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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24>매력적인 음료 "술"...그러나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마약

우재혁 |2009.01.11 17:52
조회 592 |추천 0

오늘은 알콜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한다

 

 

술!!!!!!!!!

 

 

 

나도 좋아한다. 아래와 같으면 좋긴 하겠다만....

 

 

 

 

 

저 광고의 매혹적인 아가씨들만 봐도
아니 차가운 쏘주 병에 맺힌 이슬(특정상품에 대한 것이 아님..아님 말고..)

매혹적인 음료임은 당연하다

 


어떤 때는 괴로움에서 도망가기 위해
어떤 때는 즐거움을 축하하기 위해
어떤 때는 고삐리들가 다른 애들보다 본인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어떤 때는 사랑 고백을 위해

 

 

어떤 논문을 보면 맥주 두잔 정도면 내 앞에 있는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나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전통의 최음제라는......

 


맛은 쓰지만 어찌보면 본능에 충실한 사람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먹을거리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멋진 말이 있듯이...술을 마실 때도 지나친 것은 사고를 부른다...

 


응급실을 싫어하는 인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중의 하나가

"drunken"때문이란다...

 

drunken이란 술에 취한 환자를 짧게 부르는 말로....

drunken tiger--힙합 빠삐용!!

 

 

 

가 아니고 실제로 완전 취해서 비몽사몽, 객기충천, 과격태도 등을 보이는 술에 취한 환자들이다..

 

사실 다루기가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의사소통이 안되는 사람도 있고, 본인이 어디 아프다고 말 못하는 사람도 많다

 

 

오늘도 환자 한명이 왔다

 

어제 교통사고로 본원에 내원해 오른쪽 눈가가 찢어져서 꿰메고 갔는데 오늘 다른 병원 갔더니 턱뼈가 부러졌다 했다며 화를 내며 본원에 내원했다.
전날 차트를 보니
"만취상태로 조수석에 앉아있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눈가에 피를 흘리고....어쩌구저쩌구.."
라고 써있다...

 

 

만취상태...!

 

적당한 술은 통증을 잊게 해준다. 하지만 많이 마시면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다. 손목이 부러져도 만취한 사람은 손을 잘도 움직인다.
오늘 내원한 환자도 전날 만취상태여서 본인이 어디가 아픈지 호소를 못해 x-ray로 간단히 진단가능한 턱뼈의 골절을 확인받지 못했다.


의사도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다...매번 강조하지만 의사는 신이 아니다. 아픈사람을 덜 아프게 해주기 위해 돕는 것일 뿐...


아픈데가 어딘지 제대로 말을 안한다고 술취한 사람을 가지고 여기저기 x-ray를 다 찍을 수는 없다.비용도 비용이지만


x-ray많이 찍으면 암도 발생할 수 있다...

 

술마시고 다치지 말거나 병원에 오지 말아야 한다.

 

drunken tiger의 가장 흔한 경우는 이렇다


119대원의 말에 의하면
 "길가에 쓰러져 있는 것을 동네 주민이 발견하여 119에 신고가 들어왔구요 가서 보니 의식은 없는데 다행히 vital sign(활력징후, 혈압 등)은 괜찮아서 데리고 왔습니다."

 

 

이런 경우 정말 난감하다. 외상이 있다면 외상에 대해서도 검사를 하고 들여다 봐야 하고,
의식이 떨어진 이유가 혹시나 몸의 다른 이상이 있거나 뇌 손상이 있지 않은지 다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먹던 땅콩이 잇몸사이에 박혀 있는 입안에서 술냄새가 나는지 냄새를 맡아보는 것도 의사가 할 일이다.

 

더러워..???난 맨날 하는 짓인데...

 

술로 인해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술마시고 걷다 전신주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술 고래로 간경화 있어 몸에 암모니아가 쌓여 의식을 잃을 수도 있고, 진짜 온전히 술에 취한 것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이를 감별하기 위해 피검사, 뇌brain CT, x-ray등의 검사를 해야한다.
다행히 검사상 아무이상이 없으면 괜찮지만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


그냥 단순히 alcohol intoxication(술먹고 떡이 된 상태)인 환자라고 생각했는데 의식이 깨지 않아 뇌brain CT를 찍어봤더니 뇌출혈이 있더라...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의사는 검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검사 해놓고 별 문제 아니면 상관이 없을까????노노No No

 

"별문제 없고 집에가서 해장좀 시키시죠"
라고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면


"CT나 피검사는 뭣하러 했냐고, 돈이나 밝히는 의사새끼들은 돈 벌어먹으려고 검사란 검사는 다 한다"

 

고 속상하게 한다....

 

자기 아들, 남편, 부모가 술먹고 떡이되어 자는거 병원에서 깨워줬더니, 죽을 병인지 아닌지 확인해줬더니 절대 돈은 못내겠단다.
만약 뇌출혈이 있거나 저혈당이거나 다른 문제가 있다 그러면 오히려 더 좋아할까?

노 코멘트....그냥 난 할 수 밖에 없다...술먹고 주무시고 있는 분이 죽을 상황은 아닐꺼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기 때문에...

