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그리고 다시 5년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
※어떠한 픽션도 포함되지 않으며 등장인물은 실제인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지만
해당 인물의 이름은 가명처리 되었습니다.
#1 그녀와의 첫 만남 -슬픈 목소리
삐삐가 울린다. 생전 처음 보는 번호일 듯 싶다. 수화기를 들고 호출기에 담긴 음성을 확인했다.
"저기요.. 게시판 보니깐 고민 들어준다고 올려진 걸 봤는데, 제 고민 좀 들어 주시면 안될까요?"
갸냘픈 슬픈 소녀의 목소리였다. 방금이라도 울 듯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들려왔다.
그러니깐 98년 1월 쯤이었다. 남의 고민을 듣고 상담하는 것이 또 하나의 나의 취미라 즐겨하는 통신 공개 게시판에 나는 고민 상담해준다는 내용으로 올렸다. 그리고 그 날 밤 바로 메시지가 들어 온 것이었다. 그녀의 번호를 재확인 후, 수화기를 들어 번호를 눌렀다. 인삿말에는 화이트의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흘러 나왔다.
"안녕하세요.. 메시지 잘 받았어요.. 뭔일인지 모르지만, 우선 뭔일인지 저에게 말씀해주면 다시 메시지 남겨드릴께요.."
그렇게 어설프지 않는 목소리도 메시지를 남겨줬다. 왠지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솔직하게 서로 얼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민을 상담한다는게 조금은 부담을 안겨주었다. 이윽고 바로 메시지가 다시 왔다.
"정말 고마워요.. 누군가에게 이런 말 하고 싶었는데, 이런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제가 좋아하는 오빠가 있는데, 그 오빠가 멀리 가 버린데요.. 어떻게 하죠..?"
그녀는 참지 못했는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말문을 열어 말했다.
"죄송해요.. 그 사람 보고 싶은데, 정말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아요..?"
그녀는 다시 자신의 울음 속으로 수화기를 내려놨다.
왠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 뭐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그녀에게 답변을 해 주기에 앞서 그녀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차츰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 깊히 털어 놓기 시작했다.
"이번에 졸업하는 오빠가 있는데, 그 오빠가 학교를 더 멀리 가게 되었어요.. 그 오빠는 절 모르는데, 저는 그 오빠를 예전부터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바보같이 또 고백도 못해보고 멀리 가게 되 버렸어요.."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고백을 못했어요..?"
"고백할 용기가 나질 않아요.. 그 오빠 곁에는 이쁜 언니들도 많구요.. 설마 제가 고백한다고 해도 받아줄 것 같지 않아요."
"그런게 어딨어요.. 어차피 좋아한다면 자기 감정에 좀 더 솔직해지고 이제 보질 못하는데, 고백하는 편이 더 나을 듯 싶은데요.."
"......"
"그냥.. 그 오빠에 대한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 분명, 좋은 추억으로 남을거예요.."
"얼마큼 시간이 지나야 추억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그거야.. 그쪽 생각하기에 달렸죠. 슬프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웃으면서 보내줘야겠죠?"
"고마워요.. 암튼 이렇게 누군가에게 속시원히 털어 놓을 수 있어서 넘 행복해요.. 고마워요.. 정말로.."
"참.. 이름이랑 나이가 몇살인지..?!"
"이름은.... 남수진이구요.. 남수진.. 나이는 비밀~"
애띤 미소와 어린 목소리에서 나는 그녀가 중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을거라고 짐작했다. 늘 내 호출기에 남겨진 수진이의 메시지는 슬프고 울음섞인 목소리였지만, 나로서 늘 미소 지을 수 있다는게 나로서도 또 하나의 행복이었다.
그녀와 그렇게 간간히 연락하는 사이에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고민상대자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친구가 필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였다.그리고 수진이는 왠지 눈이 내리는 날이면 언제가 나에게 연락이 왔다. 눈이 오는 그런 날이면 그 오빠 생각이 난다면서 늘 울고 있는 목소리로 날 찾아주었고, 그런 날이면 나도 모르게 수진이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럼으로 우린 더 친해지게 되었다.
그 해 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날, 또 하나의 메시지가 남겨줬다. 평소 때와는 다른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목소리는 처음 듣는 것 같았다. 옆에는 친구들로 보이는 여자들의 수다가 들렸고, 수진이도 미소를 머금거리는 메시지였다.
"오빠... 나야 수진이, 지금 학교 마치고 .."
친구들 사이에 끼여서 정신이 없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였다..
"지금 비오는데, 우산도 없어서 옥이 비 다 맞았어."
옆에 있던 친구들도 한 마다씩 내 던지는 것 같았다.
"누구야..?! 애인이야..? 누군데 그렇게 입이 귀까지 걸렸니..?"
정신없는 친구들 틈 사이에서 수진이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 지금 친구들 때문에 길게 못남기겠어.. 나중에 다시 메시지 남길께... 안녕~"
나는 또 다시 그녀에게 메시지를 남겨줬다.
"어..? 오늘따라 왠일로 웃니? 그렇게 웃는거 처음보는 것 같은데, 암튼 기분 좋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감기 드니깐 일찍 들어가고, 비 많이 맞지마.."
하늘에서는 비가 더 내린다. 나 역시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다. 나 역시, 비를 좋아해서 왠만한 비가 내려도 우산을 잘 챙겨 다니지 않는게 나의 습관이었다.
그 날 저녁쯤 수진이에게 메시지가 왔다. 낮에 그 목소리와 달리 아까 젖었던, 내 옷처럼 그녀의 목소리 또한 뭔가에 젖어든 목소리였다.
"오늘 오빠한테, 이상한 말 한 것 같애서 미안해.. 친구들 있을 때는 오빠한테 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질 못하거든..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한테는 난 늘 웃고 다녀. 그래야 할 것 같어.. 삐에로처럼.. 참.. 그리고 오늘 비가 와서 넘 좋았어..나 비 좋아하거든... 오늘 집에 와 보니깐 교복이 다 젖었어..오빠는 비 맞았는지 모르겠네.."
그리고 난 메시지 확인 즉시, 또 답변 메시지를 남겨줬다.
"오빤데, 왠지.. 니가 바보같아 보여.. 힘 좀 내고, 앞으로 진정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 참 그리고 할말도 많은데, 너희 집 주소 가르쳐 주면 오빠가 편지 해 줄께.."
