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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곤가출사건(1996)중 데이트장면

이문경 |2008.12.27 02:39
조회 136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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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모 레스토랑에서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기는 박봉곤과 엑스...'

 

결혼 10년만에 무책임하고 폭력적이며 외도를 일삼는 남편과 사랑이 없는 가정이라는 인생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잃어버린 가수의 꿈을 다시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봉곤(심혜진)과 그녀를 찾기 위해 고용된 사설 탐정 '엑스'(안성기)의 사랑을 가볍게 그린 영화.

 

일견해서 가볍고 코믹한 로맨틱 코미디로 만든 극히 통속적인 듯한 영화지만 사실 그 소재며 주제는 러시아의 명작 '안나 카레리나' 못지 않은 3040 주부들의 잃어버린 정체성과 자아, 사랑 찾기를 통한 인간다운 진실하고 행복한 삶에의 열망을 그린 작품이다.

 

또 영화 중간 중간 음악이 썩 배치가 잘 된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혼자 춤 연습을 하면서 길을 가던 박봉곤의 장면 배경음악으로 나온 가볍고 따스한 'PUPPY LOVE'에서 삼십대 중반이 다 되서 밤무대에서 진한 화장을 하고 '나는 열일곱살이에요'를 부르는 심혜진의 모습이며...마지막 부분 탱고의 선율까지 모두)

 

그런데 부산 밤바닷가의 모 레스토랑에서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기며 운명적인 인연을 느끼는 이 대목에서 나온 시...

 

심혜진과 안성기가 읊는 다소 유치한 느낌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그러면서도 왠지 가슴에 와닿았던 이 시가 실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작품(이하 원작)을 패러디한 것이란 사실을 12년만에 알았다.

 

-_-;;

 


내 눈빛을 꺼주소서


Rainer Maria Rilke

내 눈빛을 꺼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 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부려뜨려 주소서

나는 손으로 하듯
내 가슴으로 당신을 끌어안겠습니다
내 심장을 막아 주소서

그러면 나의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나는 당신을 피에 실어 나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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