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잠을 설친다..
5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12시 넘어 잠이 들었는데 4시 반에 잠이 깬다...
산행 가는 날은 늘 이런 식으로 잠을 설치게 된다...다시 잠들려고 해도 잡생각에 정신만 더 또렷해진다...
5년 전에도 산우리와 함께 태백산 갈 기회는 있었다....그날 출발 시간을 잘못 알았던 까닭에 택시를 잡았을 때 대장님한테서
전화가 와 우린 떠난다....하면서 아쉽게도 가지 못했었다....그 아쉬웠던 기억을 뒤로 하지만 오늘은 대장님이 안 계신다..
대장님과 나와의 태백산 인연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는구나...
배낭을 챙겨 일찌감치 나가 동대구 집결지에 갔는데 예전에 타던 버스는 없고 시외버스정류장이 아니고 시내버스 정류장
앞에 버스가 한 대 있을 뿐이다.....LED가 번쩍이면서 산우리 레온불빛을 밝혀 놓고 있어 알 수가 있었다....
버스에 오르니 기사 아저씨는 첨보는 분이다...제일 뒤에 두 분이 계신데 첨보는 분들인 거 같다..
도야님과 여자 분은 닉이 뭐였지??...
하나둘 나타났는데 평상시 두산형님이 꼴찌인데 오늘은 남들보다 조금 일찌감치 나타나신다....
두산형님만 오면 다 왔다싶어 안나형님이 발차를 시킨다...
출발할 때 수퍼맨이 아직도 안 왔다고 안나형님께 말씀드렸는데 들은채 만채 먹히지 않는다...
뭔가 다른 얘기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는데 발차 얼마 후 수퍼맨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방금까지 버스가 있었는데 없어졌단다....황당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까지 계속 동대구에서 탔었는데......듬직하고 믿음직스런 수퍼맨의 존재를 안나형님의 뇌리에 각인시키지 못했다니
지금까지 자기 PR을 제대로 안하고 뭐한 거야 ??? ㅋㅋㅋ
버스는 신천역 근처에서 세우고 수퍼맨을 기다린다...
그 자리에서 수퍼맨을 태우고 서부집결지에서 울 산우리님들이 타는데 신청인원보다 5명이나 덜 탔다,..,
새해 첫 정기산행에 불참을 하다니....쯔쯔.... 오늘 안 온 것을 후회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1시간 여를 달려 안동휴게소에서 순두부국밥을 한 그릇씩 말아서 싹 비운다.....
눈구경 하러 가는 사람들로 휴게소는 넘쳐난다...화장실에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아줌마들은 남자화장실까지 침입을 한다...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이 비가 태백산에선 제발 눈으로 바뀌길 간절히 빌어본다...
태백산을 향하여 출발이다.....자기 소개시간을 갖는다...신입회원 몇 명까지 모두 인사를 마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말문이 안 트이니 그냥 닉네임만 소개하고 나오려 했지만 오늘도 여지없이 횡설수설 하고 만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목적지까지 30여 분을 남겨두고 의외의 복병를 만난다...
버스가 가지도 않고 옴짝달싹 하지 않는다...앞에 서 있는 차들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른다..
다른 차들은 옆으로 비켜서 간다...왜 우리 차만 안 가는 거야?
20여분을 기다리다가 출발하는데 마침내 사고현장을 볼 수 있었다..
느림산악회 ? 많이 들어본 산악회 이름인데 혹시 KJ산악회 자매 산악회도 느림보산악회인데 같은데가 아닌가?
느리게 가는 산악회인 거 같은데 어쩌다가 버스 앞뒤 양쪽 다 찌그러졌단 말인가?
이래서야 이 분들의 오늘 눈산행은 엉망이 되겠구나 싶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느 새 빗물이 눈발로 바꼈다... 우비도 안 가져왔는데 너무 다행이다...
태백의 오늘 일기예보는 눈 비 올 확률이 낮에는 10%..오후에 70%라고 하던데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되었다..
우린 갈 길이 바쁘다....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한 형은 벌써 목적지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드뎌 유일사매표소에 도착을 한다...겨울눈을 즐기러 온 산객들로 넘쳐난다....
이번 주 1월 30일(금)부터 2월 8일(일)까지 눈꽃축제가 열린다는데 오늘도 성미 급한 사람들로 밀려든다...
여기서도 화장실은 발 디딜틈이 없고 현지인과 접촉하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럭키형을 현지인에게 인수인계를 하여 오랫만에 회포를 풀도록 하고 산우리는 매표소를 지나 설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매표소입구부터 미끄러운 것이 서로를 의지하려는 모습이 장난이 아니다...
오늘의 험난한 산행의 예고편은 아니겠지?
첫 풍경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쭈욱 뻗은 나무 곁으로 걷는 모습들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눈이 소복히 쌓인 나무들이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입구에서부터 꼭 붙들고 놓치 않으시는 강여사님...아무래도 천방지축 날뛰는 사고뭉치 오투를 감시하려는 거 같은데...??
힘들다고 하는데 마다할 수는 없지? 붙들면 붙드는 데로 같이 보조를 맞춰주는 수 밖에...