그리고 그 다음 날, 수진이는 집 주소를 나에게 가르쳐 주었고, 난 그날 바로 편지를 붙였다.며칠 후, 수진이는 내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도 서로 가끔씩 편지도 주고 받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오빠 동생처럼 사이가 우리는 그렇게 무르익어 갔고, 내가 즐겨하는 PC통신도 같은 곳을 이용한다는 걸 알게 되고, 우리는 채팅으로도 만나서 수진이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게 되었다. 난 그리고 늘, 그곳에서 수진이를 기다렸고, 가끔 우리는 그렇게 통신으로 직접 접하게 되고, 그녀에게 좀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2 삼각형 사랑
그 해 여름 때부터 인 것 같다. 나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서서히 내가 그녀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통신에서 거의 매일 만나게 되었고, 그때 한창 유행이던 사이버 커플로 우린 그런 사이로 진전되어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서로 모르지만 서로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할 정도 일 뿐, 오빠와 동생의 선에서 우린 벗어 나지 못하고 있었다. 수진이에게도 곁에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적지 않은 남자들이 있었고, 나 역시 아는 동생들과 친구들이 많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내가 18번째 맞이 하던 생일 날이었다. 그 날 새벽 0시경, 수진이의 메시지가 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현수오빠.. 생일 축하합니다.. 오빠 나야 수진이.. 놀랬지..? 내가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어서.. 메시지 남기는 거야..오빠 생일 축하하고, 그럼 잘자. 안녕~"
아침에 확인 한, 메시지였지만 감명 깊은 한마디였다..
그러나 생일 날은 지역상 떨어져 있는 수진이랑 같이 보내질 못하고, 우연하게 나랑 예전에 알고 지내던 현미라는 여자랑 같이 보내게 되었다. 현미와 같이 저녁도 같이 먹고, 기분이 고도로 달했을 때,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자재하지 못한 채, 한적한 골목길에서 그만 키스를 하고 말았다. 나의 첫 키스였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현미랑 나랑은 애인사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물런 수진이에겐 현미라는 존재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지 않았는 반면, 현미에게는 수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 말을 해 준 상태였다. 현미는 수진이와 나와의 사이를 의심했지만, 난 늘 그럴 때마다 수진인 그냥 아는 동생에 불과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미와의 관계는 만난지, 일주일만에 관계를 접어둬야 했다. 빚지 못할 오해로 헤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암튼 잠시간 슬펐던, 나는 그간 있었던 일주일간의 일들을 수진이에게 다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죄책감은 별로 없었다. 늘 친 동생처럼 여기는 수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왠일인지, 그 뒤로 우리 서로가 다투는 일이 벌어졌다.
한번도 입씨름을 한 적이 없었는데,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며칠후, 통신하다가 수진이 아는 언니라는 혜리라는 여자를 만났다.
"저기.. 수진이 아시죠?"
"그런데요..? 누구시죠?"
"수진이 요즘에 밥도 잘 안 먹고, 잘 운다는거 아세요..?"
"왜요..? 혹시, 수진이가 예전에 좋아했던 오빠 때문에 또 그러는 거예요..?"
"그건 아닐 것 같구요.. 혹시, 요즘 수진이한테 무슨 말한 적 있어요?"
"모르겠는데...."
"혹시...그쪽 생일 때 다른 여자랑 있었던 일을 수진이에게 말하지 않았나요..?"
"아.. ... ....."
난 차마 말을 더 하질 못하였다. 이제 알 것 같았다.
"수진이에게.. 그쪽 얘기 많이 들었는데, 수진이 나두고 다른 여자 만나면 되나요..? 제가 보기엔 수진이가 그쪽을많이 좋아하던데.. 그쪽은 아닌가 보죠?"
"그건 아니고..."
"지금 수진이에게 전화해보세요.... 전화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그랬다.. 난 잠시간 동안 수진이를 잊고 있었다. 난 수진이를 이미 맘속깊이 좋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을 바라본 내가 한심스러웠다. 그렇게 수진이랑 연락이 끊길 뻔 했던 우리는 지난날들을 죄책하고 사과했다.
그리고 우리는 예전처럼 더 좋은 사이가 되었다.
#3 홀로 서기
그러던 어느날 수진이에게 엉청난 일이 벌어 지고 말았다. 그것은 그녀의 둘도 없는 가장 친한 친구 진하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실은 수진이 보다 내가 먼저 알게 되었다.
통신에서 만난 수진의 친구 혜리가 이 사실을 나에게 먼저 알려주었고, 수진이에게 비밀된 사항이었다.
만약 이사실을 수진이가 알게 된다면 분명 기절할 것이라며, 나에게도 수진이에게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진하라는 애는 나랑 조금은 알고 지내던 사이었다. 이 일이 있기 약 한달전 진하라는 애가 나에게 통신 편지를 보내어 수진이에게 잘해 달라는 내용으로 편지를 보낸 적도 있고, 통신으로도 만나서 이야기도 해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며칠 뒤 수진이랑 통화하던 도중 수진이가 울면서 진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오빠.. 나 때문에 진하가 다친거 오빤 알어..?!... 다 나 때문이야... 나만 아니였어도, 진하 그렇게 되지 않는건데......"
"그게 왜 너 때문이야..? 교통사고래잖어..."
"다.. 나 때문이야....."
그리고 한바탕 울음을 쏟아 붇고 다시 말문을 열었다..
"놀이터에서 진하랑 사소한 일로 말다툼하다가 내가 진하 뺨을 때렸어..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러다가 진하가 너무 놀래서 놀이터에서 나가다가.... 그만......."
수진이는 끝내 쉴 새라 울음을 퍼붓고 있었다. 난 가만히 울지 말라고 그렇게 무조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좋게 타일렀다. 그리고 말을 더듬거리며 이었다.
"그런데, 왜 나만 진하 병원에 있는데 안데려 가는지 모르겠어.. 진하에게 문병 갈려고 꽃도 샀는데, 항상 나만 빼놓고 문병가는거 있지..?"
수진이는 진하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수진이 앞에서 애써 진실을 숨기며 말한다는게 여간 마음 시리고 아프지 않을 수 없어서, 어느새 나도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야 말았다.
나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왜 그렇데..?"
"진하가... 많이 다쳤대... 혼수상태라서 아무도 못 알아 본다고 나는 가지 말래, 맘 아프다고.. 난 정말로 보고 싶은데 말이야..."
그러나 며칠 뒤, 딱딱한 목소리로 변한 채, 수진이가 냉담하게 말했다.
"오빤 알고 있었지..? 진하 그렇게 된 것. 나 혜리한테 이야기 다 들었어. 그럼 그렇지. 날 병원에 안 데려갈리가 없지...."
우는 목소리를 낼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미소를 머금는 목소리였다. 애써 위로해 주려는 나에게 오히려 괜찮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날 대신 타일렀다. 그리고 수진이는 늘 강한 모습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마치 삐에로처럼....
