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움직임을 잠시 멈추려한다. 그 동안 너무 심하게 흔들었나보다. 의사선생님께서 조금 더 무리하면 앞으로 한발짝도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지 모른다며 겁을 주신다. 만성 류머티스에 허리디스크가 올 수도 있단다. 다른 건 몰라도 허리에 문제가 온다면 정말 큰일 아닌가.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의 병이다. 우린 정말 열심히 춤추고 노래했는데 한번도 생각이 1백프로 반영된 적이 없다. 참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가 하나 둘 쌓이면서 우린 파김치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하고 그만둘 것도 아니고 평생을 음악과 함께 살아갈 우리로서는 잠시 잊혀질지라도 언제가 될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때까지 충분한 에너지 재충전을 하고 나타나기로 했다. 활동은 일간스포츠 지면을 통해서만 하기로 했다."
[이현도] '여유를 찾은 후 우선 시작한 일은 여드름 짜는 일이다. 그 동안 거울보고 여드름 한번 제대로 짜본 적이 없었으니 얼굴에 늘어난 '무허가 건축물'이 수
도 없다. 이젠 피부과 간호사께서 정성스레 짜주신다. 내가 듀스의 이현도라는 것을 알아보시고는 더 성의껏 치료해주신다. 연예인은 얼굴이 생명이라면서. 뻐근한 몸이 괜찮아지면 보디빌딩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는 바닷가로 달려가련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짠물로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없애고 싶다.'
[김성재] '나는 혼자 아무 생각없이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함께 모시고있는 어머니를 친구 분들과 함께 해외여행 보내드리고 집에서 며칠을 혼자 있고 싶다. 그리고 병원으로 가 아픈 허리를 치료받으려한다. 이를 악물고 춤추고 노래하다보니 치아도 몽땅 상했나보다. 치과에도 가봐야 한다. 여유가 생기면 현도와 미국, 유럽, 일본 등 여행을 떠나 평소 갖고 싶었던 의상을 구해보고 싶다.'
우리 둘은 텔레파시 같은 것을 갖고있다. 둘 중 이현도는 가끔 아무 것도 아닌 묘한 생각을 심각하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성재는 '아 그런 것이로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예컨대 밥을 먹다가 이현도가 밥그릇 뚜껑을 빙빙 돌리며 마치 크나큰 과학의 원칙이라도 발견하기라도 한 듯 할라치면 김성재가 맞장구를 치는 것이다. 가끔 둘이서 시간이 남아 멍청하니 서로 바라보다 보면 공교롭게도 같은 생각을 하게돼 동시에 "이 병신아"하고 외칠 때가 있다.
지금 우리의 이름인 듀스도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둘이서 시작했으니 그런 의미에서 우선 '둘'부터 나와 '투''더블' '트윈'에서 허공을 날아다닐 정도로 신나게 춤추자고 해 '스카이 워커'(sky walker)라는 이름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모두 너무 통상적인 이름이고 스카이 워커는 알고 보니 마약과 연관된 뉘앙스가 있다고 해 포기했다.
이름으로 고민하던 어느 날 프랑스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고있는 한 친구가 잠시 귀국해 만났는데 불어로 '둘'이라는 뜻의 'deux'가 어떻겠냐고 권했다. 둘은 그때도 동시에 무릎을 쳤다. 옳거니!
가수가 노래나 이름 따라 간다는 이야기를 이 시점에서 하고 넘어가야겠다.
우리는 듀스를 하기 전에 '현진영과 와와'라는 그룹에서 '와와'를 맡고 있었다. <슬픈 마네킹>을 노래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구성처럼 현진영과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하던 우리는 어느 날 그렇게 보지 않는 주변의 시선을 참지 못 해 '와와'하고 소리지르며 그룹을 뛰쳐나왔다.
