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던 이유는 정말정말
길었던 런닝타임 때문도 아니었고 헐리우드의 뛰어난 CG 때문도
아니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봤을 상상에 대한 답. 그 답이 이
영화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벤쟈민 버튼...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이상한 사나이... 하지만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든... 노인으로 태어
나 갓난아이가 되든... 인간의 삶과 생에 대한 고뇌와 두려움, 본능
과 욕구... 감정과 이성... 그 모든 것은 똑같은 것이었다. 어렸을때
과 같은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
을 자주 했는데... 그런 기이한 삶엔 뭔가 다른게 있을 것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변할 수 없는게 있다는 것을 새
삼 깨달았다. 충격이었다. 벤쟈민 버튼도 결국에 인간. 결론은 이것
이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신도 아니었고... 초인적 힘이 넘치는
사나이도 아니었으며 뭔가 비밀스런 출생의 비밀을 가진 사람도 아
닌 단지 자신에게 적용되는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을 뿐인... 평범한
사람. 이 영화를 보고 실망을 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것은 뭔가 엄청
난 것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민망한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헌데, 아무것도 없자... 관객들은 실망을 한다. 하지만 찬찬히 그리
고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는 그들이 볼 수 없는 엄청난 것이 도사
리고 있었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다. 시간의 흐름. 이 멈출줄 모르는 꽉 막힌 존재에
대한 두려움... 나는 그것을 느꼈다. 글이 좀 고리타분하게 흐르고
있는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브레드 피트' 영화 인생에 있어서 아
마도 최고가 되지 않을까싶은... 그런 영화. 강한 감동 보다는 집으
로 돌아오는 길에... 혹은 잠들기 전 5분에...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실
때 은근히 퍼져오는 감동이 있는 영화. 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