수진이에게는 필요 한 것은 시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간간히 연락하면서 어렵지 않게 진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수진이로부터 듣게 되었다. 수진이는 정말로 날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난 수진이에게 동정심이 아닌 진정 친구 같은 오빠로서 포근히 감싸주었다. 그러나 며칠 뒤, 또 큰일이 벌어졌다. 혜리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진영이라는 남자애가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진영이라는 애는 수진이를 좋아하던 애였다. 혜리를 비롯한 진영이와 수진이는 삼각관계였던 것이다. 평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남자였지만, 그 일로 인해서 강한 모습을 보이기엔 약간 힘겨운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4 풋내기 사랑
우리 둘 사이는 더욱 더 무르익어 갔다. 밤낮으로 통화하고 통신으로도 만나서 채팅하고 편지도 주고 받으며 음성 메시지까지 주고 받고, 우린 그렇게 연인처럼 지냈다. 그리고 나 스스로 그녀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날이었다. 난 수진이에게 마음을 고백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수진아.. 오빠 사실은 널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장난치지마.."
"진짠데..."
"치.. 장난치지 말래도..."
"오빠랑 사귈래..?"
"........"
"오빠랑... 사귀는 건 어때"
"아직... 우린 어리잖아... 공부해야 할 나이이고... 그리고 멀잖아.."
"내가.. 너 만나러 올라가면 되는거잖어.."
"아직은 싫어... 사랑을 아직 난 잘 모르겠는걸.. 오빠 마음도 잘 안 믿기고.."
그녀는 아직도 지난 고통 속에 가슴아파 하고 있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너 졸업할 때까지 만약 널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면 나랑 사귀는 거다..!! 알겠지..?"
"알았어.. 그때까지 다른 여자 생기기만 해봐라.."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초가을 비가 내리는 여름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늘 수진이와 연락하는 사이었지만 난 수진이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다. 나처럼 사랑하는 건지 아님 그냥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지..
그래서 그 날 수진이의 마음을 알아 보기 위해서 다공중전화로 달려가 수진이에게 전화를 했다.
"갑지가... 물어 볼게 생겼어.."
"뭔데.."
"수진아.... 넌 오빠를 사랑해?"
"말 못하겠어.... 모르겠어... 휴~"
"오빠 사랑하지 않는거야...?"
매번 물을 때마다 대답을 얼무 버렸다. 그리고 잔꾀를 내어서 다시 물었다.
"오빠가 앞으로 하나에서 열까지 셀께.. 그리고 니가 날 사랑하고 있다면 열까지 숫자는 세는 동안 아무말도 하지 말아줘.. 그리고 그냥 오빠로 생각한다던가.. 아무 것도 아니면 아무 소릴 해도 좋아.. 알겠지.."
"어?...응..."
"하나.. 두울... 셋....여섯..."
방금전까지만 해도 소리 내어 웃는 수진이는 숨소리까지 내지 않았다.
"일곱...여덟..... 아홉 ... 아홉반 .. 아홉반에서 반.... 열..."
카운트가 끝나자마자 수진이는 애교 섞인 말투로..
"몰라... 이잉~"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오빠 동생의 사이로 발전되어 갔다. 정식으로 사귀는 것은 아니였지만 그게 중요할 바가 아니였다. 수진이를 생각하며 학교에서 틈틈이 시간 내어서 노트에다가 편지로 써서 2권을 썼고, 수진이가 좋아하는 초코렛과 필요하다는 여러 가지 색 볼펜 수십자루, 그리고 인형을 수진에에게 마음을 담아 소포를 붙였다.
수진이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위치에서 서로의 존재를 사랑했었다. 비록 만나고 그런 사이는 아니였지만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였고 확신했다.얼마 후, 수진이는 사랑이라는 글자로 만든 강아지 그림을 편지 속에 보내왔고, 날 위해 학알을 접다가 아버지께 들켜 압수당했다고 했다.
#5 반 전
그렇게 해서 그런 우리 사이가 지속될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수진이가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수진이에게 소홀히 했던 것도 그렇지만, 뭔가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아직은 상처와 과거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그녀였다. 예전과는 달리 나에게 별다른 관심도 연락도 거의 없었다. 우리의 과거에 대한 것을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왠지 너무나 쌀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저 심해져만 갔었고, 더욱 쌀쌀맞게 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수진이는 지난 약속을 모두 잊어 버린 채였다.
"수진아.. 요즘 너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뭘..."
"너.. 이제 오빠 사랑하지 않는거야..?
"내가 오빠를 왜 사랑해..? 이상한 소리 하지마.."
"니가 저번에 그랬잖아... 나 사랑한다고.."
"내가 그랬었나..? 난 기억 안나는데..."
자기 감정에 대한 부정도 심해져만 갔다. 나뿐만 느끼는게 아니라 수진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녀가 변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겨울이 오면 같이 겨울바다를 가자고 했던 약속, 졸업하면 정식으로 사귀자는 약속, 모든 것을 부정해 버렸다.
웃음도 잃어져만 갔고 그것은 나에게 엉청난 상처를 안겨주었다.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음에.. 결국엔 난 끙끙 앓고야 말았다. 몇일간 아무 것도 하질 못한채, 나는 스스로 위로를 해야만했다. 정말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와의 진정한 시간을 가졌을 때였다..
"오빠... 나 무서워.."
"무섭다니..? 요즘 왜 그러는 건데..?"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워..."
그리고 말을 계속 이었다..
"그냥 나를 알고 지내면 사람들이 다치는 것 같애.. 진하도 내가 보냈고, 진영이도..."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수진이가 울고 있음을 느꼈다..
"무조건 니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마.. 그럴수록 너 스스로 아파하는 꼴이 되는 것밖에 안돼.."
"오빠.. 그거 알어? 진하랑 진영이 때문에만 그런거 아냐... 그간 날 좋아하고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너무나도많이 죽었어.. 다 내 잘못인 것 같어.. 오빠도 나 좋아하지마.. 오빠도 그렇게 되면 나 정말로 죽을 것 같어.."
"이상한 소리 하지마.. 오빤 이렇게 멀쩡한데, 뭐가 어떻게 돼.. 바보 같기는.."
"오빤 모를거야.. 날 좋아하면 안될 것 같애.. 그리고 나 이제 아무한테도 맘 열지 않을거야.."
"그러지 말라니깐..."
"오빠... 나 부탁이 있어..."
"뭔데.."
"들어 줄 수 있지... 약속해"
"그럼... 당연히... 뭔데..."
"오빠만큼은... 제발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줘... 부탁이야.. 제발..."
너무나도 애절한 말투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울었고, 스스로 약해지기 싫었다. 그리고 수진이도 한 없이 울어댔다. 그리고 그날밤 새벽까지 수 없는 얘기들을 나눴다. 수진이는 정신적인 적지 않은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수진이의 몸도 매우 안 좋은 상태였다. 새벽만 되면 배가 아파서 몸서리를 치는 것이었다.
