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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24>"우리 애기가 방구를 꼈는데 냄새가 평소랑 다르게 지독해요..."(???)

우재혁 |2009.01.04 07:30
조회 396 |추천 0

응급실에는 참으로 다양한 환자들이 온다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며 소화제 먹어도 계속 그렇다 그러는 아가씨
-식은땀을 뻘뻘흘리며 가슴아프다 소리치는 중년의 아저씨
-심심했는지 아니면 원래 말썽쟁이인지 자기 배꼽에 화장품 샘플병을 꽂고 아프다고 소리치는 꼬마
-아저씨들끼리 술마시다가 내기에 져서 똥꼬에 백세주병 넣고 안빠진다고 하는 아저씨
-남편이 바람펴서 남편한테 성질내다 과호흡해서 안그래도 억울해 죽겠는데 팔다리 마비되었다고 오는 아줌마
-아들한테 맞아 여기저기 시퍼렇게 멍이 들어 아프다며 소리치는 할머니
-폭주 오토바이 운전자가 오토바이 타고 가다 막대기 같은걸로 전혀 알지도 못하는 환자를 때려 손이 부러진 청년

 

 

하여간 사연도 많다....(내가 응급의학과를 해서 좋은...아니 의사를 해서 이런 다양한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재미랄까?)

 

어쨌든 다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응급실에 온다..

 

다들 급하다

 

아프니까..

 

 

근데 정말 미안하지만 응급실에서는 모든 게 순서가 있다..절차가 있고...

 

은행가면 대기번호표 뽑고 기다리다가 창구에서 부르면 가지 않는가...

은행에서는 기다리면서 응급실에서는 기다리지 못한다...

 

아프니깐...


하지만 응급실에서는 환자도 순서가 있다

 

물론 중환자 순서다

1. 호흡 맥박이 없게 된지 얼마 안된 사람(시체) 또는 혈압 및 맥박 등 활력 징후가 안좋은 사람
2. 의식을 잃은 사람
3. 한쪽 팔 다리가 마비된 사람
4. 가슴통증을 호소하거나 숨이 찬 사람


이 먼저다

딱 봐도 그냥 안좋은 상태이려니 할정도다...의사가 손안대면 죽을 것 같은 사람들....생각보다 많이 온다.

 

하지만 경증 환자가 80%는 되는 것 같다.

 

-"감기인 것 같아요. 주사 좀...동네병원가면 사람이 많아서...기다리기 힘들까봐.."

-"저녁때 치킨을 좀 먹었는데 그러고 나서 변이 좀 묽게 나와요"

-"혹시 성병 검사좀 할 수 있나요???지난주에 사창가 갔다왔는데.."

-"눈을 비볐는데 눈이 따끔거려요..."(알고 보니 눈썹이 들어가서 면봉으로 빼주고 집으로 보냈다..제길)

-"혈압약 떨어져서 오늘아침에 병원 온대면서 깜빡해서요..약좀주세요"

-"우리 애가 넘어지면서 선인장을 짚었는데 가시 박혔나 좀 봐주세요"(?????집에서 봐도 될 걸...)

-"우리 애기가 방구를 꼈는데 냄새가 평소랑 다르게 지독해요..."(???)

-"애기가 밥도 잘먹고 잘 놀았는데 갑자기 울어요!!"


갈수록 가관이네..

이보다 더 웃긴 일도 많았는데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군....


하여간 경증 환자들은 바쁘다며 본인들 빨리 좀 봐달란다. 시간없다고....의사를 보챈다....

 

그러나 위에서 본 중증 환자들은 아프다고 말도 못한다....의사입장에서는 더 힘겹고 무서운 사람들이다...

아프다고 말을 못하니깐....그리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잘못 되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중환자를 보고 있다보면 경증 환자는 늦어질 수 밖에 없다...미안하지만...

응급환자에는 순서가 있다....

 

본인 손톱 밑에 가시 박혔는데 엄마가 의식이 없으면 가시 먼저 빼달라고 할 건가???

 

기다리는 미덕을 배우자....응급실에서는 빨리 빨리 하지 말자....

중국집에서도 빨리 빨리 하면 짜장면에 침뱉는단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안그러고 싶긴 하지만...

자꾸 싫은 소리 많이 하는 환자는 잘 봐주기 싫고 빨리 집에 보내고 싶다...

 

짜증나고 힘들어서가 아니다.

 

자꾸 경증 환자에 신경쓰다 보면 죽을 똥 살 똥 하는 사람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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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증환자가 응급실에 대다수를 차지해서 응급실이 혼란스러워지고 중환자들이 제대로 케어를 받지 못하고 있는게 우리나라 응급실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본다.

