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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이장미 |2008.10.30 13:30
조회 10,501 |추천 526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전화로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랑은 또 다른 마음이지.

그러니까 대화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네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 너한테 편지를 쓰고 싶다는 거야.

넌 그냥 잠자코 듣기만 하는 거.

난 그 앞에서 내가 할 말을 다 쏟아내는 거.

근데 그렇게 못해봤으니까.

네 앞에서 난 뱉은 말보단 먹어버린 말이 더 많았으니까.

 

그래서 편지에다가 실컷 내 마음 다 써서

보내려고도 했었는데 못했지.

 

그리고 이젠 많이 늦었고 만약 써서 준다 해도

답은 결코 없을 거라는 거 알아.

 

잘 받았다는 말 한마디,

이해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을 거라는 거.

 

답을 주지 않을게 뻔한 사람한테,

그런 사람한테 남겨진 말이 많다는 게 어떤건지

겪어본 사람은 알지.
살면서 넌 그런 일은 겪지 않길 바래.

 

이거 생각 밖으로 너무 힘들어.
싸우는 것보다 몇 십 배.

상대방한테 욕먹는 것보다 몇 백배. 더 힘들어.
답을 주지 않을게 뻔한 사람한테 

남겨진 말이 이렇게 많다는 거.

넌 어쩌면 아직도 내가 미련퉁이처럼

너한테 집착하는 모습만을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때 왜 그랬냐고 너한테 따져 묻는 내 모습.

다시 되돌려 놓자고 성질부리는 내 모습.
내가 뭘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기를 바라는 내 모습.

그런 거.

그런 게 지금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제 너를 향한 원망들은 거의 날아갔다는 거.
너를 향한 미움들은 이젠 거의 지워졌다는 거.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어.

다행스럽게.

 

물론 단 한번만 허락한다면 딱 한번만 물어보고 싶긴 하다.
그때 나한테..
그때 나한테 왜 그랬냐고.

얼마 전에 나.. 나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

 

[꼭 사랑이 영원해야만 하는 걸까?]

그리고 난 나한테 대답했어.

 

[아니,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그래서 난 오늘 너에게 붙이지 못할 편지를 마음으로 쓴다.

나의 그 시절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햇살같은 웃음 고마웠고,
나의 시계, 내 나침반이 되줘서 고마웠고,
나의 노래, 나의 말이 되줘서 고마웠다고,
추억을 줘서 떨리던 심장을 줘서 고마웠어.

 

바짝 마른 나무처럼 내 마음 메말라 버리지 않도록

날 울게 해준 것 까지도.

모두 다 고마웠어.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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