너무 아파서 몇 분 동안 숨조차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신경성..?? 뭐라던데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그런데 다시 가까워질 때쯤, 급기야 큰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내가 몸이 너무 아파서 마저못해, 병원을 찾았는데, <귀흉>이라는 병을 앓고 말았다. 기흉이라는 병은 허파에 바람이 차서 숨이 차고, 배가 불러오는 병이었다. 현대의학 기술로는 별거 아니지만 수술이 필요한 병이었다.그렇게 나는 그날 밤 바로 병원에 입원하고야 말았다. 그날 밤에 수진이에게 전화해서 내가 병원에 있다는 것을 별 뜻 없이, 말해 버렸고, 담담해져 있는 그녀였다. 수술이 끝나고 나서 정신이 깨여 며칠 뒤, 다시 수진이에게 전화했다..
"잘.. 지냈어.."
"어.. 오빤 괜찮아.."
"그냥... 아프진 않어.."
"저기.. 그리고 오빠... 이제부터 나에게 연락하면 안될 것 같은데..."
"그게 뭔말이야.."
"나... 남자친구 생겼어... 채영이 알지..? 노채영..."
채영이는 수진이를 좋아하는 남자 중에 한명이었다. 나보다도 훨씬 착하고 키도 크고, 순진한 애였다.
"왜... 너 남자 안사귄다고 했잖어.."
"그냥.. 채영이가 좋아졌어.."
"...."
또 한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사이는 급속도로로 멀어져만 가야했다. 나는 첫 수술이 잘못 되어, 두 번째 수술로 통해 안쾌 될 수 있었으며 병원에 2달정도 입원해 있어야했다. 그래도 가끔 수진이에게 연락을 했는데, 예전과 확실히 다른 말투였다. 조그만 그녀의 대한 걱정에 대해 나에게 짜증을 냈다.. 자기가 어린애냐는 둥 오빠가 뭔데 자기 걱정을 하냐는 둥, 말은 거칠어져만 갔다.
그냥 그랬던 것 같다. 나기 옆에 늘 곁에 있어 줄거라고 굳게 믿었던 나마저도 병원에 입원해 버리고 한 공포심이 잇었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 우리는 그렇게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사이가 멀어져 갔고, 연락도 끊겨 버렸다. 정말로 참기 힌든 고통이었다. 그리고 나는다짐했다. 이제는 정리하자.. 잊어야겠다고..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왠지 그게 그녀를 위한 일일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퇴원 후, 집에 돌아와서 이제껏 수진이가 나에게 보냈던 편지와 선물들을 모아서 불태워 버렸다.. 불꽃 속에서는 아직도 울고 있는 수진이 모습이 아른거렸다..
#6 새로운 시작
그리고 며칠 후, 다시 PC통신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 선정이라는 동생을 작은 게시판이라는 곳으로 통해 만나게 되었다. 작은 게시판이라는 곳은 자신의 추억과 사랑이야기.. 고민 같은 곳을 털어 놓는 곳이었다. 지금의 블로그 형식의 모양은 방명록 정도?
우리는 서로의과거와 추억에 대해 이야기는 나무며서로 힘이 되어 주었고,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그렇게 친해질 수 있었다. 한순간의 감정이련지 모르지만 어렵지 않게 난 선정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선정이에게는 수진이와 있었던 일도 이야기를 해 주었다. 새악없이 해줬던 이야기가 실수가 되었는지 난 그때 느끼지 못했다.
수진이의 아이디를 알게된 선정이는 수진이를 통신으로 우연히 만나게 되서 둘이 잠시 이야기를 나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나에 대한 얘기를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인지 얼마 후, 우연히 수진이에게 연락이 왔었고 새벽까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수진이는 이런 저런 사실들을 털어놨다. 날 무지 좋아한다는 것과 그간 너무 복잡해서 나에게 쌀쌀했던 것 미안하다며 고백했다.
그런데 아직은 선정이가 내 머리속에 정리가 되질 못한 채, 그렇게 갈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 수진이랑 나랑 직접 만나기로 약속했다. 처음 만나는 터라 무지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의 만남을
위해서 비자금 3만원을 준비하고 어머니를 부탁해서 2만원을 타서 수진이가 좋아하는 것 다 사주고 싶은 마음에 준비를 했다.
그날을 앞두고 무척이나 긴장을 했다. 그리고 그 전날 잠까지 설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날 새벽에 눈을 뜨고 말았다. 그런데 왠지 아침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 나의 호출기 기기가 없는 바람에
아침이면 메시지를 직접확인하곤 그랬다. 그 날도 그렇게 음성을 확인했는데, 수진이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빠. 나 수진인데, 오늘 정말 미안해. 나 오늘 일이 있어서 못나갈 것 같애. 오빠 정말 미안해.다음에 시간나면 만나자. 정말 미안해.."
울먹이면서 말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나도 정말로 오빠 보고 싶은데.. 정말로 미안해...정말 미안..미안"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계속 울먹이면서. 그렇게 남겨졌다. 허무했다.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아침을 챙겨먹고 기분이나 풀러 시내로 나갔다. 집에 있는 컴퓨터가 고장나서 전화국에서 하이텔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화국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가득차 있어서 2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자리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 만날려고 해도 친구들은 연락도 아무도 안되고, 미쳐 버리는 줄만 알았다. 그리고 오후 넘게 겨우 친구를 만나게 되어 기분을 풀게 되었다. 그날 반나절은 완전히 망쳐 버린 하루였다. 혼자서 거리를 헤메며 다니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난 또 수진이를 이해해야했다. 그러면서 난 수진이에게 실망을 감추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난 다시 고민해볼 문제가 있었다. 선정이와 수진이의 문제였다. 난 두 여자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두 여자에게 모두 내 입장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리고선정이와 수진이는 둘이서통신으로 대화를 나눴다. 둘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나는 몰랐다.
두 갈림길에서 나는 선정이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내가 선정이를 선택했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수진이가 알게 되고 수진이의 행동은 또 다시 달라지게 되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후, 통신으로 만난 수진이와 나는 심각한 얘기들을 나눴다. 그녀는 매우 도도한 모습이었다.
"내가 만약.. 이방에서 나간다면... 난 죽은거니깐 날 찾지마.."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정신차려"
"내가... 이방에서 나가면 난 없는거야.. 이제 다시는 여기(하이텔)안올거고.. 난 죽은거야"
"수진아.. 제발 그러지마..."
그렇지 않아도 수진이는 신경성..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말이 반복되어 지고 수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러면 내가 그런 생각 안하고 그런 말도 안할 테니깐 대신에 조건이 있어.."
"그게 뭔데..? 다 들어 줄께.."
"그 선정이라는 애랑 잘해봐. 그리고 나에게 이제 연락하지마. 다시 연락하면 나도 책임못져"
"......"
"싫어..? 오빠가 할 수 있겠어..? 그럼 나 나간다.."
"잠깐! 그래, 그게 니 소원이라면 그렇게 할께. 제발 그런 생각은 하지마"
"잘 생각했어. 어차피 오빠랑 나랑 잘 될 수 없는게 사실이야. 오빠 행복하고 그 여자랑 잘사겨"
"......"