30분도 채 걷지 않았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너른 장소를 잡아 눈을 치우고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조금씩 바람기가 돌고 더 올라가면 바람이 세질 거 같아 여기서 멈춘 채 자리를 펼쳤다...
우리가 선두그룹에 들어서 있고 후미는 한참 후에서야 나타난다...
라면이 대세다....추운 날은 역시 따듯한 국물이 있는 라면이 최고인 건 인정하는데 편식이 넘 심하면 안될 듯..
누구인가 어제 먹다남겨서 들고온 과메기도 푸짐하게 풀어놓고 소주 맥주 양주....술잔이 한 순배씩 돈다...
한참 동안의 식사시간이 지나고 한 배 가득 채워진 배를 두드리며 산길을 나선다....
스마일은 오늘 이분 저분 한테서 협찬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그래서 내게 협찬을 원하는 것이 내 몸을 원하였던가보다..
강여사님이 왼쪽에서 팔짱을 끼고 오른쪽엔 스마일이 배낭 꽁무니를 잡고 셋이 한 몸이 되어 오른다..
근디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천사들의 날개들이 나를 보호해 주는 것인지?
아니면 잡는 체 하면서 잡는 시늉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도 가볍게 앞으로앞으로 나아간다...
스마일은 며칠 째 아프고 어제 겨우 조금 먹었다는데...점심으로 먹은 라면으로 얼마나 힘을 비축한 것인지...??
내게 의지하는 것을 보니 별로 안 먹었는가보다 ...1등으로 산행신청을 하였기에 빠질 수가 없었다는 그 정신력으로
오늘의 멋진 눈산행이 함께 하지 않나 싶다...
토욜 낮에도 가산산성 산행을 했었다..
가산산성에서 젤루 좋아하는 코스...진남문에서 좌측으로 성벽을 타고 가산바위까지 오르는 이 길은 지루함이 없어서 좋다..
가산바위까지 평상시에는 1시간 40~50분이 걸리는데 같이 간 형님을 쫒아가느라 1시간 10분만에 정상을 찍었다...
이 형님의 채력은 상상불허다....땀이 안난다면서 날 때까지 줄곧 계속 뜀박질하다시피 한다..
어제도 둘이서 소주 4병을 마셨다는데...나이에 맞지 않게 엄청난 체력이다...
가산바위 위에서 커피 한 잔을 끓여먹고 용바위에 갔다가 치키봉으로 가 하산을 하는 3시 반만의 산행이었다...
이 코스를 다닌 이후론 연인들의 코스인 임도로는 거의 가지 않는다...난 솔로다...
가을 단풍이 짙어질 때면 동문을 통해서 이 코스로 내려가곤 하지만...
사계절 지루하지 않는 이 가산산성은 대구 산 중에서 젤루 맘에 드는 코스다...1년에 서너번은 꼭 찾는 멋진 코스다...
산행 후 지묘동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 비우며 낮술 소주 5잔을 마셨다...
어제의 워밍업이 오늘의 힘이 된 듯하다...
어제 마신 커피의 기억을 되살려 얼마 걷지 않아 구석진 곳에 둘러 앉아 커피를 끓여 마신다....
한 겨울의 눈 산행 속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의 낭만을 즐기는 것도 산행의 묘미가 아닌가?
커피 한 잔에 이것저것 다 꺼내 펼쳐놓고 먹는다....간단하게 요기하고 다시 출발...
가파르고 좁은 길임에도 우린 잘도 험난한 길을 헤쳐가는 거 같다..
혼자서 간다면 뒤뚱뒤뚱 우왕좌왕 이리저리 막 돌아다닐 거 같은데 뒤에서 붙잡아주니 중심이 잡히는 거 같다...
사는 것이 다 이런 게 아니겠나...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는 거...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게 인생사다..
한 순간에 우리 진영은 흩어져 버리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각자의 길을 간다...
산우리와 한 통속이 되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천제단을 향하여 한발두발 내딛는다....
매표소를 출발한 지 3시간여 만에 드뎌 도착한 천제단....이 천제단이 얼마 전 훼손되었다가 복구되었다고 한다...
소진이 아빠의 교인들이 훼손한 건 아니겠지..??...후루뚜루뚜하면서....몇 해 전 전국에 단군상도 많이 손상되엇다고 하던데..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28호인 천제단 훼손 이후로 태백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지금은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고 한다...
태백산 천제단(天祭壇)은 신라 때부터 임금이 직접 제사를 드리던 곳이다...역사 깊은 이 곳...
하늘에 고하는 중요한 문화재를 자기들의 교리에 맞지 않는다고 훼손시키는 행위에 분통이 터진다...
종교는 모든 종교를 포용할 줄 알아야 진정한 종교이거늘...ㅉㅉ
역사적인 이 곳에서 한 컷을 찍고 길을 나선다...여기서 아이젠을 장착해본다....
조금 지나 또 하나의 천재단이 나타나고 태백산 석비가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들러는 곳이라 사진 찍을려고 들이밀어 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겨우 몇몇이 모여 단체사진도 찍어보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2003년 가을 무렵에 산우리멤버 몇 명이랑 현지인이 이 곳에 왔었다..
