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위에서 본 파리 신시가지)
[살 권리와 죽을 권리]
오전에 영장실질심사를 다녀왔다.
법정에 들어가니 법원직원인 듯한 사람이 누구의 변호인이냐고 무뚝뚝하게 물어 거시기의 변호사라고 대답하였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은 국선변호인이었는데 변호사 뱃지를 달고 있지 않아 오해를 하였던 것이다.
재판장이 들어오기 전에 잠깐 물어보니 자신은 영장전담 재판부에 소속되어 하루 7-8건(오전 오후 각 3-4건)의 영장실질심사 사건만 다루는데 시간과 절차상 문제로 수사기록은 전혀 보지 못하고, 재판 1시간 전에 각 경찰서에서 데리고 온 피의자들을 상대로 접견을 하여 국선변호를 하여 준다는 것이다.
죄를 지어도 이제는 국가에서 세금으로 죄 지은 사람 모두를 위하여 국선변호사를 선임하여 변호를 하게 하는 세상이니 참 좋은 세상이다.
허지만, 우리네 법 체제는 범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보다 죄를 지은 사람이 더 보호를 받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죄를 지은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이상한 세상이다.
재판장이 들어오고 젊은 국선변호사가 먼저 시작한다.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정신이 번쩍 든다.
스물여섯 살이라는 한심한 녀석이 인터넷 채팅으로 가출한 14살짜리 여자애를 꼬여서 원룸으로 유인하여 살을 섞은 뒤 다시 인터넷으로 “한 시간에 15만원, 애인 구합니다”라는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온 남자들을 상대로 14살 짜리는 몸을 팔고, 사내자식은 밖에서 기다리다가 여자애가 받아온 화대를 챙겨왔다.
10번에 걸쳐 이놈 저놈으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250여만원......
그 돈으로 둘이 먹고자고 다시 일을 벌이고....
그러다가 비슷한 놈이 나타났다.
인터넷을 보고 휴대폰을 건 20대의 사내, 유아원과 유치원에서 무슨 강사를 한다는 사람인데....
즈그집으로 여자애를 불러 거시기를 하려는데 화대를 선불로 달라고 하여 체크카드를 보이면서 일(?)을 마친 뒤 집앞에 있는 현금출납기에서 돈을 찾아 화대를 주겠다고 하였지만, 여자애는 계속 선불을 요구하면서 일(?)을 거절한다.
이미 발동(?)이 걸린 사내자식은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이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고 경찰에 알려 처벌받게 한다고 겁을 주어 어린애를 건드리고 만다.
밖에서 여자애를 기다리고 있던 사내자식....
시간이 넘었는데도 여자애가 나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어 휴대폰을 때리고 집안에 들어갔다가 사내들 간에 싸움이 되어 결국 두 놈이 다 붙들려온 것이다.
먼저 포주놈(?)의 변명
지가요, 여자애 보고 몸을 팔고 돈을 벌어오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요.
여자애를 엄청 사랑하고, 나중에 같이 살려고 하는데 그런 일을 시켰겠습니까?
살기가 힘들어서 둘이 먹고 살기 위해 여자애가 하는 것을 모른체 한 것뿐입니다.
거시기를 공짜로 하려던 넘의 변명
일을 마친 뒤 체크카드로 바로 찾아 돈을 주려고 하였는데 여자애가 남자친구가 밖에서 기다린다고 하여 이상한 생각이 들어 되묻다가 여자애가 말을 듣지 않아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유치원이나 유아원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정말 잘못하였습니다. 지가 사나이로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을 하였습니다.
허허허....재판장도 기가 찬 모양이다.
“사진을 보니 아이 티가 풀풀 나는 여자애를 데리고 이런 행위들을 하여놓고 뭐가 억울하다는 것이요?”
하늘님이 창조하였는지 원숭이가 진화되었는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살 권리가 있다.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행복하게 살 자유와 권리가 있다.
“인간답게”란 어떤 것을 말하고, “행복하게”란 어떠한 의미일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이런 자유와 권리를 가지는 것일까?
이런 권리는 국가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일까?
사람에게 죽을 자유와 권리는 있을까?
죽더라도 인간답게 존엄하게 죽을 자유와 권리가 있을까?
얼마 전 법원에서 사람은 죽을 때도 짐승과는 달리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08. 11. 28. 선고 2008가합6977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제거 등).
그럴까?
그런데 왜 병원측은 이 식물인간과 그 가족들의 애원에 반대하여 치료비도 받지 못할 형편인데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지 않고 치료를 계속하면서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하였을까?
단순히 병원에게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책임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생명에 대한 의사선상님들의 거룩한 사명감 때문일까?
정말로 사람은 죽을 자유와 권리가 있을까?
아니 사람에게는 살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을까?
사람에게 살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에 대한 의무인가, 아니면 창조주인 하늘님이나 조물주, 신, 절대자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가족이나 다른 이웃, 국민들에 대한 것인가?
살 권리와 자유....
죽을 자유와 권리....
살아야 할 의무와 책임....
그런데 죽어야 할 의무와 책임은 아무에게도 없는 것일까?
사형수에게도..... 짐승만도 못한 죄인들에게도?
사는 것과 죽는다는 것
언제나 저 무서운 말들이 두렵지 않게 될 것인가?
전 세계가 대공황 이후 최대의 불황을 맞아 한숨을 쉬고 있건만
월급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사람 열받게 하는 이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한 쪽에서는 밀어붙이고
다른 쪽에서는 깨부수고, 점거하고 농성하면서 나라와 백성을 사랑한다하고
어떤 사람들은 밥그릇 빼앗길까봐 파업을 한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일제고산지 무슨 시험인지 결사반대한다면서 헷갈리게 한다...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건다?
살 권리를 포기하고, 죽어야 할 자유를 선택한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법원길
저마다 사연이 깊을 가방과 기록봉투를 들고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무겁다....
(‘08. 12. 26.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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