"그런데 넌 오빠를 좋아하지 않았어? 예전의 감정을 생각해서라도..오빠 동생으로.."
"지금 생각해보니깐 그건 사랑이 아니였어. 오빠가 너무 편해서 그게 사랑이라고 착각 되어었나봐.."
"......."
"미안해. 그리고 그간 넘 고마웠어"
"그럼 오빠도혼자서 정말 잘 지낼 수 있지?"
"그럼 그렇게 해야지 어떻게 하겠어. 이제 그만 울어.."
사실 난 눈믈을 흘리면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그녀 역시 울고 있다는 것을 난 직감할 수 있었다.
"나.. 안 울어. 내가 왜 울어. 바보같이.. 그리고 지금 아파도 오빠도 힘내. 우리 조금씩만 아파하자. 아주 조끔씩.."
"그래.. 알겠어.. 잊어 줄께.. 잊을거야... 그리고 행복하길 바랄께.."
또 다시 그렇게 날 떠난 수진이었다. 그날 밤 난 미치도록 울어댔다. 그리고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다음 날 이틀동안 학교에 무단으로 결석을 해 버렸다. 결석한 첫날전화국에 갔다가 통신으로 우연히 정열이라는 친구를 새롭게 사귀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연인지 정열이는 예전에 나랑 처음 키스를 했던 현미라는 애의 사촌 형이었고, 그 누나는 우리 누나의 친구였고 알고 보니 고향도 같았었다. 우리 부모님은 정열이 부모님을 잘 알고 있는 사이었다. 정말 인연속의 친구였다.
수진이를 맘 속에서 채 잊지도 못한채,어느날선정이를 직접 만나게 되었다. 친구와 같이 나갔는데, 선정이도 자기 친구 은이라는 애랑 같이나왔다. 우리는 처음 롯데리아에서 만나 코인 노래방도 갔었지만, 선정이는 전화속처럼 우리는 친해지지도 말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원에 갔었다. 만나기 전에 약속하길 내가 맘에 들면 1~5라는 숫자를 하나 적어 달라고 했다.
숫자가 높을수록 좋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선정이는 나에게 2라는 숫자를 적어두고 그렇게 또 선정이한테마저 난 버림받고야 말았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미치도록 울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울어 본적도 없었다. 수진이와 선정이에 대한 상처는 날 미치게 만들었다.
#7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 일이 있고 난 뒤,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을 버리고 수진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수진이 있어요..?"
"어.. 나...야.."
수진이는 아무 거리낌 없이 미소로 날 반겨주었다..
"잘지냈어..?"
"그럼.."
"오빠... 얼마전에 악몽 꿨어.."
"뭔데.."
"너랑 나랑 만나서.. 헤어지는 꿈이었어.. 그리고 너랑 나랑 무지 우는 꿈이었어..."
"......."
"그거.. 꿈 맞지..? 꿈이라고 하기엔 넘 생생했어..."
"......."
"미안해.. 정말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이해해줘.."
"괜찮아..."
"진짜..? 나...너에게 다시연락해도 괜찮은거야..?"
"몰라.. 오빠 하는 짓 봐서.."
"해두 되는거지..?"
"머가 이뻐서... 생각 해 보고.. 이쁜 짓 하면...."
그리고 또 다시 우리는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날 밤도 새벽녘까지 통화를 했다. 새벽종소리를 함께 들어면서 우리는 깊은 대화를 했다. 아직 병이 낫지 않았는지. 수진이는 늘 그랬듯이 새벽이 되면 고통을 호소하였다. 그리고 수진이가 힘들어 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또 우리는 이유없이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전화하면 수진이는 또 다시 날 냉정하게 대했다. 전화하면 왜 연락을 했냐는 둥, 이제 다시 전화하지 말라는 소리를 수 없이 되풀이 하였고, 난 바보같이 또 수진이를 찾곤 했다.
어느날 나는 영대라는 친구집에 갔을 때 일이었다. 그 전부터 내가 영대를 수진이에게 소개를 시켜줘서
서로 모두 아는 사이었다. 그리고 수진이 사진을 영대가 가지고 있을 것을 보고 그것을 내가 가지게 되었고, 영대랑 같이 술을 먹고 취한 상태에서 수진이에게 또 다시 전화를 했다. 수진이는 내가 술취했는 것을 알았는지 모르는 듯이 울먹이는 내 목소리 마저 외면 한 채, 통화하다가 전화하지 말라면서 바로 끊어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영대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수진이가 지금 울고 싶고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괜히 수진이에게 전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 수진이가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느꼈다. 그렇게 날 대하는 수진이도 편치 않을거라고.. 수진이는 통신에서도 날 봐도 아는척도 안했다. 쪽지 메시지를 보내도 다 씹어 버리고 날 외면해 버렸다..
그러나 난 수진이를 잊지 못한 채, 늘 수진이에게 전화했다. 그럴 때 마다 수진이는 딱딱하고 쌀쌀한 말투로 날 대했다. 늘 그랬듯이.. 왜 전화했지..? 전화하지 말랬잖아....!! 전화하지마.. 난 오빠가 싫어!
#8 인연
그리고 99년 6월쯤이었다. 통신으로 편지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놀랍게도 보낸 사람은 수진이의 동호회ID였다.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주 놀라운 내용이 실려 있었다.
편지를 쓴 사람은 수진이가 아니라 수진이 친구였다. 그녀는 아이디를 몰래 빌려 편지를 보낸다고 했다. 편지에는 수진이가 요즘에 너무 힘들어 한다고 했다. 얼마전에도 선배언니로부터 단순한 오해로 인해 구타를 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수진이가 요즘 술도 자주 마신다고 했다. 평소때 술을 그렇게 싫어하던 수진이가 술을 마신다니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수진이 친구는 수진이를 잡을 사람이 나밖에 없다며 수진이를 잡아봐라고 했다. 날더러 나 밖에 없다며 그런 그녈 잡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던 것 같다. 이미 수진이는 나에게 멀어져 있고, 다시 연락할 용기조차 나질 않았다.그리고 편지 확인 후, 통신에서 어떤 애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편지를 남긴 그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왠지 자신의 신분에 대해 노출을 꺼려했다. 처음엔 혜리라 했다가.. 또 친구라고 했다가.. 또 자신이 여자니 남자니 모른다니...또 자기가 수진이라고 하고.. 이상한 소릴 털어놨다.. 또 지금 피시방이라고 헸다.
