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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먼곳에 있기 때문에 고고2010

이성준 |2008.12.07 18:57
조회 69 |추천 0

#1.

"지금 세상이 그런 세상이야,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구... 뭘 안다고 네 까짓게 이래라 저래라야?"

운명을 탓하는 가련한 표정의 순애가 멍한 표정으로 말한다. 담배 연기 자욱한 카페 안 동그란 테이블 위에 그 갸날픈 손도 놓아져 있다. 순애의 맞은 편에는 검은 머리 아프로로 볶은 남자가 앉아있다.

"그래서...지금 안하겠다는 거야?"

"..."

남자의 말을 순순히 순애는 듣고 있다. 아니, 귀의 한 쪽 구석탱이로 쳐박아놓으려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현실은 현실이다.

"알았어. 너, 사기만 쳐봐. 죽여버린다."

순진한 순애의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온다.

"좋아, 계약 성립이다. 넌 오늘부터 데블스의 와일드걸스다. 춤부터 배워."

"뭔 춤? 밴드에 무슨 춤이야?"

"야, 너 아직 순진하구나. 요즘에 춤이 빠지면 그게 음악이냐? 자...이거."

남자가 자신의 발 밑에 있는 가방을 들더니 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이게 뭐야."

"들으면 깜짝 놀랄걸."

"뭔데, 책이잖아."

"크크...우주를 구할 비책이 들었다. 그 속에 말이야."

 

#2.

아프로 남자는 데블스의 기타리스트였다. 그 손가락은 신의 속도로 평가받았으며 그로 인한 소리는 감히 신의 음향을 뽐냈다. 텅 빈 무대에 그의 기타 선율이 흘러넘친다. 그 소리를 팔짱을 끼고 가만히 듣고 있는 건 순애이다.

"어때, 이게 바로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다."

"흥."

"네가 원하는 게 뭐라고 했지?"

"..."

"네가 원하는게 뭐라고?!"

순애가 아무 말이 없자 더 큰 소리로 묻는다. 그와 함께 기타 선율도 커진다. 다이나믹,

"....남편 만나는 거."

"뭐!! 더 큰 소리로!!!"

"남편...남편 만나는거!!!!"

순애는 기타소리에 묻힌 자신의 목소리 대신 마음을 토해낸다. 그에 대한 기억까지 모두.

 

#.3

"이렇게...이렇게?"

"그래, 잘하네."

아프로의 앞에서 우물쭈물 춤을 추고 있다. 순애는 뭔가 굉장히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녀의 미래는 남편이고 그를 만나려면 춤을 춰야한다.

"그래. 네말은 이 춤을 추면...남편을 만날 수 있다. 이거냐?"

"그렇지!"

아프로는 웃으며 대답한다. 하지만 순애는 웃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긴 발이 아프로의 푹신한 머리에 쳐박힌다.

-퍼걱

"아악! 뭐야?"

"야, 나한테 사기 치냐? 춤을 춘다고 무슨 남편을 만나긴 개뿔..."

"알았어...알았어...보여 주면 되잖아."

"뭘 보여줘, 이 사기꾼아!"

"잠깐...속는 셈치고 아까 췄던 거 내 기타에 맡춰서 춰봐."

"..."

"어서...한번만."

"알았다."

아프로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그리고 순애는 기타에 맞추어 엉덩이 가슴을 씰룩댄다. 아스트랄한 댄스, 어디서도 본적없는 미래의 그것이다.

"이게 뭐 어쨌다구!"

"잠깐, 너 남편 얼굴 생각해봐."

"뭐?"

"네 남편 생각하면서 춤 추라구!"

"...이런."

 

#4.

"..."

'야...장난하냐. 네 남편이 엄태웅이냐?"

아프로와 순애의 앞에 있는 건 군복을 입고 미친 눈빛으로 헐떡이고 있는 엄태웅이었다.

"끄아아아!!!"

미친 듯 순애에게 달려든다. 그의 손에는 K2소총이 들려있기 때문에 더욱이 위험하다.

"생각을 바꿔!!!야!!!네 남편을 떠올리라고!!!!"

"알았어!!!"

엄태웅이 순애의 이마에 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을 때, 순간 그의 뒷통수에서 피가 솟구친다.

"끄억...큭..."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는 엄태웅의 뒤에 보이는 건,

"야...미친...이번엔..."

"미안...이번에도 잘 안 떠올라서..."

