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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래빗스타일 _ 박상수

김선미 |2008.11.09 00:04
조회 122 |추천 1

 

낭만적인 래비스타일

 

 

찌그러진 호박들의 기타리스트 이하가 만들어 놓은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싸이키데릴아를 따라가다 보면 환각의 숲이 나온다 하얗게 부서지는 햇빛, 그 속에는 징징 울어대는 나무가 가득한데 한참을 걸어 하얀 마당에 도착하면 거기, 래빗을 볼 수 있다 입을 오물거리며 바닥에 앉아 있는, 그때는 다만 알아야 한다 낭만에 감전되지 않게 래빗의 엉덩이를 토닥이지 말것 무심한 표정에 상처 받지 말것, 길의 끝에서 더 갈 곳이 없다면 싸이키델리아, 하늘에는 구름이 흘러가고 평화로운 기분, 그런 멜랑콜리에 잠기는 순간이 있다 순간에 솔직하고 미련없이 즐길 것, 현실과 상관없는 래빗이 만들어놓은 세계, 무위에 만족하는 예술적인 분위기에 타협할 것, 공허한 착각 속에서 행복할 것, 인류라는 사라져가는 종족의 무덤가에서 한잠 자고 일어나 저무는 태양, 활엽수로 차린 식탁에 앉아 토끼를 부르지만 등을 돌린 채 그녀는 어디를 쳐다보고 있는 것일까 래빗이 가리키는 저 먼, 먼먼 어딘가로 사라지는, 그러나 아직은 웃어 줄 때, 눈앞에 피어오르는 작고 노란 꽃을 따라, 들판을 지나가는 바람을 타고, 기억의 연주와 변주 속에서 아직은 웃어 줄 때, 래빗 스타일로 한껏 우울한 미래의 어느 날, 싸이키델리아 싸이키델리아를 흥얼거리며 미지의 희망을 바라 볼 것, 버림받은 환상으로 가득한 숲, 래빗이 만들어 놓은 꿈 속에서 평생 동안 행복하기를.

 

 

_ 시집『후르츠 캔디버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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