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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28화> 각자의 방법

바다의기억 |2006.08.15 02:56
조회 7,178 |추천 0

오늘도 변함없이 무더운 열대야입니다.

 

내일만 넘기면 한 결 수그러든다니

 

그나마 희소식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런 날씨에 감기 걸려 겔겔대고 있는 전... 대체 뭘까요.

 

========================== 개도 안 걸리는 데 나라도 걸려줘야 =======================

 

 

금요일.


합동 공연 준비에 있어 가장 급선무라 여겼던


안무 연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연출은 안무에서 연기 쪽으로 연습내용을 변경했다.


다만 문제점이라면


오늘 주연인 민아와 안군 두 사람이 모두 불참이라는 것.



연출 - 아니 이 두 사람은 대체 어딜 간 거야? 연락도 안 받고...



한나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민아는 현재 집에서 쉬고 있다니 걱정할만한 요소는 없었다.


안군과 함께 있지만 않으면 된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결국 유야무야 하루 연습이 마무리 되고 주말은 찾아왔다.


토요일 오후 무렵 난 한나와 불꽃놀이를 보러 나왔다.


비록 현재 상황은 파탄이나 마찬가지지만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성과도 있었던 데에다


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오기 전에


잘 진압한 거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오후 5시 경 한나와 만난 난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와


불꽃놀이가 시작할 때까지 강가를 산책하기로 했다.


하나 둘 명당을 찾아 자리를 잡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슬슬 채비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 때 즈음


공중화장실을 발견한 난 그녀에게 잠깐 양해를 구했다.



기억 - 한나야,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한나 - 네~ 빨리 오세요.



아직 볼일이 그렇게 급하진 않았지만


몇 시간씩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기다릴 생각을 하면


미리 비워 놓는 게 속 편할 일이었다.


그렇게 찾아간 화장실에서


난 의외의 인물을 마주하게 되었다.



안군 - .... 어?


기억 - ...... 허.



얼굴 두 곳에 살색 반창고를 붙인 채


당혹스러운 얼굴로 날 쳐다보는 안군.


아무래도 크게 상한 곳은 없는 듯한 그의 모습에


조금 더 때려줬어야 했나... 라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기억 - 불꽃놀이 보러 오셨습니까?


안군 - 뭐, 그렇지. 어제 연습시간엔 별 일 없었나?


기억 - 궁금하면 나와 보지 그러셨습니까.


안군

-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붓기가 안 빠지더라고.


멍든 건 커버스틱으로 웬만큼 가리겠는데....



기억 - 그것 참 유감이네요.


안군 - 누가 들으면 다른 사람이 이런 줄 알겠어?


기억 - 솔직한 감상이라도 듣고 싶으십니까?


안군

- ..... 하긴, 그쪽도 문제가 있네.


민아랑 같이 온 거야?



기억 - 아뇨, 민아 동생이랑 같이 왔습니다.


안군 - 민아 동생? 아~ 한나 말이구나.



괜히 이 사실을 숨겼다간


더 큰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난 대놓고 대답했다.


자고로 공개된 정보에 대해선 의심이 줄어드는 법이다.



안군 - 뭐.. 아무튼 다음에 두고 보자고. 나 아직 포기 안했거든.


기억 - 덜 맞으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덤비시죠.


안군

- 쿡... 그거야 네 방법이고.


나는 내 방식이 있는 거 아니겠냐.


불꽃놀이 잘 보고, 월요일에 보자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내 속을 긁어놓고


유유히 자리를 피하는 안군.


정말 눈앞의 변기라도 뜯어서 한 방 날려주고 싶다.


대체 저 인간의 속내는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뒤늦게 볼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자


뚱한 표정의 그녀가 내게 핀잔을 주었다.



한나

- 무슨 남자가 화장실 갔다 오는 데 이렇게 늦어요?


큰 거면 큰 거라고 말을 해주고 가든가!



기억 - 아냐, 아는 사람을 좀 만나서.


한나 - 네? 누구요?


기억 - 있어. 화장실이랑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저녁 7시 경, 불꽃놀이는 시작되었다.


=품~ 파파파파파팟..... 품~ 파파파파파팟.... =


나트륨, 칼륨, 칼슘, 구리, 스트론튬....


과염소산칼륨의 산화작용 아래


각양각색으로 연소하는 금속원소들.


도플러 효과로 인해 불꽃의 모양이 찌그러지지 않게


최고점에서 정확하게 폭발하는 절묘한 타이밍 컨트롤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기억 - 이야... 저런 건 어떻게 조절하는 걸까?


한나

- 어머, 그거 화학시간에 배우잖아요.


나트륨은 노란색, 칼륨은 보라색...



기억

- 아니, 그것보다 로켓이 최고점에 이르는 순간에


탄두가 터지게 하는 것 말이야.


추진제가 떨어진 뒤에 관성으로 인한 상승분까지 계산하지 않으면


저렇게 깔끔한 모양이 나오기 힘들 텐데...


역시 실험적으로 파악하는 수밖에 없나?



한나 - 이렇게 예쁜 불꽃놀이 보면서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기억 - 당연히 아니지. 잔재들로 인한 환경오염까지 착실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한나 - 아...... 정말 싫어질라 그런다.



그렇게 이야기 하며,


한나는 내 팔에 슬쩍 팔짱을 걸어왔다.


예전 같으면 바로 정색을 하고 뺄 일이었지만


강가는 생각보다 쌀쌀했기에 난 그녀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불꽃놀이는 곧 끝이 났다.


주변을 정리하고 일어난 우린


천천히 강가를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나 -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기억 - .... 뭘?


한나 - 언니랑 안군 오빠요.


기억 -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일단 두고 봐야지.


