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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away3

이은석 |2008.11.09 17:55
조회 51 |추천 0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혹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우리.


우리라는 이름으로 당신에게 저질러진 것들은 전부 나였다.

나는 알지 못하거나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우리'라는 청구서에 적어넣고는 당신에게 고스란히 떠넘겨 버렸다.

사람과 사람이 때로는 스스로를 부르듯 누군가를 불러보고 싶을 때가 있고 자신이 어디 있는지 잊어버렸을 때 익숙함을 대신해줄 어떤 간절함이 필요할 때가 있어서 그래서 서로에게 같은 이름을 쓰기로 약속할 때가 있으며 그럴 때 쓰는 이름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해서까지 '우리'라는 이름과 함께 사라지거나, 적어도 잊혀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그 점을 제외하면 우린 제법 괜찮았다.

마치 손가락을, 폐를, 눈동자를, 혹은 심장을 앓고 있어 그걸 뺀 나머지는 괜찮은 무수한 환자들처럼.



미안해. 뭐가. 네가 미안할 건 없는데. 그래도 미안해.

  

누구나 그렇듯, 어떤 '우리'나 그렇듯,
우리라는 이름으로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미안함도 너와 나 사이에 끼어들 수 없으며 또 그래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일수록
이 낯선 인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라는 이름을 함께 약속했었던 것처럼
서로가 등을 돌리고 나면 그 자리에 오래 남겨질 우리에게 각자 인사해야 한다는 걸
미안하다는 말이 서로에게 발급되는 영수증처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젠 혼자 남겨질 우리에게 지불되는 말이란 걸 사람들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서로의 눈을 쳐다볼 수도, 고개를 떨구지 않고 참아낼 수도 있었지만 미안하다고 먼저 말해야 하는 것인지 미안하다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는 그 순간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고민했던 적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자기가 낸 문제가 아니면 풀지 못한다고 너는 말했었다. 미안하다는 말은 우리가 마침내 만들어낸 마지막 질문이었지만 그 순간부터는 이미 답을 말해줄 우리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괜찮다거나 혹은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그것이 대답이 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어쩌면 대답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었을 것이다.

네가 내게 미안하다고 말한 게 아니라 이제는 대답하지 못할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정말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나와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리엔 이미 우리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 그애 말이야?



나는 이제 너에게 우리라고 말하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너와 나는 지금도 너희들로 불려나올 때가 있다.
차갑고 낯선 이 앵콜들에 대해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게 응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너 역시 가끔은 그럴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한다는 듯이 있어야 할 곳으로 떠나서 이제 무사히 돌아왔다는 인사를 건네듯이.


그때마다 나는 옷 안쪽을 뒤집어 그때,우리. 라는 이름을 끄집어내곤 한다.
구겨진 영수증을 꺼내들어서 내게 저질러졌어야 했던 것들을 확인하듯이.

한 글자씩 꾹꾹 눌러서.

나는 그런 식으로 우리가 지불한 시간들에게 서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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