그 때 그 코스 그대로 비록 계절이 바겼지만 그 밟아가는 것이 옛 생각이 덤성덤성 나게 만든다...
간혹 생각이 나지만 기억이 잘 안난단 말야...오늘도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존재를 확인하게 만드는 하루가 된다...
망경사를 지나 얼마 안가 용정을 지나는데 5년 전에도 오늘과 같이 위 건물 쪽으로는 가지 않고 아래로만 간다...
자~~이제부터는 신나는 시간이 우릴 반긴다....비료푸대 타는 시간이다..
도연누야가 가져온 푸대는 싱싱 너무 잘 달린다...키다리가 얻어온 푸대는 발길질을 해야 나아간다.,..
각도가 좋은 곳은 키다리 것이 제 격이고 도연누야 꺼는 아무데서나 싱싱 막 나간다...
푸대에 올라탔다....싱싱 너무 잘 달리는데 앞 사람에 부닺혈려고 한다...."위험해" 소리치고 바로 앞에 다리를 딱 벌리고 섰는
데 그만 이 사람이 내 목소리에 위험이 닥쳤다고 생각하고 다리를 들더니만 그만 허벅지를 밟아버린다....아이젠에 밟혀버린
것이다...오매~~아픈 거.... 당당히 일어서 허벅지를 손으로 훑어본다...피가 종아리 아래로 흐른다는 느낌이 왔었는데 집에
와 확인해보니 찍힌 곳에 피멍만 들어 있다.....그나마 거시기를 밟히지 않았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한참을 번갈아 가면서 푸대를 탄다...울 4명이 한 팀이 되어 재미가 제대로 붙었다....
푸대놀이를 거의 마칠 즈음...어떤 아저씨의 따끔한 일침....여기서 푸대 타면 안된다고......죄송하지만 재밌는 것을 어쩌라고...
이제 푸대 타는 시간은 종점을 고한다...계단길이 나타난 것이다....
당골계곡을 한참 걷는다...굽이굽이 소복히 쌓인 눈을 감상하면서 그 환상 속에 빠져 긴 시간을 걷는다....
한참을 걸어 단군상이 있는 단군성지에 도착하여 단군상만 잠깐 보고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석탄박물관은 매표소에서 나눠준 표로 관람할 수 있는데 시간 관계상 건너 뛴다..
우리가 더 간절하고도 절실했던 것은 바로 오뎅탕이었다...
용정 이후로 내려오는 동안 우리 산우리팀들과 한 명도 합류하지 못했는데...
아무도 안 보이길래 우리가 후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버스 안에는 몇 명 밖에 없다...
나를 기다리는 럭키형이랑 현지인이 반가이 맞이해 준다...오뎅탕을 끓이기 위해 저 먼 곳까지 가서 길어왔단다...얼마나 고마운지
작년에 보고 올해 또 보는 우리 셋은 지난 날의 회포를 풀어본다...둘이서 이미 좀 많이 회포를 푼 듯한데 내가 또 끼인다...
15년이 넘는 긴 인연이 질기고 질긴 인연으로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이 우정 영원하길 이곳에서 또 기원한다...
산기슭의 어둠은 빨리 내린다...잠시 동안의 뒷풀이를 마치고 우리들의 생활공간을 향하여 달린다...
중간에 현지인을 내려주고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나눈다...
4시간 여만에 도착한 서부집결지....그리고 신천역에서 4명이 내리고 ...버스는 동대구역으로 달린다...
이로써 오늘의 긴 여정은 끝나고 나는 오늘 회식이 있었는데 너무 늦는 바람에 벌써 모두 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마지막 회포로 수퍼맨과 함께 순대국밥을 먹으며 달래고 각자의 보금자리로 발걸음을 한다.....
토욜 저녁부터 목이 간질거렸는데 태백산에서는 겨우 참았다...
그러더니 산행 담날엔 기침도 좀 더 나고 콧물도 많이 나고.,..
전에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주사 한대 맞고 가그린 처방을 받았다...
모가지는 괜찮아진 듯하고 콧물도 진정새를 보인다....
곧 감기와도 이별을 할 듯하다...
이번 산행은 천제단을 향하여 천상의 눈밭을 구경한 듯 합니다...
운영진의 선견지명이 설국의 풍경을 울 산우리님들께 새해 선물로 선사한 듯 하네요...
오늘 이 산행은 상상 이상으로 넘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어 넘 행복하게 만들어 주네요...
너무 멋진 새해 첫 정기산행이었지요...
님들과 설산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 너무도 좋았던 하루였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
다녀오는 고향길이 멀고도 고단할지라도....
1년을 버틸 힘이 되어 줄 에너지의 고향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네요...
사랑. 기쁨, 나눔이 있는 정다운 설 명절...
설은 겨울의 끝자락에 미리 보는 봄의 기운이 아닌가 싶네요..
근디 이번 설은 엄청 춥다고 하니깐 단단히 챙겨 입으시고요....
고향 앞으로...
안전운전 하셔서 잘 다녀오시고 맛난 음식 많이 드시고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