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데이빗 핀처가 감독,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았다. 사실 그리 큰 기대를 한 영화는 아니다. 작품성이 있는 영화는 항상 루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화평이 그리 좋지 않음도 작용했다. 내용을 예측하기 쉽다. 벤자민이 거꾸로 가는 시간을 너무 무의미하게 산다. 등등... 하지만 내가 살아온 동안 본 영화 중 손에 꼽을 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영화는 단순히 소설의 벤자민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만 모티브로 했음을 다시 한번 말한다.
1918년 11월 11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날 벤자민은 태어난다. 그것도 아주 흉측한 노인의 모습을 하고선...그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생명을 주고 떠난 것으로 자신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죽으며 '이 아이는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하지만 비정한 부정은 아이를 양로원에 버린다. 양로원을 운영하던 자신의 양모 '퀴니'에 의해 발견되는 벤자민... 누구도 그의 외양을 보면 기겁을 할만하지만, '퀴니'는 벤자민을 사랑으로 키운다. 또한 그녀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몸이다. 늙은 몸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벤자민은 여느 소년들과 같이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장난도 잘 친다.
벤자민의 첫 친구 '오티'는 피그미족(키는 130~140cm로 아프리카 부족)인데, 필라델피아의 동물원에서 원숭이와 같은 대접을 받다가 탈출했다. 그는 어찌 보면 노년의 벤자민과 같은 동류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와 내가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그 끝은 같단다.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뚱뚱하든 깡마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다들 각자의 길을 가는 거란다.'
오티가 벤자민에게 해준 말이다. 각자의 길은 다르지만 그 끝은 결국 죽음일 거라는 얘기일 것인다. 결국 벤자민도 늙게 태어났지만, 결국엔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닐까?
벤자민의 두번째 친구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데이지라는 붉은 머리 소녀이다. 다른 소녀라면 나이가 비슷하다는 소리에도 벤자민을 가까이하지 않았겠지만 데이지는 벤자민을 이성으로 생각한다. 5시의 캥거루를 보고 호기심을 느끼는데는 외모는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유년의 시절을 같이 하는 데이지는 벤자민이 현실의 차이를 뛰어넘게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벤자민은 그 후, 마이크 선장을 만나 처음으로 일을하고, 여자도 알게된다. 집을 떠나 세계를 떠돌며 예인 작업을 하고, 2차 세계대전에 나가기도 한다. 마이크 선장은 아버지로 인해 예술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예인선 선장을 하지만 자신의 몸에 문신을 세기며 예술가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정말 자기가 좋아하면 그걸 하는 거야!'
마이크 선장이 어린 벤자민에게 하는 말이다.
마이크 선장과 세계를 떠돌며, 19살에 영국해협을 수영을 해 건너는 기록을 세우다 실패하는 한 유부녀를 만난다. 벤자민은 그녀를 첫사랑이라 말하고 있다. 벤자민의 일기를 읽어주는 딸에게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데이지는 '누군가가 그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라며 자신을 위안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마이크 선장과 같이 일하던 동료 대부분을 떠나 보내고 벤자민은 집으로 돌아온다. 떠날 때보다는 더 젊은 모습으로 돌아온 벤자민을 그의 양모인 '퀴니'는 여전히 반긴다. 집으로 돌아온지 시간이 지난 후, 유망한 무용가가된 아름다운 데이지가 찾아온다. (개인적으로 케이트 블란쳇은 어느 영화에서든 표현하지 못할 도도함이 전신에 느껴지는 듯 하다. '샤롯 그레이'에서도 그랬고, '쉬핑뉴스'의 히피스타일에 남편을 옆에 두고도 색시를 즐기며, 자신의 딸을 불법 입양기관에 팔아넘기려는 배역을 할 때도 그랬다.)
하룻밤 사랑을 나누자는 데이지의 말에도 벤자민은 그녀를 거부한다. 현실의 벽을 느껴서일까? 자신은 나이가 든 외모이고, 데이지는 촉망 받는 무용수에다,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여서...
항상 자신의 주변을 맴돌던 버튼씨가 자신의 친부임을 알게되는 벤자민은 친부의 죽음 후, 많은 재산을 물려받는다. 그것이 결코 데이지와 함께하는데, 벤자민에게 현실을 타파하는 도구는 아니라고 믿는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데이지...벤자민은 시간의 엇갈림으로 인해 데이지가 사고를 당했음을 독백으로 말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은 '교통사고가 나게되는 원인을 저리도 예술적으로 표현할수가 있을까?'라며 극찬을 했다. 벤자민은 데이지의 사고소식을 듣고 파리로 바로 달려가지만, 데이지는 그를 거부한다.
사고 후, 파리에 한 동안 머무르다 돌아온 벤자민은 데이지를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아니 둘은 사랑했었고, 그동안의 현실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표현이 맞을까? 현실의 벽이 없어졌으므로 둘이 사랑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맞았다고 해야할 것이다.(지금의 현실에서도 사랑에 조건이 맞아야한다. 능력, 나이, 성격, 외모, 돈...등등...사랑을 하는데는 너무나 많은 현실적 조건이 필요하다. 나 또한 그것이 사랑을 하게 되는데 중요한 벽이 된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지만, 결국 나이를 거꾸로 먹든, 바로 먹든, 조건은 중요한 현실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과거에 사랑했지만 현실적인 난관에 부딫혀 서로를 함께하지 못했던 둘은 열렬한 사랑을 나눈다. 그동안의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이...
