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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09 공연, 이 대결에 주목하라

김승현 |2009.01.03 20:22
조회 761 |추천 0
 우연치곤 절묘하다. 2009년 한국 공연계 키워드는 ‘맞대결’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색깔을 띤 두 공연이 동시에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가을에 유럽·미국의 양대 오케스트라 빈필과 뉴욕필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는 세기의 대결이다. 봄엔 피아니스트 키신과 무용수로 변신한 쥘리에트 비노슈가 ‘스타 파워’를 내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3월부터 동시에 무대화되는 하이든·헨델 클래식 시리즈와 ‘신데렐라’ 발레 공연은 얼마나 한국적 색채를 띠느냐로 판가름이 날 듯싶다. 고정관념을 깨고, 장르를 뛰어넘는 이들의 맞대결. 2009년 한국 공연계가 풍성한 이유다.

김호정·최민우 기자

‘여왕’비노슈 vs ‘황제’키신 서울의 전설을 쓴다
쥘리에트 비노슈‘스타’ 겉옷 벗고 춤꾼으로 재탄생
예브게니 키신 최고의 피아니스트 … 절정의 테크닉 기대

◆쥘리에트 비노슈=퐁네프의 연인이 보여줄 춤엔 과연 어떤 절망과 희망이 담겨질까.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45)가 무용을 한다. 영국의 혁신적인 안무가 아크람 칸과 함께 ‘인 아이(in-I)’라는 작품을 3월 국내에서 공연한다. 2008년 9월 런던 내셔널 시어터에서 초연된 따끈따근한 작품이다. ‘퐁네프의 연인들’ ‘잉글리시 페이션트’ ‘데미지’ ‘프라하의 봄’ 등으로 아카데미·베를린·베니스 영화제를 휩쓴 비노슈가 춤과 인연을 맺은 과정은 기막힐 만큼 우연이다. 2007년 어느날 비노슈는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사는 공교롭게도 아크람 칸 무용단 프로듀서의 아내였다. “너무 유연하신데요”라며 운을 뗀 마사지사는 비노슈에게 무용 공연을 보여주고 칸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렇게 둘은 친밀도를 높여갔고, 영화배우임에도 그림과 시 등 타 장르 활동에 거부감이 없던 비노슈는 전격적으로 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서 지난 1년간 영화 활동도 접은 채 춤에만 몰입했다. “전문 무용수는 아니지만 충만한 감성과 빼어난 유연성만으로도 비노슈의 춤은 진솔하다”는 게 안무가의 평이다. 수퍼 스타라는 겉옷을 훌훌 벗어던진 은막의 여제는 지금, 자신의 내면을 찾아 긴 여정을 하고 있다.

▶3월 19∼21일 LG아트센터



◆예브게니 키신=30번의 커튼콜과 10곡의 앙코르.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37)이 2006년 4월 한국 공연에서 세운 기록이다. 표를 구하지 못한 100여 명의 팬이 공연장 로비에서 모니터로 연주를 지켜봤다. 10대 소녀부터 나이 지긋한 음악 애호가까지 수천 명이 모인 사인회는 자정을 넘겨 끝났다.

이 ‘전적’ 때문에 키신 독주회에 쏠리는 관심은 티켓 매진 여부를 넘어선다. 4월로 잡힌 공연의 티켓 오픈은 이달 8일. 이 무대를 기획한 크레디아의 김수진 대리는 “홍보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공연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청중이 많다. ‘스타 파워’를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세에 데뷔한 후 ‘신동’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키신은 이견이 없는 완벽한 연주를 자랑한다. 30대의 전성기에 접어든 그는 이번 내한에서 작곡가 두 명을 꼽았다.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조곡으로 시작해 쇼팽의 연습곡으로 끝나는 프로그램이다. 두번째 한국 공연에서 ‘수퍼 스타’가 남길 기록이 2009년 음악계의 뜨거운 관심사다.

▶4월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뉴욕 필 vs 빈 필
미국·유럽 대표 교향악단 맞대결









뉴욕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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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Art◆뉴욕 필=이달 12일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그랜드 오픈 데이’. 7년 만에 새 지휘자를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뉴욕 토박이 앨런 길버트(41). 2007년 7월 지명됐고, 이날 첫 기자 회견과 짧은 콘서트를 연다. 말러·토스카니니 등 역사적인 인물을 거쳐 가장 최근 상임 지휘자인 로린 마젤(77)까지, 그간 유럽 태생의 지휘자를 주로 모셔왔던 뉴욕 필에 온 첫 뉴욕 태생 지휘자다. 바이올린 단원 부모를 둔 ‘뉴욕 필 키드’이기도 하다.

