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이 당신을 잠식할 때
우울증의 커트라인은 어떤 것일까? 우울해져도 견딜 정도? 식음을 전폐할 만큼? 아니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까지?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우울증. 하지만 그만큼 위험함을 안고 있는 질병 아닌 질병. 당신, 외로운 당신은 언제 우울증에 잠식 당하는가.
Case 1. 주기적으로 엄습하는 옛 사랑의 상처
“그 자식, 이번에 아들 낳았대!”
아! 불현듯 잊고 살던 기억. 한때는 ‘내 남자’, ‘내 사랑’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그 자식’이란 3인칭으로만 불려야 하는 남자.
헤어질 땐 죽도록 아팠다. 밥을 먹어도 가슴이 먹먹해 체하기 일쑤였다. 눈을 감아도 그 자식과 그 여자가 만나 시시덕대는 장면이 떠올랐다. 귀를 막아도 “그만 만나자!”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자리에 누우면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과거를 하나씩 짚어보느라 밤을 꼴딱 새웠다. 결국 수면제와 병원에서 처방해 준 신경안정제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조금씩 버텨갔다. 그땐 정말 그렇게 죽을 것 같더니 역시 어른들 말이 맞았다. 시간이 약이었다.
그러나… 한 다리 건너면 금세 소식 들려오는 세상, 나보다 더 잘 먹고 잘 산다니 배알이 뒤틀리고 그때의 상처가 치밀어올라 또다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옛날 015B의 노래가사처럼 ‘그 사람의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그의 일상 소식에 주기적으로 흔들릴 지 모르겠다. 한동안 끊었던 병원출입이라도 해야 하나, 술 힘이라도 빌어야 하나 쓸쓸해진다.
Case 2. 소문이 진실로, 진실이 환청으로
남들처럼 연애하고 헤어지고 그리고 혼자가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좁은 우물은 역시 물만 더러울 뿐이다. 연애 몇 번 해 보고 이제는 혼자인 지금, 사람들은 나를 ‘남자 여럿 거쳐 간 닳은 여자’로 볼 뿐이다.
“너, 정말 낙태는 안 했니?” 몸이 안 좋아 산부인과 한 번 찾은 이야기가 돌고 돌아 이젠 애 여럿 떼고 불임이라는 소문까지 내 귀로 들려온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 남자보고 죽고 못 산다며 싹싹 빌고 난리 쳤다며, 너?” 물론 매달려는 봤지만 말 그대로 ‘난리’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죽겠다며 약까지 먹었었단다. 빌어먹을.
사람들이 남의 연애에 관심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하필 간만에 홀로 남은 지금, 사람들의 온갖 억측과 소문 때문에 미칠 노릇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과 귀를 쫑긋 세운다. 게다가 남의 과거를 맘대로 들춰내며 살을 붙이기 바쁘다. 일일이 찾아 다니며 해명하기도 우습다. 하필 소문은 꼭 한 다리, 세 다리 건너 둘러 오니 근원지를 파악하기도 힘들다.
내가 연애 몇 번 하며 룰루랄라 지낼 땐 배 아파하더니, 이제 혼자인 모습을 보면 쌤통이다 싶은 걸까? 이래도 욕이고 저래도 욕뿐이다.
Case 3. 못난 나, 못난 인생, 미치겠다!
키? 평균이하. 몸무게? 평균이상. 직업? 최하위. 남자? 파리마저도 안 꼬인다. 한 번 신세한탄이 시작되면 끝도 없이 늘어진다.
남자도 없고, 돈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말이 주된 레퍼토리다. 물론 각 사연에 가지가 쳐지면 나의 못난 인생이 갈기갈기 벗겨져 드러나는 기분이다. 그렇게 벗겨놓으면 얼마나 처참하고 못났고 우울한 지.
이럴 때마다 사람들 만나는 것조차 짜증이 나서 집안에 박혀 있기 일쑤다. 그냥 아무도 만나기 싫다. 연애한다고 생글거리는 누구도 싫고, 나보다 잘나서 돈 잘 버는 누구도 싫고, 가진 거 없어도 성격이 좋아 인생 자체가 행복하다는 누구도 싫다. (물론 다 도토리 키재기다) 비교할 대상 없는 내 방안이 최상의 안전지대다.
외출할 때도 대중교통보다는 택시가 낫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 기분이 안 좋다.
“저 여자 넘 못생겼다!”, “저렇게 촌스러우니 남자가 없지”, “애 서넛 낳은 아줌마 아니야?”
아, 사람들의 시선 자체가 너무 두렵다. 모두들 날 보며 측은해하거나 비웃겠지? 난… 왜 이리 못난 걸까? 밖에 나가기 싫다. 사람들을 만나기 싫다. 거울도 보기 싫다. 그냥 조용히 묻혀 살고 싶다.
사랑 받지 못할 때, 사랑으로 상처받았을 때, 사랑에 대한 대가가 가혹할 때 누구든지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병원치료가 필요할 만큼 심각하지 않든 평생 지병으로 안고 살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든 그 정도에 상관없이 우울증은 우리의 고독과 영혼을 잠식해 버린다.
저마다의 극복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필요한 건 과거와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은 우울한 분위기를 정화시킬 수 있다. 바닥을 쳐도 올라올 수 있는 희망이 있다. 과거와 현재는 추억하기에 필요한 수단이다. 흘러간 시간에 대한 두려움은 다가올 시간도 어둡게 만들어 버린다.
당신의 아팠던 사랑, 이젠 담담히 잊으며 우울증을 떨쳐 버리자. 기다리기 힘들겠지만 사랑은 또, 오기 마련이니까.
출처 : 젝시인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