시간이 지나 데이지는 재활치료도 하고, 무용강습소를 열며 자신의 못다한 꿈을 이루어 나간다. 그리고 임신을 하는 데이지...
벤자민의 글을 읽어 내려가던 데이지의 딸은 자신이 벤자민의 딸임을 알고 놀라워한다.
데이지는 벤자민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만, 또 다른 현실의 벽이 그 둘을 힘들게 한다. 시간의 교차점을 지나 벤자민은 어려지고, 데이지는 나이를 먹는다. 시간이 서로 반대로 흐른다는 현실은 참으로 가슴 아프기만 하다.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벤자민...모든 것을 딸과 데이지에게 맡기고 떠나는 벤자민을 데이지도 잡지 못한다.
떠도는 벤자민...딸의 생일마다 보내는 엽서에는 함께 해주지 못하는 부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2번째 생일 '생일 축하한다. 너에게 굿나잇 키스를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5번째 생일 '초등학교 첫 등교길을 함께 데려다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6번째 생일 '너한테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13번째 생일 '남자애들 좇아 다니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으면 좋았을텐데...네가 상처 받았을 때 위로를 해주고 싶었는데...내가 너의 아빠가 되었으면 좋았을텐데...그 자리로돌아갈 길이 없구나...'
인도에 간 벤자민이 딸에게 편지를 보낸다.
'가치있는 것을 하는데 있어서, 늦었다는 건 없다. 근데 내 경우엔 네가 원하는 누군가가 되기엔 내가 너무 어리구나.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는 데, 시간의 제약은 없단다. 넌 변할 수 있고, 혹은 같은 곳에 머물 수도 있지. 규칙은 없는 거니까. 최고로 잘 할 수도 있고, 최고로 못 할 수도 있지. 하니만 난 네가 최고로 잘 하기를 바란단다. 그리고 너를 자극시키는 뭔가를 발견해내기를 바란단다.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껴보길 바란단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기를 바란단다.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단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처음부터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를 바란단다.'
그 후 더욱 젊어진 미청년의 모습으로 데이지를 찾아오는 벤자민은 딸을 보게 되지만, 떳떳히 아버지라 밝히지 못하고, 데이지와의 하룻밤을 보내고 또 다시 떠돌게 된다.
데이지가 재혼한 남편의 죽음 후, 양로원으로 돌아온 벤자민...그는 치매 초기 증상을 앓는 소년으로 돌아온다. 결국 데이지는 벤자민을 돌보게 되고, 더욱 더 어려진 갓난 아기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한다.
영화는 벤자민의 거꾸로 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시간이 거꾸로 가든, 바로 가든, 결국은 죽음으로 간다. 친부의 죽음, 양로원에서 벤자민에게 세상을 가르쳤던 노인들의 죽음, 예인선 선장 마이크의 죽음, 양모 퀴니의 죽음, 그리고 벤자민 자신의 죽음...
또한...
시간이 거꾸로 가든, 바로 가든, 많은 것을 배우는 벤자민, 결국에 모든 것을 알고 태어나지는 못한다. 80세 노인의 외모로 태어나더라도...
시간이 거꾸로 가든, 바로 가든, 다른 소년들이 일을 할 시기에 일을하고, 첫사랑을 경험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된다.
누군가는 영화평에 벤자민이 모든 것을 처분하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벤자민은 외모가 늙었을지라도 젊은 시절 일을 했고, 배울 것을 배웠고, 경험할 것들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야할 시기가 우리가 젊은 시절부터 일을 하고, 쉬어야할 시기와 거의 비슷하다.
교차점 이 후, 엇갈린 사랑의 피폐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은 반대의 시간흐름에서도 서로에 대한 현실의 벽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우리의 시간이 벤자민과 데이지의 시간과 같이 엇갈리지 않음에...' 안도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벤자민이 나이가 들어 데이지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말한다.
'기억은 안 나지만, 뭔가는 느낄 수 있어요. 그게 뭔데, 귀염둥이? 음...뭐랄까? 내가 평생을 살았던 그런 느낌요. 근데 그게 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벤자민은 80세에 태어나 자신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 물론 시간이 바로 가는 우리들은 60년의 시간이 있을지, 100년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인지 모르지만....'
그래서 벤자민 보다는 더 살아가봄직한 시간이 아닐까?
어쨌든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헐리우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강가에 앉아 있는 것을 위해 태어난다.'-오티
'누군가는 번개에 맞고'-번개를 7번 맞은 노인
'누군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벤자민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던 노인
'누군가는 예술가이고'-예인선 선장 마이크
'누군가는 수영을 하고'-벤자민의 첫사랑
'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벤자민을 버린 친부
'누군가는 세익스피어를 알고'-벤자민의 양부
'누군가는 어머니다.'-벤자민을 가장 사랑하고 아꼈던 양모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벤자민의 유년시절부터의 사랑 데이지
영화의 마지막, 데이지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 시계공이 만든 거꾸로 가는 시계는 허리케인에 의해 물속에 잠긴다. 결국 벤자민과 데이지의 모든 추억들이 그렇게 끝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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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름 느낀 점도 쓰고, 명대사 위주로 썼는데...뭐, 줄거리가 되고 말았네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가 나름 제게는 재미있기도하고, 감동도 느껴져서 처음으로 광장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목을 바꿔야할 것 같네요...'줄거리 및 명대사 위주...스포이기에 영화 안보신 분은 정중히 읽지 말아 주십시오.'라고요...하지만 또한 제 개인적인 감상평이 맞기에 많은 양해 부탁드리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아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