167년 역사의 미국 최고(最古) 교향악단 뉴욕 필은 몇 년 새 ‘흘러간 명문’이라는 평을 들어야했다. 각종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밀려났고(2008 영국 ‘그라모폰’ 선정 12위), 스타 지휘자(다니엘 바렌보임)를 영입하려다 거절당했다는 일화도 나왔다.

젊은 지휘자 길버트는 뉴욕 필이 명예 회복을 위해 던진 카드다. 오페라 반주부터 차근차근 시작한 길버트는 ‘전통’과 ‘역사’라는 뉴욕 필의 키워드를 ‘젊음’으로 바꿀 의무를 지고 있다. 10월 공연이 대형 오케스트라 내한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새 선장이 아직 고르지 않은 연주 곡목 또한 관심사다.

▶10월 12~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빈 필

◆빈 필=빈 필하모닉, 주빈 메타, 축제 분위기. 오스트리아 빈의 ‘대표 이미지’가 모두 모였다. 빈 필은 2007년부터 매해 여름, 빈의 쉔브룬 궁전 앞에서 야외 음악회를 열고 있다. 10만 명 넘는 청중이 모이는 진풍경이다.

한국에서도 2003년과 2006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공연했던 빈필은 이번 내한 공연 또한 ‘야외 축제’를 컨셉트로 잡았다. 실내 클래식 전용홀을 벗어난 무대에서 축제 분위기로 진행되는 공연이 준비 중이다.

상임 지휘자를 따로 두지 않는 빈 필의 신년 음악회를 네 번(1990·95·98년, 2007년) 이끌면서 이 오케스트라의 ‘대표 지휘자’처럼 인식되는 인물이 주빈 메타(71)다. 올해 해외 투어의 지휘봉을 잡고 한국을 찾는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축으로 브람스의 작품 등을 연주할 것으로 점쳐진다.

협연자는 소프라노 조수미(46). 빈 필은 ‘흥행 파워’의 소프라노를 골라 대형 무대의 분위기를 톡톡히 낸다. 다만 ‘티켓만 비싼 체육관 공연’의 오명을 벗기 위해 음향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9월 중/장소 미정



신데렐라 vs 하이든·헨델
발레·클래식 ‘국내파’의 실험정신









신데렐라

신데렐라=2005년이었다. ‘21세기적인 안무갗라는 평가 속에 혁신성으로 똘똘 뭉친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는 자신이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모던 발레 ‘신데렐라’를 공연했다. 충격이었다. 동화의 낭만성은 전혀 없었다.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신지 않고 맨발로 춤추었다. 유려함이 거세된 기하학적인 무대 세트는 얼음장마냥 차가웠다. 의상 또한 우주복을 연상시킬 듯 괴이하고 엉뚱했다. 그러나 공연에 대한 대중의 열기는 뜨거웠다. 평론가들도 앞다투어 2005년 최고의 무용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파격의 ‘신데렐라’가 2009년 우리 손으로 재현된다. 보수적이고, 클래식 발레 위주로 작품을 올렸던 국립발레단으로선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최태지 단장은 “‘백조의호수’ ‘호두까기인형’ 등 안정적인 레퍼토리에만 안주해선 발전이 없다. 위험을 안고 돌파하는 게 예술의 본질이다. 동시대 해외 흐름을 그대로 빨아들이고 싶다. 무용수들의 기량 역시 세계 최고와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마이요의 첨단 감각이 어떻게 한국적으로 해석될지, 한국 모던 발레의 미래를 좌우할 무대임에 틀림없다.

▶3월 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하이든·헨델

◆하이든·헨델=2009년은 하이든·헨델의 해다. 100곡 넘는 교향곡을 남긴 하이든의 서거 200주기, 바로크 음악의 기둥인 헨델의 서거 250주기다. 외국 교향악단(하이든 필하모니,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 등)과 연주자(미샤 마이스키, 톤 코프만)가 내한해 이 두 작곡가를 되살려낸다.

‘수입’되지 않은 추모 열기도 뜨겁다. 한국 연주자들이 모여 두 작곡가를 기억하는 금호아트홀의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가 열린다.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진·양고운(바이올린), 박수현(피아노), 오주희(쳄발로), 노부스 콰르텟(현악 4중주) 등이 출연하는 무대다.

3월 한 달 총 4회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현대화되기 이전의 시대 악기로 하이든을 연주하는 첫회를 시작으로 ‘하이든과 현악 4중주’ ‘헨델과 바이올린 소나타’ 등의 제목을 뽑았다. 작곡가들의 대표작보다는 ‘숨은 보석’ 급의 작품이 많이 소개될 예정이다. 국내 연주자들이 기획력과 아이디어로 틈새 시장을 노린 추모 시리즈라 할 만하다.

▶3월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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