난 확실히 의심했다. 피시방에서 하이텔이 일반 이용자처럼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수진이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요즘 술 먹으면서 나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를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술 먹고 나서 나에게 편지를 써서 부쳤다고 했다. 그 편지는 며칠 뒤 받았지만 내용은 별게 없었다. 자신은 날 싫어하지 않는다고...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렇게 되풀이 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편지를 보내고 나랑 이야기를 나눈 수진이의 친구의 정체는 의문이었다. 혜리는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 말투라던지 어휘가 혜리랑 틀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리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대화한 내용을 모두 갈무리 해서 수진이에게 보여줄거라고 했다. 그것은 내가 진하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수진이는 자기 앞에서 진하얘기를 꺼내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우린 아예 떨어지게만들어 놓을 작정인가 생각했다.
우연히 그날 수진이에게 연락이 왔다. 처음에 나에게 화를냈다. 그러나 난 자초지점을 설명하고 나에게 편지를 보낸 그 친구에 대해에 대한 정체도 수진이도 누군지 모른다고말했다. 그리고 우린 또 새벽까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깊은 대화속에서 난 수진이를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되었다. 내 생각이 맞은 것 같았다. 예전에 기댈 사람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런 나 마저 병원에 입원해 버리고.. 그래서인지 내가 더더욱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그리고 수진이 스스로 우리는 정말로 인연적인 만남이라고 했다. 우리는 새벽까지 통화면서 함께 새벽의 종소리도 감미하고 아침까지 통화했다.
난 언제나 저번에 영대가 준 수진이의 사진을 플라스틱 열쇠고리에 넣어서 늘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하루는 친구들이랑 놀다가 그 열쇠고리가 박살나고 말았다. 그리고 우연인지 그날 수진이는 너무 아파서 학교에도 나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 있었다고 한다.
수진이와 나는 다시어느 정도의 사이를 유지해 가며 예전처처럼 지낼 수가 있었다. 가끔 새벽까지 통화도 하고 메시지도 주고 받고 서로에겐 따로 이성 친구가 있었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진인 힘들 때면 날 찾았고 나도 그런 수진이에게 곁에 있어주었다.
고3취업생인 나는 취업처가 정해지지 않아서 한참 취업열기로 시끄럽던 때였다. 난 수진이가 사는 대구로 취업을 가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I.M.F시기로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간다는 것을 불가능했다.
나는 약속했었다. 꼭 대구로 취업 나가겠다고.. 그러나 결국엔 대구쪽으로 취업을 가질 못하였다. 나는 수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나 수진이는..
"그럴 줄 알았어. 그럼 오빠가 여길 올리가 없지. 안 오면 그만이지. 하기야 나랑 상관 없으니 잘지내고 대구 오면 한 번 볼려고 했더니 안되겠네. 잘지내.."
#9 첫 만남
그렇게 그녀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지만 간간히 연락하다가 7월 16일 수진이랑 나랑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왔다. 이번에는 오차 없이 우린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만나게 되었다. 난 예상외로 30분 일찍 도착하였고, 수진이는 복잡한 도심 때문에 1시간 정도 늦에 나타났다. 전화박스 안에서 난 그녀를 지켜봤다. 칠보바지에 여러개의 핀을 꽃은.. 정말로 생각보다 이쁜 모습이었다.
작은 가방을 옆으로 매고 한손에는 돌돌 말은 브로마이드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안녕..?"
"어... 어디로 갈까..."
우린 예전부터 만나왔던 것처럼 바로 편해지기 시작했다..
"전화랑 듣던 목소리랑 훨씬 다르네.."
"오빠는.. 똑같은데...?"
살며시 짓는 수진의 미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 꿈만 같은 그날..
우린 날씨가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먹어러 갔다. 큰 것 하나 시켜서 우린 같이 떠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우린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으로 들어 가던 중, 수진이는 살며시 내 팔짱을 끼는 것이었다. 난 순간 놀래서 손을 뿌리쳤다. 전기가 통했다는 느낌일까..? 그러자 수진이는 삐져 버리는 것이었다.
암튼 다시 우린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다녔다. 어깨동무도 하며. 동물원에서 각가지 동물들을 구경했다.
진하랑 같이 왔었다는 호수앞에서 오리들도 구경했다. 원숭이도 구경했고 각가지 새들도 구경했다. 동물원을 나와서 시내로 향했다. 시내를 돌던 중 수진이는 눈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가방에서 안약을 뒤적이더니 안약을 잊어 먹었다고 울상 지었다. 그리고 좀 돌아다니다가 난 몰래 약국을 찾았다. 약국으로 얼른 달려 가서 안약을 사서 수진이에게 건넸다. 한참 나를 가만히 수진이는 쳐다봤다.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점심도 같이 먹었다. 수진이는 우동을, 난 깁밥을.. 수진인 속이 좋지 않다고 우동을 남겼다. 그리고 음식을 남겨서 미안하다고 했다. 우린 시내를 돌아 다니며 옷 가게에서 수진이에게 티를 사줬고 꽃집에서 수진이가 좋아하는 안개꽃고 사줬다. 안개꽃 속에서 붉그스레진 수진이는 많이 쑥스러워 했다.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수진이랑 내가 억지로 포토 스티커도 같이 찍고 했다. 어색하게 포토를 찍고 그러다가 집에 가야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러자 수진이는 힘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우린 시외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같이 앉아서 어젯밤에 써둔 편지를 수진이에게 건넸다.
수진이는 내용이 이상하다며 투정댔다. 모든게 꿈만 같은 행복.. 그러나 난 이미 다음날 창원으로 취업을 나가야 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 만남은 더욱더 절실해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우린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이제 막 버스로 향해 가려던 나를 불렀다.
"오빠..!!"
"응..."?
"안개꽃 사이로 봐.."
수진이 한 손에 있던 그 돌돌 말은 브로마이드를 나에게 건네면서..
"어렵게 구한거야.. 오빠 잘가..."
이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는 수진이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은채, 저쪽으로 뛰어 가 버렸다. 그녀 이름을 크게 불러봤지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쓰라린 마음을 움켜쥐고 버스를 탔다. 그리고 브로마이드를 풀었다. 바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태지의 브로마이드였다. 버스가 이제 출발하고 난 나도 모르게 눈믈을 흘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음성메시지가 왔다.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꿈만 같았던..
#10 두 번째 만남. 그리고..
더 가까워지리라 생각 했던 거와는 달리 또 연락이 뜸해졌다. 막 회사에 취업하여 정신없이 보내야만 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러던 나의 19번째 생일 바로 다음 날 새벽 1시쯤에 수진이에게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
"나야.. "
"누군데...?"
"벌써 목소리도 까먹었어..?"
"어.. 수진이야..??"
"이제 알았어..?"
"그럼 수진이지 누구야..""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듣던 수진이 목소리에 난 소리를 숨겨 울고야 말았다..
"오빠 어제 생일이었는데.. 알고 있어..?"
"어.. 참 오빠 어제 생일이었네..."
"넌 오빠 생일도 잊어 먹니.."