한나 - 흐음.... 언니 지금 충격이 큰 것 같던데....


기억 - ...... 무슨 말 없었어?


한나

- 특별한 건 없었어요. 그냥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고만...


으츠츠.... 그런데 날씨 은근히 쌀쌀하네요.



기억 - ..... 캔커피라도 마실래? 따듯한 걸로.


한나 - 아, 그게 좋겠네요.


기억 -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사올게.



그렇게 한나를 산책로에 세워두고


가게가 있는 곳까지 뛰어올라간 난


곧 캔커피 두 개를 손에 들고 그녀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 한나 옆엔 세 명의 남자가 몰려들어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한나 - 이거 놔요~!


남1 - 야, 우리가 지금....



뭐야 저놈들은?



기억 - 이봐! 당신들 뭐야!



난 그렇게 소리치며 한나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그간 내 인생에 도움이라곤 되지 않았던


험악한 인상에 겁먹고 적당히 물러나길,


부디 녀석들이 =아가씨, 시간 있어?= 에서


=어이, 그림 좋은데?= 로 변질되지 않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며....



남1 - 어? 뭐야.


남2 - ...... 허어 이게 누구야?



나름대로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나였지만


녀석들이 날 본 순간의 반응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마치 이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한 얼굴,


하지만 결코 반가움은 보이지 않는...


설마 나랑 같은 과 동기들인가?



최악의 경우라도 선수는 놓치지 않는다는 각오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던 난


잠시 그들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서 평소 인간관계에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건데...



남3 -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눈친데?


남2 - 야, 우리 생각 안 나?


기억 - .... 유감스럽게도. 누구냐? 너희들은.


남1 - 하아... 이것 참 우린 너를 잊은 적이 없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그다지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던 듯


나와 한나 주위를 에워싸고


슬슬 긴장의 수위를 높여가는 그들.


난 손안의 커피캔을 꾸욱 움켜쥐며


녀석들의 동태를 주시했다.



남2

- 그때도 뭔가 좀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허어 이것 참 일이 이렇게 되니까


우리 꼴이 영~ 지랄 맞네.



남3 - 그러게, 완전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 같아.



자기들끼리 영문 모를 말들을 주고 받으며


피식피식 실소를 흘리는 그들.


분위기가 좋지 않음을 확신한 난


다시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나와 원한관계에 있을만한 사람들을 추려보았다.



...... 너무 많다. 대체 누구지?


세 명이 한 세트... 하나같이 얼굴엔 자잘한 흉터가....



다음 순간, 섬뜩한 한기와 함께 떠오른 지난 일이 있었다.



기억 - 너희들.... 지난 번 버스....!!


남1 - 어유, 이제 생각났어?


기억 - ..... 한나야 도망쳐!!


=파악!=


남1 - 아악!



일단 한나의 퇴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 앞에 선 녀석의 얼굴을 향해


들고 있던 커피캔 중 하나를 힘껏 집어던졌다.


아까 안군이랑 마주쳤을 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그렇게 곱게 물러날 인간이 아니라는 걸....!



불시의 기습에 당한 남1이 고개를 숙인 순간


난 녀석의 안면을 무릎으로 받아 올렸다.



=콰직!=


남1 - 칵?


기억 - 한나야 어서... 억!



일단 퇴로를 뚫고 한나를 찾아 고개를 돌린 순간


묵직한 주먹이 옆머리를 강타했다.


그리고 이내 반대쪽에서 옆구리를 향해 들어오는 발길질.


역시.... 쪽수엔 못 당하는 건가?



한나 - 꺄악!! 오빠!!


남3 - 넌 가만있어!



다행히 한나는 남3에게 한쪽 팔만을 붙잡힌 채


활발히 저항하고 있는 상태.


저 정도면 아직 도망갈 기회가 있다.



재빨리 뒤로 몸을 굴려 자리에서 일어난 난


나머지 커피캔 하나를 남2를 향해 집어 던졌다.



남2 - 으츠! 이런 치사한 새ㄲ....



유감스럽게도 같은 수는 두 번 안 먹히는 듯


커피캔을 피한 남2는 그렇게 소리치며 날 향해 뛰어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바닥에선


내가 좀 더 구른 것 같다.


남2가 사정권 안에 들어온 순간


난 옆에 누군가가 버려둔 컵라면 그릇을 들어


그의 얼굴을 향해 국물을 부었다.



남2 - 끄악?!


기억 - 한나야 숙여!



일단 남2의 시야를 마비시킨 난


그렇게 소리치며 한나를 붙잡고 있는 남3에게 달려들었다.


한나가 내 목소리를 듣고 주저앉듯 허리를 숙인 순간


덩달아 자리에 주저앉는 남3.


짧은 시간 사이에 그녀와 같이 반응할 생각을 한


상황대처능력은 칭찬 할만 하지만


난 아무 망설임 없이 그의 머리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빠악!=


남3 - 크헉?


기억 - 한나야 이리와!



오만 꼼수로 위기상황을 타개한 난


서둘러 한나의 손목을 잡고 자리를 피했다.


일단 사람이 많은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그럼 적어도 한나까지 휘말리는 일은 피할 수.....



=쿵=



이제 막 뒤돌아 달리기 시작하는 그 때,


뒤통수로부터 강도를 추정하기 힘든 통증이 전해지면서


정신이 아늑히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돌멩이? 아니면.... 뭔가 다른 묵직한.....



한나 - .....오, 오빠!!


기억 - ........ 도망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저앉아 버리는 다리.


절망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


난 마지막 힘을 다해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난 밟히고, 또 밟히고, 처절하게 밟혔다.



민아야..... 왜 갑자기 네 생각이 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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