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불가설명서: 3억 원
잠이 모자란 중고생을 위한 특제 수면폭탄
준비물: 3억 원
극복할 과제: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의 수면부족 현상
이 분야에 가장 소질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사람과 내용을 조합한 수면폭탄을 제조한다.
(예: 전현직 교장, 경찰관, 피부과 의사 들이 입을 모아 들려주는
‘현대사 특강’!)
*****절대로 잊으면 안 됨!!
교육청은 강사료를 기준보다 높은 ‘특별 강사’ 수준으로 섭섭하지 않게 대우해줄 것을 학교에 ‘권장’한다. 학교는 교육청의 권장을, 평소 하던 대로 알아서 잘 긴다적용한다.
교육청: “귀하게 모신 분들입니다... 학교에서 알아서 특별대우 안하면 죽는다잘 하리라 믿어요”
학교별로 다섯 명의 강사와 수업내용을 정한다.
- 피부과 의사의 여드름 치료와 함께하는 올바른 국가관 정립
- 전직 교장 선생님의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으로 시작되는 건전한 가치관 함양
- 현직 의무경찰의 분말소화기 효과적 사용법과 올바른 역사 의식
...... 기타 등등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을 일렬로 앉혀 놓고 위 수면폭탄을 투여한다.
학생들의 수면욕구를 한순간에 집중하여 평소의 수면욕구 수치가 낮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팁: 최면에 가까운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프로그램으로는
현직 경찰이 진행하는 ‘112범죄신고 후 출동까지 묻지마 대기시간 생존법’ 실습 추천
* 주의: 부작용
일부 성질 ‘불온한’ 학생들은 수면욕 대신 아드레날린만 급상승해 청년성 고혈압으로 쓰러지거나 근처의 기물을 파손할 수 있으니, 특강을 개최한 교장선생님 이하 평소 학생들에게 신용을 잃은 선생님들은 근처의 동상 뒤나 컨테이너 박스를 찾아 대피하십시오.)
* 저런 곳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피내는피나는 수익사업과 기초 작업:
- 전국의 복지관에 지원하던 쥐꼬리 만한 예산을 벼룩의 코털 만하게 줄인다. 벼룩은 간을 빼내는 등 여러 모로 쓸 데가 많다.
- 전국의 근로자에게 유가환급금을 지원한 뒤 세율을 높인다.
- 고령자 및 청소년 최저임금을 낮춘다. 근로 수습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
- “강바닥을 팔 뿐 대운하는 아닙니다”라는 소문을 흘려, ‘알아서 듣고’ 몰려드는 투기 자금을 모아둔다.
- 수돗물, 의료, 교육비와 같은 공공재는 개인과 가족이 부담하도록 하고, 국가는 이런 일에서 최대한 손을 뗀다. 대신 골프장, 위락 시설, 모터로 돌아가는 인공 개천, 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데 그린벨트를 직접 투자하는 ‘녹색’ 건설에 집중한다.
- 경호원의 철통 보호 속에 가끔 세상에 강림한다. 시장 아주머니께는 목도리를 둘러드리고 포옹하는 사진을 찍으며 펀드 구매를 권한다.
- 역사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 하나를 찍어서 대표로 ‘좌 편향’이라는 낙인을 붙이고 “정부가 무섭지 않으냐”며 압박 수위를 높인다. 마침내 항복할 때까지... 미래 세대를 차츰 세뇌시켜 협조자로 길러내는 것이 목표.
- 전국의 신문, 방송 등 언론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다. 마침내 항복할 때까지... 모든 언론이 입을 모아 한목소리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목표.
- 전국의 양초 공장에 압박 수위를 높인다. 마침내 항복할 때까지... 대통령 직권으로 생산 중단을 할 수 있을 만큼 명령에 충실하도록 길들이는 것이 목표.
- 재벌들과는 휴대폰 커플요금제를 개통하고, 특히 정치자금을 댈 만한 기업은 세금 감면 방안을 법으로 보장한다. 그런 법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 인권 보장이 어쩌니 떠드는 귀찮은 비효율적인 법은 없앤다. 반대자들에게는 무기와 돈(경제 압박)과 불법 규정(사법 처리)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말로 설득하지 않는다.
- 이게 다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과 국민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김기협 지음/돌베개/2008.12./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