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이 끝이고 끝이 처음인 영화. 이렇게만 얘기하면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엔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아무튼 난 예전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라는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친 기억이 있
는데... 그때 내가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다름 아닌 뱀파이어라는 냉
혈한에게도 슬픈 과거가 있고 아픔이 있고 고뇌와 번민이 존재한다
는 사실때문이었다. (물론 브램 스토커 원작의 '드라큘라'에서도 이
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인터뷰' 쪽이 약간
더 고차원적인 것 같다.) 아무튼 그때의 충격은 내게 꽤나 큰 것이
었다. 헌데 오늘 이 'Let the Right One In'을 보고 나서 그때의 그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 "나는 12살이야.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12살
이었어."라고 말하는 소녀의 눈에는 슬픔과 과거의 애잔한 추억이
가득했다. 이 영화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와는 달리 과거에
대한 리뷰가 전혀 없다. 그러기에 좀 더 생각할 여백이 많은 것은 아
닌지... 또 그러기에 좀 더 많은 여운이 남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영화는 단순히 한 소년과 한 흡혈귀 소녀와의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랑보다는... '필요함'이란 단어가
좀 더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삶은 계속 그렇게 흘러간
다는 식의 또 반복될 이야기... 언젠가 누군가는 죽고... 산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늙지 않는 소녀는... 또 다른...
소년을 찾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한없이 아름다운 종족과 성별을
뛰어 넘는 사랑을 하고 있는듯 보이지만... 그 안에 감춰진 진실의
이면은 실로 아픈 것이었다. 글을 계속 쓸수록 무슨 소리를 하고 있
는지 나도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영화는 봐야만 안다. 가까운
개봉관으로 가서 영화를 보시길... 어쨌거나 저쨌거나... 진실은 항
상 그러하듯이 냉혹하고 잔인하다. 그리고 거기엔 사랑도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슬프고 아름다우며 잔인한 영화 'Let the Right
One In'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