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경찰 “강경진압 정당” ‘여론 조작’

이상진 |2009.02.02 12:40
조회 101 |추천 0


[한겨레] “과격시위로 참사” 일방내용 홍보 지침

‘협력단체 활용’ 구체적 방법까지 언급

여론주도층에 메일…농협서 설명회도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여론 조작에 참여한  데 이어, 각종 협력단체 등을 동원한 여론 뒤집기 작업을 벌인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런 일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를 둘러싼  여론의 향배에 중요한 시기로 여겨진 설 연휴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29일 인천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경찰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천경찰청은  최근 각 일선 경찰서에 “특공대를 투입한 경찰의 용산 철거민 강경진압은 정당 하고, 철거민들의 과격시위가 참사를 유발했다는 내용을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동시에 “이런 내용을 직접 홍보하면 반발을 일으킬 수 있으니  경찰 협력단체를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지침에 따라 인천경찰청 산하  남부·부평·삼산경찰서는 지난 28일 생활안전협의회, 보안협력위원회,  집회시위자문위원회, 집회시위참관단 등 경찰 협력단체장 이름의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내 싣게 했다. 인천청 산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정보과에서  기고문과 사진을 취합해 보내와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며 “경찰청에서  지방경찰청 정보라인을 통해 일제히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중부경찰서도 설 연휴 전날인 24일 오후 전체 직원들은 물론  행정발전위원회, 자율방범대, 생활안전협의회 등 민간 협력단체 회원들에게도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 내용은 ‘용산불법점거 관련 동영상을 조 갑제닷컴에서 시청하시고 즐거운 설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되어  있으며, 철거민들이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지는 사진도 첨부했다.

또 경찰청은 자신들이 보유한 전자우편 목록을 활용해 용산 철거민  진압작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홍보 전자우편을 대량으로 발송했다.

이메일에는 “용산 철거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와 관련해 경찰청에서  제작한 영상물을 보내드립니다. 전철연의 불법점거 농성 상황 등 경찰력을  긴급히 투입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현장 상황이 담겨 있는 영상물입니다.  금번 참사에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국민의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하는 경찰의 어려움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돼 있다. 경찰청 산하 기관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ㄱ대 박아무개  교수는 “경찰청에서 보낸 동영상을 보니 불법시위를 준비하는 장면이나  화염병을 던지고 주변 차량이 파손되는 장면들이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찰 문화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대변인실은 “본인 동의를 받은 정책고객들에게만 홍보 메일을 보낸 것” 이라고 해명했다.

강원도 속초의 한 농협지점에도 28일 경찰이 찾아와 용산 참사와 관련한  비디오를 틀어주면서 경찰 진압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해당 농협 쪽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속초경찰서 쪽은  “경찰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같아 관할 지구대에서 농협이나 통·반  등을 찾아가 동영상 보여주며 홍보한 것이고, 외부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28일부터 경찰서 로비의  텔레비전에서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6분40초짜리 동영상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여론을 뒤집기 위한 경찰의 이런 광범위한 움직임에 발맞춰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28일 “설 전에 비해서 책임이 어딨느냐에 대해서 과격시위에  책임 있다는 쪽이 좀더 많아지고, 유임 쪽이 더 많아진 것은 분명하다”며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를 여론 흐름에 연계해 판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28일 전국 성인남녀 2657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용산 참사 책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2.7%가 ‘경찰 책임’, 36.3%가 ‘철거민 책임’이라고 답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퇴진 여부에 대해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 41.3%)이,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의견(36.2%)보다 크게 앞섰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