도원(정우성분)이 장총을 겨누며 서 있다.

 

#5.

"난 현상금만 사냥하지마는, 이번 경우는 특별해 구해준겁니다. 따로 뭐라고 생각하진 말아요."

도원은 그 조각같은 얼굴로 조각의 눈빛을 내뿜으며 그 탐스러운 입술로 말한다.

"착한 놈은 뭔가 다르긴 하네...후우...그건 그렇고 순애...너 순진하잖아. 이게 뭐야."

"미안하다...내가 남편 얼굴을 본지가..."

아프로가 오만인상을 쓰고 순애를 바라보며 말한다.

"한번만 다시 연주해줘...남편 꼭 만나야 한다 말이야."

 

#6.

둘 뿐이였던 카페는 이제 선남으로 가득 차 있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프로가 한 숨을 쉰다.

"대체...남편이 누구야?"

"어머...이번에도...미안."

순애의 옆에 다가온 분은 조승우로 그의 올백으로 순애의 이마를 문대고 있다. 자연스럽게 순애의 어깨에 손을 대며 말한다."락엔롤!!!"

조승우의 외침을 듣고 있던 창이(이병헌분)가 고개를 삐딱하게 움직이며 다가온다. 조승우는 그의 포스에 잠깐 눌린 듯 뒤로 주춤하지만 곧 다시 외친다.

"락엔롤!!"

"나...창이야...네 손가락 좀 가져가고 싶은데..."

 

#7.

막장이 되어버린 카페 안과 - 또한 글도 - 멍하니 서 있는 건 아프로 남자와 순애이다.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술 퍼마시며 웃고 피터지고 있는 건 그 외 인물 들이다.

"아프로...한 번 만...더...응?"

"야, 그만 둬, 이게 뭐야. 카페 다 망가지잖아."

"뭐야. 우주를 구할 춤이래매."

"그거야 네가 쓸만한 인물을 데려왔을 때 이야기지!!"

아프로가 성을 낸다. 그러자 뭔가 뚱한 표정으로 순애가 생각한다.

"아, 한명 있다. 쓸만한 사람."

 

#8.

순애는 자신 앞에 나타난 한 명의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애정의 눈빛도 증오의 눈빛도 아니다. 단지 텅 빈 시선 한 줄기이다.

"저...사람이냐?"

"아니."

손에 쌍권총을 들고 있는 그는 파일럿이나 쓰는 모자를 쓰고 있다.

"그럼 누구야?"

"남편."

그에게 순애가 뚜벅뚜벅 다가간다. 순간 카페 안의 모든 인물들이 그녀의 발자국 소리에 숨을 죽인다. 도원도 창이와의 싸움을 그만 두고 총을 내려놓는다. 조승우도 물을 뿌리다 가만히 내려놓는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태구씨."

 

#.9

태구(송강호 분)은 조폭 사업을 하다 다 말아먹고 자신이 먹어살릴 기러기 가족들을 내팽겨치고 만주로 토꼈다. 덕분에 굶어죽을 위기에 순애는 그를 전국만방으로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태구였기 때문이었다.

전설의 킬러 창이 조차 죽이지 못한 태구이다. 그는 만주에서 날리는 도둑으로 살고 있었다. 마침 기차에 있는 류승범과 다찌마와 리를 털려고 하는 그 순간, 소환되었다.

"이거..이거 뭐야? 응? 이거...다 짜고 치는 거지? 뭐야...몰래카메라야?"

태구가 당황스러워 말한다. 하지만 곧 정신 차린 앞에는 순애가 떡 하니 서있다.

"어...당신...살아있었어?"

"야...그게 할 말이냐?"

 

#10.

그에게 다가간 순애는 뺨을 냅따 후려갈긴다.

-짜악

"워어...워..."

자신의 뺨을 부여잡고 아파하는 태구 앞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네 놈...죽여버리고 싶지만...그래, 알았다...현실이 그런 거잖아. 응? 알았다고!!!"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순애가 울부짓는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아프로는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자신의 기타줄을 튕긴다.

아프로의 기타 연주를 듣자 모두가 고개를 들고 일어선다.

케첩을 머리에 묻히고 쓰러져있던 엄태웅, 서로 총을 겨누었던 도원과 창이, 그리고 자신이 진짜 데블스라고 외치던 조승우도 가만히 일어선다.

 

그리고 함께 춤을 춘다. 아스트랄한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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