듀스라고 이름지어서 그런지 우리는 항상 둘 뿐인 것 같다. 어느 자리를 가도 한참 떠들고 놀다가 보면 어느새 그 많던 친구들 다 어디가고 우리 둘만 남아있기 일쑤이다. 결국 듀스의 운명도 우리가 노래한 곡에 따라 흘러가고 있으니 이것 참 신기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노래제목과 가사대로 그 가수의 인생이 따라간다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하다. 데뷔 곡인 <나를 돌아봐>로 우리는 음반과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고, 2집 앨범의 <우리는>의 가사가 '우리는 앞을 향해 나가겠어'라는 것처럼 절대 여타 랩댄스 그룹의 아류가 아님을 과시하며 열심히 뛰었다. 그렇다면 같은 앨범 수록 곡 중 <약한 남자>는 괜히 노래했다는 생각이다.
사실 기사내용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퇴짜를 맞는 불쌍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인데 결국 몸이 약한 남자로 해석(?)됐나 보다. 그 이후 무리한 몸동작이 원인이 돼 병원에 갔고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쉬어야 한다는 경고를 받을 만큼 약한 남자가 된 것 아닌가. 이젠 노래부르기가 겁이 난다.
이번에 2집을 내놓은 이후 3집과의 사이에 리믹스앨범을 만들었는데 <떠나버려>라는 곡이 있다. 일반 테크노보다 훨씬 빠르고 난해한 리듬이며 멜로디는 유로댄스처럼 더 확실한 댄스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제목대로 떠나버린 셈이 됐다. 다음 곡은 <떠>나 <떠올라> 같은 것으로 제목을 지어보면 어떨까. 아무튼 다시 팬들 앞에 나타날 때는 확실하게 떠 보이겠다. 지향하는 음악은 흑인음악이다. 우리음악을 보고 힙합이라고 못박아버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흑인음악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우리가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흑인 랩그룹 런 디엠시와 바비 브라운이며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음악을 계속하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한 곡이 히트하면 너도나도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우리 가요계에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는 듀스의 체질에 맞는 흑인음악만 추구해 나갈 생각이다.
데뷔 1년 9개월만에 잠정적인 활동중단을 하고 무기한 휴식에 들어간 우리들의 다음 음악이 어떤 것이 되리라는 것은 지금 한창 라디오에서 왕왕거리는 'Deux Intermission Album'을 보면 감을 잡을 수 있다.
2집과 3집사이의 중간결산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앨범은 리믹스2곡, 리메이크 7곡, 신곡 5곡이 담겨있는데 음악적으로 상당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실험적인 것을 많이 시도했다. <떠나버려>는 나이트클럽에서 잘나오는 그야말로 춤추며 즐기는 음악이다. 장르를 따지자면 소위 레이브(rave)라는 것으로 유럽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있다. 보다 강한 것을 원하는 신세대들로서는 결국 레이브를 찾게되고 우리 나라에도 그 열풍이 시작되리라 생각한다.
<떠나버려>전에 이미 팬들의 귀에 익은 <여름안에서>는 여름날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난다는 건전한 사랑노래로 파도소리, 갈매기소리가 가미된 서정적인 분위기이다. 이 곡을 만들 때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제주도 어떤 해변에서 뮤직비디오촬영을 했는데 초록색바다와 밝은 빛깔의 모래사장은 잊을 수 없다. 배경이 밝았던 만큼 노래도 듀스답지 않게(?) 쉬운 안무, 쉬운 멜로디를 시도했다.
<무제>는 미국, 일본에서 각광을 받고있는 애시드 재즈(Acid Jazz)분위기를 도입해 브라스 섹션이 성인취향의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우리를 약하게(?) 만든 문제의 <약한 남자>는 랩의 옥타브를 더욱 강조하고 리듬을 더욱 세분화해 2집 앨범에 들어있던 <약한 남자>와는 전혀 다른 '강한 남자'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시는 약한 남자처럼 활동중단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또 2집의 타이틀곡이었던 <우리는>도 원곡보다 더욱 신나는 리메이크로 앨범이 나오기 전 라디오를 통해 몇차례 소개됐더니 구하고싶다는 팬들의 문의가 쇄도했던 곡이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팬들 앞에 당분간 못 서겠지만 이 노래를 들으시면서 듀스를 잊지말아 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