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함정
안미숙
|2008.11.09 14:09
조회 82 |추천 0
☆지식의 함정☆
옛날 인도에 온갖 학문에 두루 통달한 대학자 비드야사가라(지혜의 바다)가 왕을 찾아 왔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공부한 학문과 경륜에 대해 이것 저것 이야기하며 왕에게 자신을 중용해줄 것을 간청했다.
이를 본 어전의 학자들은 앞날이 크게 걱정되었다.
이제 저렇게 똑똑한 사람이 나타났으니 자신들은 왕에게 버림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신하 중 가장 말단 직책에 있던 데날리라마가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그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겠습니다."
그는 호언장담하였다.
이윽고 외부에서 온 그 학자가 왕 앞에서 대신들을 상대로 학문과 경륜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로 한 날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 데날리라마는 이상하게 생긴 꾸러미 하나를 들고 와서는 비드야사가라 앞에 가져다놓았다.
비드야사가라는 "이것이 무엇이오?"하고 물었다.
그러자 데날리라마는 "이것은 호마지수우포라고 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비드야사가라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것의 이름에 속으로 무척 당황했다.
이때 데날리라마는 비드야사가라를 바라보고 빙그레 웃으며 "이것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를 못하셨나 보지요?" 하고 물었다.
학자는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망신을 당하기 싫어서 "오늘은 몸이 조금 불편해서 그러니 내일 다시 만나서 얘기합시다." 하고는 왕에게 양해를 구하고 황망히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온 비드야사가라는 책들을 뒤지고 그동안 공부한 기억들을 더듬고 하면서 호마지수우포라는 것에 대해 알아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뜻은커녕 이름조차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비드야사가라는 여기서 어물쩡거려보아야 망신만 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는 그 길로 짐을 꾸려 야밤을 틈타 도망쳐버렸다.
뒤에 어전 학자들이 데날리라마에게 호마지수우포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그 껍데기를 풀어보였다.
그것은 마른깨의 가지(호마지胡麻支)를 물소(수우水牛) 가죽끈으로 묶어 놓은 꾸러미(포包)에 불과했다.
《뒤주속의 성자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