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류가 아니다 - 젊은 혼의 외침
나는 요새 나오는 대부분의 댄스음악이 싫다. 고난도의 댄스 기량, 독특한 비트, 때로는 각종 다양한 종류의 랩을 선보인다고 해도, 나같은 아줌마에게는 다 ‘고만고만한 애들’의 유치원 학예회 같아 보인다. 수많은 아류들의 난무는 그야말로 장르의 남용이 아닌가. 그래서 가끔씩 한 6-7년전 TV의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서 우리를 즐겁게 경악(?)시키던 듀스 DEUX가 그립다. 듀스는 난무하는 아류가 아니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이제 그들은 과거시제로만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몹시 아쉽다.
DEUX, 프랑스어로 '둘'이라는 뜻. 이현도와 김성재의 Dude Duo에 썩 걸맞는 이름이다. 그들은 1993년 4월, 첫 앨범을 발표한 이래 언제나 자신들의 그룹 이름이 가지는 정체성에 충실했고, 2년 뒤 돌연 해체했으며 (1995년 6월), 얼마 후 김성재가 너무나도 갑자기 짧은 생을 마감했다 (1995년 11월). 그 후 떠난 자나 남은 자 모두 빛을 잃었고, ‘완벽한 둘’로서 존재하던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아쉬움만 쌓여 간다.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그들이 남기고 간 몇 장의 앨범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듀스의 베스트앨범 DEUX FOREVER는 대표적인 히트곡들을 보다 완결하게 보완해서 그들의 가장 아름답던 시기의 면면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DEUX FOREVER는, 속되게는 '쌍판', 좀 점잖은 말로는 '더블 CD'이다. 한창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정점에 있을 시기의 히트곡들을 선정하기에, 판 한 장은 너무 과부족이었나 보다. 많은 사랑을 받던 곡들은 크게 발라드와 비트 계열로 나뉘는데, 비트가 있는 곡들은 테크노, 펑키, 힙합 등 그야말로 온갖 요소를 다 아우르고 있다. (1993-4년 만해도 정말 힙합이 뭔지도 모르고 듀스의 음악을 들었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한 작업들은 일정 정도 산만하고 질적으로 좀 떨어지게 마련인데, 듀스의 참된 아름다움은 그 다양성의 시도가 얄팍한 나열에 머무르지 않고 그야말로 각 요소의 고급스러운 진수를 보여주는데 있다. 가사의 구성, 당시로선 완벽에 가까웠던 (지금 들어도 유치하지 않은) 랩, 적재적소에 영리하게 배치한 다양한 비트와 믹싱 감각 등 듀스의 음악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다.
이렇듯 뛰어난 듀스의 베스트만을 모은 DEUX FOREVER에서도, (나만의) Best 5를 뽑는다면? 테크노 계열이나 발라드가 아닌,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어필하는 곡들을 뽑아 감히 순위를 매겨 본다.
5위. 약한 남자 -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은 더욱 잘 알 것이다, 이 곡이 얼마나 코믹하고 유쾌한지를...... 대부분의 남자들이 자신들의 맘대로 되지 않는 여자들에게 보내는 솔직하고 애교어린 탄식이 아닐까.
4위. 나를 돌아봐 - 처음으로 '듀스'라는 그룹을 선보인 노래. 당시에는 세상에 이렇게 세련된 음악이 있었나 하고 놀라기도 했다. 도입부의 폭발하는 반주부터 자연스러운 랩까지 무척 경이롭지 않았던가.
3위. 여름 안에서 - 간단하고 경쾌한 반복이 아름다운 느린 댄스곡. 시원한 여름 노래. 그 때, 그들은 그렇게 행복했었나 보다.
2위. 우리는 - 실제로 김성재의 랩은 대단한 기량과 결합되어 있다. 그가 느린 노래를 흐느끼듯 부를 때보다는 거친 비명처럼 쇳소리를 내지를 때가 훨씬 인상적이다. 테크닉이 아니더라도 목소리 그 자체로도 과장되지 않고 수려하다. 딱 하나 흠이라면, 반주 부분의 건반이 약간 촌스럽다.
1위. 굴레를 벗어나 - 펑키 리듬의 절정. 그러나 음악적인 면에서만 찬사가 끝나지 않는다. 역동적이고 진솔한 가사로 인해 더욱 완벽하다. ‘자유보다 더 소중한 것’을 위해 ‘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그 모든 위선들, 나에게 씌워진 굴레를 모두 다 벗어 버리고’자 하는 젊은 외침이 있다. 분명 그 어떤 그룹의 노래에 비해 차별성을 갖는다. 그래서 듀스의 노래를 들으면 현존하지 않는 그들이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