 

1. 경증 환자가 응급실 침상을 차지 하고 있고 굳이 큰 병원에 입원하려 하기 때문이다. 큰 병원의 문턱이 너무 낮다

 

 우리나라에도 "경증환자는 작은 병원에서, 중증 환자는 큰병원에서" 라는 모토가 있기는 하나

 국민들에게 인식을 잘못심었다. 국가의 잘못인지 국민의 잘못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우나
 
- "큰병원 가야 정밀 검사를 해서 정확히 진단을 하지....개인 의원가면 검사도 못해....오진률이 50%라는데"
(개인 의원에서는 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다. 환자가 이상하면 당연히 큰병원 보내서 검사 하라고 권유한다)
라는 방송도 때리고

 

 -"중소 병원에서는 수술실에서 수술기구를 소독해서 쓴다!!"(이건 우리나라 큰병원도 마찬가지 이다.)
라는 방송도 때리고

 

 -"중소 병원에서는 허위 부당청구를 한다"
라는 방송 때려서 중소 병원가면 마치 환자가 돈을 많이 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언론과 정부가 짜고 환자와 병원을 우롱하고 있다...

왜냐면 그래야 환자가 의사와 병원을 안믿고 병원을 덜가거나
작은 의원에서 의료 보험에 청구하는 것을 줄일 수 있어
보험료를 국민이 덜 내게 되고 그래야 좋은 정부라는 평가를 받게 될 거라고

정부가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 큰 병원만 가게 만든다.

 

 환자가 의사를 믿지 않으면, 의사가 환자에 몰입하지 않으면 둘다 지는 거다...진료는 제로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큰 병원에 가면 환자가 많아서 제대로 진료 못받는다. 우리나라 현실이다.

 

 

2. 우리나라는 의사가 너무 적다.
 미국에서는 응급실에서 손가락을 간단히 꿰메면 백만원 가까이가 나온단다.(물론 이런 미국의 제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 한명이 소수의 환자를 진료해도 어느정도 수지타산이 맞는단다. 그래서 의사를 많이 뽑아도 의사개인이나 병원이나 유지가 된단다.
 
 우리나라의 수가는 터무니 없이 낮아서 손가락 꿰메고 나면 기껏해야 10만원도 안나온다. 병원에서도 얼마 남는 게 없다. 의사한테도 남는게 없다(대부분이 기구값과 약 값이다.)

 

 그래서 의사와 병원들은 환자를 많이 유치하려 하고 의사의 숫자를 줄이자고 한다. 그래야 의사되기까지 들인 공, 다른 학과에 비해 두배 가량인 등록금(6년이나!!), 10년가까이 수련의 시절을 겪는 보상(대기업 신입사원 초봉 4000만원/의사 막내 인턴 초봉 2400만원),  잠안자고 일한 값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를 줄이면 줄일 수록 피해보는 것은 환자다.


 학생때 배우기로는 환자의 history taking(문진...어디 아픈지 묻는 것)을 잘해야 정확한 진단에 다가가고 환자와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고 배웠다.
 레지던트 때 배우기로는 환자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고 만져보면 정밀 검사를 하기 이전에 어떤 병인지 답이 나온다고 배웠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쏟아지는 환자를 다 보려면 환자랑 말하는 것은 고작 3~4분. 배아프다면 배와 관련된 질문만 하고 배를 만지면 끝이다.

 당연히 환자 자체를 볼 수 없다. 그 사람의 문제를 다 파악할 수 없다.

 환자를 이해하고 진짜 환자에게서 배우고 싶다.

 

 미국에 연수 갔다온 친구의 말에 의하면
 미국 병원에는 환자 의자가 안락의자고 의사의 의자가 동글뱅이 굴러다니는 의자란다. 환자를 요목 조목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이다.
 진료는 한 환자당 최소 30분이란다.

 부러울 따름이다.

 

 어쨌든 환자를 제대로 보게 하기 위해서는 수가를 올려서 의사를 줄이지 않아도 의사들이 먹고 살수 있게 해야한다. 잠못자고 일만하고 의사의 아들이 아빠 얼굴 본 적없어 아빠를 보자 마자 낯가려 우는 그런!!!개고생해서(명절때 조상님께 절해본지 4년이 넘었네..) 적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다면 아무도 의사하려고 안할 거고 자기 자식이 의사되었다고 자랑하지도 않을 것이다. 의대 입학 성적은 떨어질 것이고 의사의 수도 줄어들 것이다.

 

 

 수가를 올리기 위해서는 서민들한테 의료비 많이 내라 그럴 것이 아니라 보험료의 누진 개념을 더 확고히 하여 많이 버는 사람의 의료보험료를 잔뜩 매겨서 수가를 높여 다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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