"요즘에 수진이가 바빠서 그래.."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통화를 했다. 그렇게도 수진이가 반가운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그뒤로 우리는 가끔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지냈다. 그렇게 통화할 때면 싸우기도 했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운 듯 우리는 그렇게 서롤 맞이했다. 연락이 안될 쯤이면 그녀의 아는 동생들로 통해서 수진이의 안부를 접해 들으며 그렇게 지냈다. 연락은 뜸해졌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일에 충실했다.
하지만 난 그동안에 수진이를 그리워 했다. 가끔 내가연락을 줄 때면 애써 날 외면하는 수진이었다..
그해 가을 쯤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수진이랑 나랑 수진이 아는 오빠이자 내가 아는 동생 봉국이랑 채영이랑 넷이서 같이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을 잡은 그날 봉국이랑 통화중에 나에게 뭔가를 털어놨다.
나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죄는 지금 말할 수 없으며, 직접 만나서 해 준다고 했다.
약속된 그 날.. 우연치 않게 아주 위험한 일을 겪게 되었다. 약속장소로 가려던 내가 타고 있던 버스가 막 출발하면서 나갈려는 순간에 다른 버스와의 충돌로 인해서 작은 교통사고가 났다. 버스의 한쪽 면 유리들은 거의 박살났고, 다행히 다친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왠지 불길한 하루를 예상했다.
2시간여시간을 걸려 그곳에 도착하였고, 전처럼 내가 먼저 도착하고 그들을 난 기다렸다. 거리에서는 컨추리 꼬꼬의 앨범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몇 분 기다리자 저쪽만치에서 수진이와 봉국이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같이 걸어 오는 것이었다. 봉국이는 예전부터 나랑 알고 지내던 동생이었다. 내가 수진이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은 봉국이는 잘 알고 있었고, 수진이와 봉국이는 서로 나처럼 가까운 사이었다.
연락도 나보다 서로 더 자주하는 사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만나는 사이이기도 했다. 어색하지 않게 우리는 인사하고 채영이라는 녀석은 바빠서 나오질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앞잡서고 병국이와 수진이는 바로 뒤에서 둘이서 팔짱을 끼고 날 따랐다. 시내에 나가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서 사실 둘의 모습이 보통이 아님을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그곳에 내가 잘 아는 동생의 품에 늘 안겨 다니는 모습을 날 너무 힘들게 했다.
우리는 그렇게 시내를 구경하러 다녔다. 레코드점에 같이 들어 갔었는데, 둘이서 뭐 고르는 사이에, 난 몰래 H.O.T4집을 샀다. 수진이가 갖고 싶어하던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세서리 점에 가서 또 둘이서 뭔가를 고르고 구경하는 도중 난 수진이를 불렀다.
"수진아.. 이 목고리 이뻐..?"
"이걸 왜 나에게 물어.?"
"그냥 니가 한번 봐바.. 봐서 이쁜 거 하나 골라줄래...?"
"나 목고리 필요 없어.. 목고리 있는데.."
"너 줄게 아니고 오빠 여자친구 사줄려고.."
"오빠 여자친구 줄건데 왜 나에게 고르라고 해.. 직접 같이 오지.."
"그냥.. 시간도 없어서.. 니가 하나 골라줘.."
이렇게 건성인지 뭔지 그녀는 이게 이쁘다고 목고리를 하나 골랐다.. 그리고 포장도 이쁘게 했다. 그리고 나오고 나서, 둘은 반지를 보고 기뻐했다. 그 반지는 커플반지였고, 예전부터 둘이 같이 하고 있던 것이라고 했다. 둘이 사귀냐는 질문에 그냥 둘은 오빠 동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공원으로 갔다. 난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맨정신으로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에 맥주 몇 캔을 사 들고, 예전에 수진이랑 같이 갔었던 그 공원으로 갔었다. 그리고 이야기 도중에 난 물었다.
"봉국아... 너 형한테 죄 지은거 있다며.. 그게 뭔데..?"
"아... 그거요..? 수진이한테 물어봐요.."
난 심각한 표정으로 수진이를 쳐다봤다. 수진이는 어렵게 말을 꺼내는 듯 싶었다.
"봉국이가.. 나에게 뽀뽀했다..."
웃음조차 나오질 않았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그녀에게 그것도 그런 내 맘을 아주 잘 아는 동생이
그런 짓을 하다니.. 이미 짐작하고 있을 상황이었다. 이미 둘이 사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변명조차 듣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난 아무말도 하질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순간이었다.
난 봉국이를 불렀다. 나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난 저 만치로 봉국이를 데리고 갔다.
"넌 도대체 형에게 이럴 수가 있는거야.. 지금 장난해..?"
"그래서 형이 화낼까봐.. 지금 말한거죠.. 정말 죄송해요.. 형.."
"지금 장난치는거야.."
"......"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기분 같았으면, 봉국이를 한 대 후려치고 밟아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저 쪽에서 보이는 수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잠시간 생각했다. 내가 만약 내 기분대로 행동하면 수진이의 입장은.. 그리고 난 뒤돌아 서 버리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를 후회한다. 지금 다시 그때의 상황이라면 봉국이를 칼로 찔러 죽이고 충분히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땐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는가 보다.
그리고 난 억지로 미소를 짓고 그냥 되돌아 서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난 그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둘의 사이에서 내가 끼워들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이미 수진이는 봉국이의 남자였기 때문이다. 이제야 모든 것을 알 것 같았다. 나 모르는 동안 나랑 연락이 없는 동안 수진이는 봉국이와 연락을 했었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잘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난 수진이를 지켜 줄 수 없는 처지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봉국이로써 행복 할 수 있는 수진이를 생각하니 그냥 좋게 생각하고 싶었다.
이미 수진이는 나에게 마음을 닫아 버린 상태였고, 그녀의 마음은 봉국이에게 가 있었던 것이었다. 스트레스 해소겸 노래방에 갔었고, 난 그래도 마지막을 위해서 웃어주고 같이 즐겨주었다. 세상에서 그렇게 바보같은 내가 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헤어질 때쯤 수진이에게 안개꽃과 작은 선인장을 건넸다. 선인장은 오래 살 수 있는 식물이니 그렇게 영원했으면 좋겟다고..
그리고 날 시외 주차장까지 둘은 날 데려다 주었다. 내가 버스에 오를 때 쯤, 수진이는 예전에 둘이 만나 헤어졌던 순간과는 달리 미소로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난 아까 내가 몰래 샀던 H.O.T 4집과 수진이가 고른 목걸이를 아무말 없이 건넸다. 수진이는 왜 자기에게 주냐고 물었지만 그냥 받아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는 순간 수 없는 생각들이 날 괴롭혔다. 이게 수진이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만약 오늘 여기서 그냥 수진이를 보내 버리면 다시는 못본다는 생각에 출발하는 버스를 세우고 다시 버스에 내려서 수진이를 찾았다.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시외버스 주창장 주위외 지하철까지 내려가보았다.
