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 핫'의 원더걸스와 '신데렐라' 서인영의 공주병 노래에 이어 남자가수들의 '왕자병' 노래가 가요계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과거 남자 가수들의 왕자병 노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홍대 인디밴드 노브레인은 '넌 내게 반했어'로 '왕자병' 노래의 서막을 열었다. 상대방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대신 상대가 나에게 반했다고 선언한 이 노래는 경쾌한 록 사운드에 버무려져 많은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왕자병 가사들은 좀 더 도전적이고 노골적이다. 단순히 외모에 대한 자신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랑'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정규 4집 '미로틱'을 들고 나온 인기그룹 동방신기는 "넌 나를 원해. 넌 내게 빠져. 넌 내게 미쳐 헤어날 수 없어(중략) 넌 나의 노예" 등의 후렴구가 계속 반복되는 동명 타이틀곡으로 사랑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표현했다. 어찌보면 이 '자뻑송'은 듣는 이의 비호감을 살 수도 있지만 동방신기의 강력한 무대 퍼포먼스 및 남성미와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냈고, 음악 팬들의 여심을 사로잡는 결과를 낳았다.
'이벤트가이' 크라운제이는 지난 1일 발매한 '플라이보이' 미니앨범에서 '잘난 나'를 좀 더 강하게 어필하고 나섰다. '멋진녀석'이란 뜻의 미니앨범 동명 타이틀곡인 '플라이보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난 진짜 플라이 보이 멀리서 봐도 빛이 나서 눈이 부셔" 등의 가사가 담긴 곡으로 자아도취의 극을 보여준다.
이 곡에 대해 크라운제이는 최근 이데일리SPN과의 인터뷰에서 "이 노래는 팬들이 스스로 '나는 멋지다'고 외칠 때 진짜 의미가 발견된다"며 "사람들은 다 서로의 개성과 멋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다른 사람에게 움츠러 들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가사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비의 정규 5집 타이틀곡 '레이니즘' 또한 '왕자병' 가사의 정수를 오롯이 담고 있다. "나를 보는 시선들을 느껴. 피하려고 애를 써도 느껴지는 나의 레이니즘.(중략) 넌 이제 빠져 버렸어. 넌 이제 벗어날 수 없어"라는 내용이 담긴 '레이니즘'에는 자신의 노래와 무대에 대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비는 최근 이데일리SPN과의 인터뷰에서 "'레이니즘'은 나의 모든 것을 담은 노래이자 앨범"이라며 "나의 무대와 스타일을 팬들과 함께 즐겨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자신감 충만한 가사의 이유를 전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런 '왕자병' 노래의 인기를 요즘 세대들의 자기 긍정이 강한 속성에서 찾았다.
이 관계자는 "요즘 세대들은 자아도취에도 별 거리낌이 없고 자기 긍정에 자연스럽다"며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이 최고라 여기는 세대들이기 때문에 이런 '왕자병' 가사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