 


술에 의해 또 문제가 되는 것은 "객기"이다


객기를 부려, 호기를 부려 좋아하는 여인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아름다운 광경은...생각만해도 짜릿한 장면이다....물론 필름끊기면 아무 소용없지만...

 

응급실에 술마시고 다쳐서 들어오면 보통 환자는 피흘리며 드러누워 코골고 자고 있고, 같이 술먹고 피를 본 보호자가 더 흥분해서 설친다.

 

"피나는데 술취했다고 가만히 냅두냐?빨리 안해주면 ....18!"
"지금 술 취하면 환자는 환자도 아니냐?...18"
"내가 이병원을 몇번이나 왔다간 단골인데 빨리 안해주냐!!!!병원장 나오라 그래!18"
" 얘 피흘리다 죽으면 니들 다 죽을 줄 알어!병원새끼들 18"
"그래...내가 술 좀 먹었다....술 먹었다고 무시하냐? 꺽..."
"술마시고 오면 돈없는 거 같냐??치료나 빨리 할 것이지 접수는 무슨 접수야!돈 많으니깐 치료나 해!"

 

결국 이런 얘기...우리 세계 말로는 acting.....을 다 들어주고 보호자 달래주느라 시간이 더 지체가 된다. 나도 환자 빨리 해결해 집에 보내고 쉬고 싶다..acting하면 어쩔 수 없이 길어진다.

 

술 취한 환자도 의사에게는 환자다. 다른 생각없다...

 

꿰멜때 의식없는 환자가 막 움직여서 이쁘게 못꿰메 주는 것은 미안하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제발 객기로 자기 친구, 아빠, 아들, 남편이 좋아지게 만들어주는 것을 방해하지 말자...

 

 

며칠 전에는 어지럽다며 병원에 온 아저씨가 있었다.


알고보니 술때문에 간경화가 생겨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람으로 이전에 위장, 식도 출혈로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더라...


그날은 어지럽다고 왔는데 검사를 해보니 빈혈수치(hemoglobin)가 정상인의 3분의 1수준인 4밖에 안된다.
알고보니 대변이 까맣게 나왔다는 것.......또 위장출혈의 재발이다....죽을 지도 모른다....


결국 L-tube(코로 넣어 위까지 넣는 가느다란 튜브)를 넣었고

 


혈압이 불안정해 central line(혈압등을 모니터 하기 위해 심장으로 넣는 주사임)로 위험한 상태와 죽음을 대비해야 했다..

 

하지만 환자는...

 

"이딴거 다필요 없어 몸에 다는 것은 다 귀찮아. 저리들 꺼지라고!"
라고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무지막지한 목소리로 응급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치다

 

 

결국은

 

이번에는 피를 토하고 말았다...

 

이러다 죽는 사람 많이 봤다...나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아랫년차에게 듣고 다시 환자에게로 갔다..

 

나-"제발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하세요...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필요없어 몸에 다는 거 다 귀찮아 좀 내비두세요!"


나-"이러다가 환자분 죽을 수도 있어요 제발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하세요!"


그 사람-"니가 내가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이딴 거 하든 안하든 죽을 사람은 죽는거고 난 죽어도 되니깐 내비둬!그리고 이딴 병으로 몇년을 고생했지만 안죽었어. 맨날 술먹어 이딴 병 생겼어도 난 지금도 술 먹어. 죽는건 내 운명이니깐..!"

 

나도 화가 났다...

 

이러다 죽는 사람 많이 봤다. 특히나 내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은 정말이지 보기 싫다. 의사라서 사람 죽는 거 많이 봤지만 사람 죽는 것을 보는 것은 늘 씁슬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더 그렇다. 하지만 이사람은 내가 살릴 수 있다!

 

나-"당신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의사 앞에서 환자 죽으면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아?죽고 싶으면 집에서 쳐 죽지 왜 내앞에서 죽겠다는 거야?!!진짜 죽고 싶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그러다 협박아닌 협박을 해버렸다...
인생을 쉽게 포기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화가 나고 정말 미웠다. 반말로 나도 소리쳤다!

 

나-"죽고 싶으면 이거 다 잡아빼고 병원밖에 나가서 죽든지 내앞에서 죽겠다는 말은 하지마!당신 살려줄테니깐 말좀 들어!:"


그 사람은 뛰쳐 나가려고 앉아 있다가 얌전한 고양이 마냥 다시 조용해졌다.

 

다시 누워서 시술을 받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환자한테도 내 진심이 전달된 듯하다. 환자는 갑자기 고분고분해졌다.

눈물이 났던 것은 그 사람 인생이 안타까워서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의사랍시고 사람 살린다고 하지만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의사라서 많은 죽음을 봐왔지만 내 눈앞에서 사람 죽는 것은 보기싫다. 환자가 살아서 나가야 내 마음이 편해지는....

 

나의 마음의 위안을 위해 소리쳤던 것 같다.

 

 

술 먹고 소리치는 사람도,

술 때문에 고통스러운 병을 갖게 된 환자도

 

그저 환자일 뿐이다.
의사가 살리고 싶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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