하지만 수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어리석음을 느꼈다.
수진이에게 메시지를 수십번 남겼지만, 연락조차 없었다. 나는 수진이에게 여기서 기다린 다는 말을 남기고그리고 주차장 주위를 멤돌며 그녀를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2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끝내 나타나지도 연락도 없었다. 그리고 거의 3시간을 기다려 끝내 난 포기를 하고 마지막 창원행 버스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11 아픔
그리고 며칠 뒤, 수진이 생각에 미쳐 봉국이에게 술에 만취되어 전화를 했다. 그리고 왜 수진이에게 그랬냐고 따졌다.
"그냥, 얼마전에 만났을 때, 장난으로 수진이에게 뽀.뽀해 버린다고 했는데, 수진이가 계속 해봐라고 약을 올려서그냥 눞혀서 입에다가 살짝..."
그에 대해서 나무랄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수진이에 대한 감정을 한번더 진솔하고 자세히 말했다. 봉국이는 날 설교했다. 왜 여자하나 때문에 목숨을 버릴려 하냐고.. 날더러 병-,신이라고.. 그리고 능력 있으면 다시 수진이를 자기 손에서 다시 빼앗아 가보라고 나에게 말했다.
날 더러 바보라고... 왜 기회를 놓쳤냐고.. 내가 수진이에게 소홀히 대해줘서 수진인 떠나 간거라고... 그리고 아주 잘난척을 잘했다. 마치 나와 수진이의 과거를 알고 있는 던, 그런 봉국이를 욕하고 싶었지만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부족한 나였기 때문이다. 그런 봉국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틀린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봉국이는 그런 나의 모습에 겉으로 비웃어댔다. 수진이를 이제 포기해야겠다는 생강이 절실히 들었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였다. 봉국이랑 길게 통화했던 것 같은데, 만취상태에서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통신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통신에서도 어디에서는 수진이는 보이지 않았다. 포기라는 말이 절실할 때였다. 그러나 그후 간간히 자존심을 잊은 채, 수진이에게 전화하고 말았다.
그럴 때마다 예전처럼 나에게 쌀쌀하게 굴면서 전화하지 말라.. 짜증난다..는 둥 날 아프게 했다. 2000년 4월 21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마음을 정리하며 이제 수진이를 잊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다시 걸어서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이며 이제 연락 안할거라고 직접 다짐했다.
그리고 수진이는 그말을 기다렸는지 반가워 하는 눈치였고, 마지막으로 내 던진 질문..
"내가 왜 싫은거야?"
"그냥 싫은 것을.. 날더러 어떻게 하라고.."
세상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말이었다.. 싫은 것을 어떻게 하라고.. 싫은 것을..
난 그날 이후로 "싫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는 말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모든게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바보같은 모습이기도 하지만 그해 7월 28일.
참을 수 없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난 또 수진이에게 전화를 하고 말았다. 늦은 밤이었지만 수진이가 받았다. 난 목소리를 쫙 깔고.. 딴 목소리를 내며..
"여보세요.."
"저기.. 누구세요.."
"날 벌써 잊은거야.. 흐흐~~"
"너 누군데...?"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
"......."
"○○○이지 누구겠어.."
난 너무나도 놀래서 수화기를 내려 놓고 말았다. 다르게 말한 내 목소리를 알아차린 것이었다.그리고 한통의 문자가 왔다..
-머야..??-
그리고 곧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냉정하지는 않았지만 단호하고 딱딱한 말투로 날 대했다.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자 수진이는 이러면 안된다고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 모습은 내가 아니라고 반복했다. 자신은 지금 행복하다고. 잘 지내고 있는 나인데, 왜 자꾸 괴롭히냐고.. 또한 봉국이가 지금 너무나도 좋다고.. 그리고 앞으로 제발 전화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계속 전화하면 아버지께 말해서 전화번호를 바꿀거라며.. 그러나 난 이틀 뒤 또 다시 전화해 버렸고, 수진이는 내 목소리를 듣던 도중 그냥 끊어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봉국이에게 연락이 왔다. 형은 수진이에게 연락할 자격기 없다며 수진이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봉국이에 대한 증오마저 가질 겨를도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나날들, 나는 적지 않은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예전에 수진이가 했던 말이 기억 난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라고.. 그래서 싫다고..
#12 다시 돌아보며 -1
2002년, 가을..
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는 시간은 늘어만 갔고, 난 그런 못이룰 사랑에 아파해야만 했다. 그리고 가끔 봉국이를 통신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듣고 싶지 않은 그녀와의 소식을 나에게 전했다. 그녀가 많이 귀여워졌다고 했다. 반곱슬이던 그녀는 머리는 머리까지 길러서 스트레이트를 해서 훨씬 더 이뻐졌다고 했다. 또 그녀랑 키스하다가 우연히 그것을 지켜보던 그녀의 사촌오빠인가 하는 사람에게 야단 맞았다는 둥, 그녀랑 잠까지 같이 자고 갈 데까지 갔다는 얘기..그리고 그녀와 스킨쉽은 이제 예사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알 것 같았다. 그녀는 그에게 마음만을 준 것이 아니라, 몸까지 다 줄 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둘 사이에서 내가 갈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 말처럼 서로 행복하고 있는 그 사이에서 내가 방해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녀와 연락을 안한지 약간 오래된 것 같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하루라도 그녀의 생각을 안한 적이 없다.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도 그럴 배짱도 나질 않는다. 하지만 언제 또 연락을 다시 할지는 모른다. 그녀도 나로서 많이 힘들어 했을 것이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생각하면 속속들이 생각난다.
#13 다시 돌아보며 -2
2004년, 가을..
그녀와의 인연을 끝맺은한지 4년이 넘게 흘렀다. 난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다. 지난 세월 그녀로 인해 난 시인이 될 수가 있었다. 약 4년동안 인터넷 시동호회 회장을 맡기도 했었다. 내가 쓰 내려간 시는 대부분 그녀들과의 이야기다.
다시 찾고 싶은 마음. 간간히 인터넷 속에서 그녀를 찾기 위해 애를 썼지만 난 결국 찾아내지 못하였다. 수년이 흐른 지금 그때를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부족했던 것 보다 어리석음이 더 컷던 것 같다. 수진이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나서 다른 여자들도 많이 만나고 사귀어봤지만 그녀만큼 사랑해보/지 못했다. 비록 어린나이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한편의 영화속에 이뤄낸 추억이다.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 꽃, 향기..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다시 그녀를 찾고 싶다. 그냥 어떻게 지내는지 이제 아프지 않는지 안부만이라도 좋다. 그녀의 말대로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닌 집착일지라도 좋다. 이제 좋은 추억 속으로만 간직해야만 하는 그녀지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