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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좋은 친구들 (Goodfellas)

김형석 |2009.01.18 15:55
조회 132 |추천 0

 

 

As far back as I can remember, I always wanted to be a gangster...

 

이 경쾌한 한마디를 시작으로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 은 시작한다. 내가 처음 <좋은 친구들> 을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난 당시 대부 (The Godfather) 를 보기위해 새벽 1시에 AFKN 을 켰고 새벽까지 기다린 보람도 잠시 내가 신문에서 The Goodfellas 를 The Godfather 로 착각해서 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우연의 일치라고 넘기기엔 상당히 묘한 에피소드였다. <대부> 가 창조한 마피아의 신화를 철저히 해체한 <좋은 친구들> 이 <대부> 와 철저하게 반대의 대칭점에 존재하는 걸작이라는걸 생각하면 참 묘한 에피소드다.

 

<대부> 가 마피아라는 상징적인 조직을 통해 가족을 이야기한 영화라면 <좋은 친구들> 은 본격적으로 마피아라는 조직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화이다. <좋은 친구들> 에서 마피아들은 화려한듯하면서 초라하고 비열하며 나약하다. 어려서부터 갱스터들의 삶은 동경한 헨리 힐 (레이 리요타) 는 잘나가는 마피아가 되고 동료인 지미 더 젠트 (로버트 드니로), 토미 (조 페시) 와 함께 갱스터로서의 화려한 삶을 만끽한다. 아이들윈드 공항 갈취 사건을 비롯한 여러 절도 사건으로 큰 돈을 벌고 여자를 차지하고 화려한 삶의 정점을 달리던 헨리의 완벽한 삶에는 작은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토미는 홧김에 마피아 중간급 일원을 죽이고 헨리와 지미는 이를 은폐한다. 감옥에 다녀온 헨리는 마약을 팔지 말라는 보스 폴리의 말을 무시하고 마약을 팔기 시작하고 결국 FBI 에게 꼬리가 잡히고 만다. 헨리는 감옥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동료들을 밀고하고 토미는 암살 당한다.

 

<좋은 친구들> 은 <레이징 불> 과 비슷한 궤도를 그리며 폭력의 유혹, 화려함, 허망함을 보여준다. 영화 전반부에서 스콜세지는 폭력의 글래머스한 단면과 유혹을 그린다. 영화 초반 부 헨리는 말한다. "갱스터가 되는건 평범한 사람들로 가득찬 마을에서 비범한 사람이 되는 것과 같았다 (being somebody in a town full of nobodies)" 헨리는 평범하게 돈을 벌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경멸하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폭력적인 삶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실제 영화 전반부에서 리드미컬하게 보여지는 갱스터들의 일상은 유쾌하며 쿨하다. 폭력에 대한 화려함이 정점을 찍는 장면은 그 유명한 코바 카바나 레스토랑 씬이다.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 평범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클럽 지하 통로로 유유히 들어가는 헨리 힐 커플의 모습을 스콜세지는 롱 테이크로 보여준다. 이 놀라운 씬에서 카메라는 마치 신기한 미지의 세계에 들어선 아이 같은 시점으로 정점에 달한 폭력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헨리의 결혼식 이후 <좋은 친구들> 은 폭력에 의해 파멸되어가는 군상들의 초라한 모습을 서서히 보여준다. 헨리의 결혼은 엉망이고 토미는 점차 싸이코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지미는 큰 건수를 올린 뒤 절친했던 동료들을 모두 제거하는 냉혹함을 보여준다. 헨리가 본격적인 파멸을 맞는 계기는 마약이다. 마약을 밀매하며 마약 중독자가 된 헨리 힐의 편집증적인 모습을 레이 리요타는 놀랍도록 생동감있게 묘사하고 헬기가 자신을 추격한다고 믿는 헨리의 모습은 헨리의 파멸이 절정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FBI 헨리에 검거 된 후에는 폭력이라는 허울 아래 지어졌던 모래알 같은 우정과 삶의 허상이 처절하게 보여진다. 난 <좋은 친구들> 에서 폭력의 허상을 보여주는 정점이 두 장면있다고 생각한다. 그 처음은 헨리의 아내가 지미를 방문하는 부분이다. 지미는 헨리의 아내에게 코트를 하나 가져가라고 권유하며 창고로 들어오기를 권한다. 헨리의 아내는 지미가 자신을 죽일거라는 불안함이 들고 고민하다 도망친다. 이 씬의 놀라운 점은 헨리의 아내가 느끼는 긴장감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로버트 드니로의 모호한 표정과 스콜세지의 긴장감을 짜내는 연출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에게 혼란을 준다. 과연 지미가 헨리의 아내를 죽이려고 했을까? 또 한 장면은 마지막 법정씬이다. 이 법정씬은 영화 초반 법정씬과 대구를 이루며 하나 하나 동료들을 밀고하는 헨리의 비열함을 보여준다. 이 두 씬을 통해 스콜세지는 헨리가 평생을 매혹되어 모든것을 바쳐 추구한 폭력이 얼마나 허망한지는 보여준다. 한때 좋은 친구들 (goodfellas) 라고 부르던 친구들이 순식간에 서로를 죽이고 의심하고 배반하는 모습... 하지만 <좋은 친구들> 이 특별한 이유는 헨리가 끝까지 회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력적인 삶은 살다 자신의 죄를 후회하는 많은 영화들과 달리 스콜세지는 끝까지 냉소적인 시선을 버리지 않는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놓인 헨리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평범한 삶을 살게되고 폭력을 그리워한다. 자신을 파멸로 이끈 폭력에 끝까지 매료되는 헨리의 모습은 폭력에 눈을 돌리면서도 매료되는 인간의 이중적인 심리를 대변하는게 아닐까?

 

<좋은 친구들> 이 걸작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콜세지의 천재적인 연출력이다. 나레이션, 정지 화면, 롱테이크 등 다양한 영화적 기법을 스콜세지는 자유분방하게 사용하고 이런 연출 방식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한다" 는 갱스터들의 삶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스콜세지는 폭력이 인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항상 위트를 유지하고 리드미컬하게 영화를 진행한다. 절묘하게 편곡된 음악들과 한 컷 한 컷마다 열정과 리듬이 느껴지는 연출은 스콜세지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별미다. 무엇보다 그 어느 영화보다 현실적으로 갱스터들의 삶을 보여주었고 이는 <대부> 에서 보여진 기품있는 갱스터의 이미지를 철저하게 해체하는 역할을 한다. <좋은 친구들> 에서 갱스터들은 기업가, 정치인들을 주무르는 어둠의 손이 아니라 돈을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하는 양아치 건달이다.

 

<좋은 친구들> 은 스콜세지 영화답게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은 미치광이 토미를 광기 가득찬 연기로 표현한 조 페시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 과 로버트 드니로에게 공을 돌리지만 난 레이 리요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당시 젊은 신성이던 레이 리요타의 연기야 말로 <좋은 친구들> 의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요소였다고 본다. 패기 가득하면서도 어딘가 유약해보이는 눈 빛, 마약에 중독됬을때의 불안함에 가득찬 눈빛....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동료들을 밀고할때의 미안한듯하면서 비열한 눈빛... 새삼 레이 리요타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좋은 친구들> 은 걸작이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렇게 건방진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잘만든 영화다. 스콜세지 영화들을 이해하는 키워드를 읽을 수 있는 영화이고 폭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얻을 수 있는 영화다. 대배우들의 명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고 갱스터들의 삶에 대한 관음증을 채울 수 있는 영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럽게 재미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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