2008.10.29 20:36
조회 68 |추천 0
커지기도 터지기도 쉽다…고통을 이겨내긴 어렵다

 

 

     흔히 거품(bubble)이라고 하면 비누 거품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영어로 bubble gum(버블껌)은 우리의 풍선껌을 말하기도 합니다. 버블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쉽게 커지고 쉽게 터진다는 것이 아닐까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버블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이 정상적인 가치 이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산시장의 버블도 결국 터진다는 속성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장의 대형 거품은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발생했다가 터졌고 그때마다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왔습니다.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 이야기는 잘 아시죠.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와 최근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미시시피 버블

= 1719년 프랑스 금융회사인 미시시피는 프랑스 정부의 부채를 대신 지불하는 조건으로 프랑스의 미국 식민지였던 루이지애나(당시 미국 남부의 절반에 이르는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얻었습니다. 미시시피사는 정부채권 소유자들에게 돈을 갚는 대신 자사의 주식을 대신 지급했습니다.

또 정부 채무를 추가로 인수하면서 정부로부터 담배 독점권을 획득하고 유럽 이외 지역에 대한 대외무역도 독점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화폐주조권, 세금징수권과 같은 특별한 이권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채무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은 주식 발행을 늘려서 충당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회사의 이권이 엄청난 것을 보고 투자를 확대했으며 이에 따라 주가는 급등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고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무려 3만명 이상이 파리로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이 거품은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을 현금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붕괴되었습니다.

◆ 철도 버블

= 철도 버블은 영국에서 철도 부설과 더불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철도는 오늘날의 인터넷에 버금갈 정도의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1830년대 들어 철도와 관련된 기업의 설립이 붐을 이루었고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도 급증했습니다.

수많은 철도회사가 설립되었는데 설립자들은 주식의 소량만을 유통시켜 주가 상승을 유도했고 허위과장 기사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현혹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엄청난 차익을 챙겼던 것입니다.

영국 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영국에서 2000파운드 이상 철도 주식을 청약한 투기꾼이 2만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리즈'라는 지역에는 증권거래소가 3개나 들어섰으며 3000여 명 주식중개인이 활동했다고 합니다.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었던 윌리엄 워즈워스는 철도 투기에 대해 "이 나라는 철도 투기에 미친 사람들이 수용된 거대한 정신병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버블은 1845년 더 이상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 것을 본 투자자들이 철도 관련 주식을 투매하면서 붕괴되었습니다.

◆ 1990년대 말 IT 버블

= 1990년대 말은 '벤처'라는 이름만 가져다 붙이면 투자자들이 몰려들던 시기였습니다. IT 전문가들이 무엇이든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었고 벤처로 큰돈을 버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멀쩡한 직장을 떠나 벤처기업으로 옮기는 일도 많았습니다.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주가는 1년 사이에 10배나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불던 광풍이었습니다. 닷컴 열풍이 극에 달한 2000년에는 수십 개 닷컴 기업이 30초에 수백만 달러나 하는 슈퍼볼 광고에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짧은 기간에 기업을 알리겠다는 욕심에 따른 것으로 매출이 100만달러에 불과한 어떤 기업은 슈퍼볼 광고에 400만달러를 쏟아 부은 일도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의 회수와 이익 실현이 늦어지고 실제로 일부 인터넷기업이 도산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는데 이에 따라 2000년 4월부터 닷컴기업들의 주가는 대폭락했습니다.

◆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 붕괴

= 서브프라임 사태라고 많이 들어보셨죠. 제대로 말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입니다. 영어로 서브프라임은 프라임(우량)에 못 미친다는 뜻이니까 비우량이란 의미인데 여기서는 신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지칭합니다.

모기지는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대출을 말합니다. 따라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기로 하고 빌려주는 대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대규모로 부실화되면서 은행 등의 손실이 늘어나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하자 주택건설업자들은 과도한 주택 물량을 공급했습니다.

사람들은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을 보고 투기 목적으로 집을 샀고 게다가 집값의 대부분을 자기 돈이 아닌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지불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늘면서 집값이 더욱 상승하게 되고 주택시장에 거품이 발생한 것이죠.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금리가 오르자 대출이자와 원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 차입자들이 집을 팔기 시작하면서 주택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거품이 꺼진 것이죠. 대출받았던 사람들이 대출을 못 갚게 되니까 은행들의 손실이 늘어나고 심하면 파산하기도 했습니다.

주택대출을 하라고 은행에 돈을 빌려준 사람들도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 금융시장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결국 그 누구도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 거품 알아채기

= 버블이 발생하면 피해자도 많이 생기지만 버블을 부추기는 세력도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버블이 터지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고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거품을 '시한폭탄 돌리기'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언젠가는 터질 것을 알지만 터지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만 있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죠.

다른 사람에게 폭탄을 넘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주식, 이 부동산의 가치가 앞으로도 더 상승할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야겠지요? 이런 행동들이 거품을 더욱 커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폭탄을 마지막까지 들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이 피해를 다 뒤집어쓰게 되고 심할 경우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거품은 터진 다음에야 그것이 거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거품은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품 붕괴의 조짐을 보여주는 단서들이 있기는 합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는 구두닦이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가지고 있던 주식을 다 팔아치웠다고 합니다. 구두닦이까지 주식에 투자할 정도면 더 이상 주식을 살 사람이 없다고 본 것이죠.

비슷한 이야기로 지난해에는 중국 증권사 객장에 스님이 나타났다는 뉴스가 있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증권사 객장에 아이를 업은 엄마들이 나타났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거의 모든 사람이 투자에 나설 정도면 거품 붕괴가 가까워진 것입니다.

세계 제1의 부자이자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한창 IT 열풍이 불 때 닷컴기업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없는 종목은 아무리 주가 전망이 좋아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자산에 대해 남들이 하는 말만 믿고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파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버블은 더 이상 위험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출처] 매일경제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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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yworld.com/gaon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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