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나오는 오란은 집안을 위해 희생만 하다가 결국 자신의 능력은 인정 받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그에 반해 현대여성들은 가족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꿈꾸던 일을 해볼 기회가 많아졌다.
말은 그렇지만 살다보니 꿈꾸던 일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만만한 직업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면 나처럼 꿈꾸던 일을 하기 위해서 꿈꾸던 일과는 상관이 없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간에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은 그 전과는 다른 색다른 상황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그 '색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항상 궁금증을 유발하고 가슴 벅찬 것이라는 더 바랄 게 없겠지만 대다수가 그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다보니 실망하고 실의에 빠지기 마련이다. 좀 더 나은 곳이 있을까? 바라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딜가나 다 똑같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도덕책에 나오는 '영희'나 '철수'처럼 항상 이성적이고 상황에 적절한 판단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가 접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사람'이다. 사회로 나가면 그 '사람'들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 배워나가야 한다.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마치고 그와는 다른 것을 또 배워나가야만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겉으로는 뉴욕의 여성들이 얼마나 좋은 옷을 입고 화려하게 살아가는가?에 대해 말하는 듯 하다. 물론 그런면도 있지만
그런 화려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그들이 물밑의 백조발처럼 남들이 보지 않을때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앤디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런웨이'라는 잡지사에 입사한다. 그녀는 후줄근한 옷차림에 패션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자신만만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여성들의 마음이 '앤디'와 비슷할 것이다. 그녀는 신경질적이고 까칠한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를 만나서 그전까진 접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리고 포기할가 여러번 생각하던 차에 상사인 '나이젤'을 찾아가서 자신의 심정에 대해 토로한다. 그러자 나이젤은 '넌 노력하지 않았어 넌 징징대는 거야......정신차려 6호 그녀는 자기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라고 이야기해준다. 직장인이 된 이상 우리는 그 '직장인'과 맞닥뜨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것을 잊으면 뭐든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후 앤디는 뉘우치고 더 노력해서 동료비서보다 일을 잘하게 되고 미란다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다. 요즘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서 공감이 많이 갔다. 화려한 삶을 사는 인물들만 비추는 것 같은 면도 있지만, 그런 삶을 누리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