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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어머니

남규성 |2008.11.28 02:00
조회 47 |추천 0

 

제가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닐때의 일입니다.

 

한번은 한 살 터울 친형과 함께 학교 준비물을 사야한다며 부모님께 3000원을 달라했습니다.

어머니가 5000원을 주시면서 "학교 조심히 갔다오고 거스름돈은 잘 남겨오렴" 하고 말씀 하시더군요.

 

방과 후 형과 함께 오락실 앞을 지나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우리 딱! 백원만 하고 갈까?" "백원이니깐 괜찮겠지?"

근데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요.. 잔금 2000원의 마지막 동전이 투입구에 들어갈때 까지도 우리는 뒤에 벌어질 일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형 어떻하지? 엄마에게 뭐라 말 하지?" 오락실 밖을 나와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순간 형이 괜찮은 묘책을 생각해 냈습니다.

"내 가방에 학교에서 주운 책한권이 있는데 우리 너무 책보고 싶어서 그거 샀다고 그럴까? 그럼 엄마도 안 혼내실꺼야!"

우리는 그렇게 작당을 하고 부모님이 일하시던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학교다녀왔습니다~~!!"

"응 ~잘 갔다왔니? 준비물은 잘 샀구? 돈은 잘 남겨왔니?"

그 때 형은" 그럼요.. 근데 엄마! 오다가 학교 앞에서 누가 책을 팔고 있길래 너무 보고 싶어서 사버렸어요"

저도 옆에서 " 그 책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하며 맞장구를 쳤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아~그랬구나! 우리 아들 잘 했네~! 그 책 어디서 샀니? 엄마가 책 몇 권 더 사줄께 같이 가자."

지금에서야 그때 우리들은 어머니 손바닦 안에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 순간에는 정말로 어머니가 책을 샀을거라 믿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형은 순간 당황하면서도 "근데 엄마~! 그 아저씨 리어카로 책 실어나르면서 팔아요~! 지금은 없을 꺼에요"라며 거짓말을 이어갔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혹시 있을지 모르니까 가서 책을 사자며 저희를 이끌고 학교로 갔습니다.

 

도착한 학교 앞에는 문방구나 간식거리를 파는 가게들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을뿐, 당연히 책 파는 아저씨는 있을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주변 그 가게들을 돌며 "오늘 책파시던 아저씨 본적 있으세요?" 라고 계속 물어보십니다.

 

놀랍게도 한 문방구 아주머니가 예전에 정말로 그렇게 책 파시던 할아버지를 본적이 있었나 봅니다.

"최근에는 못봤는데 월산동 쪽에 헌 책방 하는 할아버지가 가끔 책도 줏어가고 팔기도 하고 그러셨는데.."

우리는 이때에도 "아~맞다 월산동 무슨 책방이랬어요~"라고 맞장구를 치며 거짓말을 또 보탰습니다.

 

어머니는 우리를 데리고 다시 월산동으로 향하셨습니다. 월산동은 학교에서 걸어서 50분도 넘게 걸리는데 말이죠..

월산동에 도착해서 무작정 책방을 뒤지셨습니다. 하지만 웃는 표정 그대로 저희에게 책을 사주고 싶다며 여전히 다정하게 말씀하십니다.

형과 나는 이러다 마시겠지 생각하며 어머니를 따라 책방을 찾아 다닙니다. 존재하지도 않은 책방을요...

처음으로 도착한 책방에서 리어카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자 잘은 모르겠다며 주변의 다른 책방 위치를 알려줍니다.

그렇게 책방을 하나 하나 물어보며 셀 수 없이 다니는 동안 어느새 주위는 어둑어둑 해졌습니다.

 

5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밤 10시가 되어 갑니다. 주변의 가게들도 하나 둘 씩 불이 꺼지고 어머니와 우리들은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말씀 없이 집으로 가시는지 책방을 더 뒤지시는지도 모르게 그냥 무작정 걷고만 계셨습니다.

투벅 투벅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보지만 열 걸음씩 멀어져만 가듯이 그저 천변가를 걸으셨습니다.

형과 나는 배고픔과 추위속에 하루종일 걸어다녀서 서있기도 힘들었습니다.

 

" 흑~흑~엄마~ 죄송해요! 으앙~ㅠ ㅠ 사실은 돈을 다 써버렸어요!!"

하루 종일 맘졸이며 거짓말을 이어가던 형과 나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죄송하단 말과 함께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를 부둥켜 안았습니다.

한참을 우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들어 엄마 얼굴을 보자 형과 나는 울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어머니는 소리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눈물 콧물로 뒤덮혀 더욱 서럽게 울고 계시더라구요.... 그렇게 우리 입에서 직접 자백을 받고나서야 겨우 한마디 한마디를 흐느낌 속에 이어가며 다정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앞..으.로.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잘 ...못..한.게 있다면 사실..대로 말해야지! 이제 집..에.가...서 밥먹자~아버지 기다...리시겠다."

 

 

그 일 이후로부터 16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부모님께 거짓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저 새벽늦게 누구와 술을 마셔도,, 실수로 큰 돈을 써버려도, 그저 물어보시는 말씀에는 사실만 합니다. 그게 맘이 편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어머니가 저에게 오히려 거짓말을 하십니다.

아파도 아프지 않다. 집안이 힘들어도 힘들다 말하지 않습니다. 새벽이면 밖에 나가 고생하시는거 뻔히 아는데도 오히려 일이 재미있다 하십니다. 일본에서 성공하고 싶다며 나가버린 형에게 행여나 부모때문에 신경쓰일까 전화조차 잘 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매일 "형 한테 전화 왔니?" 라고 물어보시면서.......

 

 

 

 

 

 

비록 이렇게 거짓말쟁이지만 이런 어머니를 너무 사랑합니다. 물론 언급은 안했지만 아버지도요.

 

 

그냥 조혜련씨의 아버지 관련한 동영상을 보고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적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헤헤~  모두 효자 효녀라는거 알고 있지만  내일은 한번 쯤 '사랑한다는 말' 해보는게 어떨까요?

가족과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이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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