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 때 그는 단지 설레이게 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소 싶고
그런 걸 못하는 건 힘은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게 다 그런거니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었다.
그 때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게 너무나도 다행인 몇가지 이유들이 생각난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 가진데
그와 헤어져선 안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 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들 불러 도움을 받는 것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 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자꾸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_ 그들이사는세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