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프랑스를 여행하는 도중 연합군의 상륙작전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노르망디(Normandy)에 들르게 된다면, 또 노르망디 중에서도 해안가에 위치한 그림 같은 도시 그랑빌(Grandville)에 들르게 된다면, 리우 곶(Cape Lihou)까지 렌터카를 몰고 달려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앙숙이었던 프랑스와 영국을 분리하는 영국 해협에 맞닿아있는 기암절벽을 반드시 봐야 할 것이다.
날씨가 매우 좋은 날 수평선 저 너머로 듬성듬성 떠 있는 몇몇 바위섬들이 거친 파도 위에 조각배처럼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섬들이 바로 쇼제(Chausey) 군도다. 53개의 섬들과 수천 개의 바위섬들로 구성된 이 군도는 썰물이 되어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마치 대서양으로 가라앉았다는 아틀란티스 제국의 일부처럼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관광 대국으로 유명한 프랑스는 고성과 와인 투어, 알프스 원정과 그곳의 스키장 등으로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관광객이 찾는 나라로 유명하지만, 해변이 아름다운 곳을 꼽아보라고 하면 프랑스인인 나조차 한 동안 침묵을 지켜야 할 정도로 유명한 해변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코트다쥐르(C^ote d’Azur) 해변을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갑부들의 화려한 요트가 홍콩의 밀집된 아파트촌처럼 바글거리는 니스나 칸느 해변을 천연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라고 주장할 순 없을 것이다.
▲ 어촌 민가. / 쇼제 섬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들이 마련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나는 노르망디 해변가와 이곳에서 배를 타고 1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쇼제 군도가 바로 프랑스 해변 중 최고의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지역의 아름다움은 썰물과 밀물의 거대한 차이로 인해 더욱더 독특한 개성으로 빛나게 되는데, 이곳의 썰물과 밀물의 차이는 무려 14m나 되며, 이는 5층짜리 건물과도 같은 높이라 하니 그 어마어마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랑빌의 선착장에서 졸리 프랑스(Jolie France)라는 이름의 배를 타면 해안가에서 16km 떨어진 쇼제 군도에 도착하게 된다. 쇼제 군도의 섬들은 약 13km 길이로 뻗어있는데 13km라는 숫자를 무심코 지나치다가 이 쇼제 군도가 유럽에서 가장 큰 군도라고 적혀있는 가이드북의 문장 하나에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프랑스를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파리를 돌아본 후 몽생 미셸(Mont Saint Michel)을 들러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쇼제 군도에서 30km 떨어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몽생 미셸은 1200여 년 전, 셀트족 땅이었던 브르타뉴와 노르망디 접경지역에 거주하던 수도승들이 작은 조각배를 타고 거친 영국해협을 건너 쇼제 군도의 바위들을 가져다가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노르망디라는 이름에서 알려주듯이, 덴마크에서 온 노르망 선원들, 혹은 바이킹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사람들이 정착한 땅이니 거친 물살을 헤치고 바다를 건너 매서운 추위 속에서 바위를 실어 나른 그들의 용기가 어느 정도 이해된다.
▲ 1 섬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 2 소박한 요트와 뒤로 보이는 오래된 등대가 한가로워 보인다. 3 유명한 몽셀 미쉘의 건축재료가 되었던 쇼제 섬들의 화강암. 4 쇼제 군도는 단연코 숨겨진 조그만 낙원임에 틀림없다. 5 그랑딜 해변. 6 쇼제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랑딜의 해가 질 무렵.
19세기에서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한 그랑딜
드디어 배가 섬에 도착하여 섬 위로 발을 딛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계 여러 섬들을 다녀보았지만 이곳처럼 묘한 분위기를 주는 곳은 처음이다. 마치 가라앉은 대륙의 한 부분이 바다 위로 조금 솟아 나와 있는 듯하고, 그곳에 발을 딛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주변으로 보이는 섬들을 둘러보니 몇몇 섬들은 푸르른 나무와 풀들로 뒤덮여 있는 반면 다른 섬들은 그저 바위 위에 철새들만 외로이 앉아 있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랑빌과 쇼제 섬을 연결하는 배에서 몇 안 되는 관광객들이 내리고 배가 떠나자 작은 선착장 주변으로는 정박되어 있는 부유한 영국과 프랑스인들의 요트들이 파도에 맞춰 움직이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배가 도착해 관광객을 내려놓은 곳이 바로 그랑딜(Grande ^lle). 비록 면적이 1km 길이에 500m 넓이지만, 바로 이곳이 쇼제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화강암으로 지은 등대와 19세기에 쌓은 작은 요새가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을 것 같지만 조금 더 걸어 다녀보면 마치 엽서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작은 교구(敎區) 교회와 어부들이 살고 있는 듯한 작은 가옥들을 발견할 수 있다. 관광객들도 만약 이 섬에서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하루 밤을 보내고자 한다면 호텔 뒤 포르(Hotel du Fort)라는 단 하나의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소박하고 단순한 방이지만 이 호텔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주변으로 펼쳐진 쇼제 군도의 모습은 일류 호텔이 꼬리를 내리고 갈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또 쇼제 군도는 프랑스 전역에서도 가장 질 좋은 랍스터 산지로 유명하기에 이 호텔 식당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즐기는 것도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경험이 아닐까 싶다.
야생화와 바닷새들의 천국
멕시코 만류가 이곳 북대서양까지 이어지는 덕에 은매화(銀梅花), 동백꽃, 서양협죽도 등의 꽃들이 이 섬 위에 만발하고 있다. 또한 섬 전역에 가시금작화 덤불들이 퍼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야생화 천국이자 동시에 새들의 천국일 것이다. 갈매기나 가마우지가 같은 바닷새들은 추운 겨울을 피하고자 이 섬으로 날아와 알을 낳고 부화시키며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크지 않은 섬 이곳 저곳을 걸으며 꽃들도 관찰하고 새들도 관찰하다 보면 오래 전에 지은 듯한 요새에 도착하게 된다. 1558년에 지었다는 이 요새는 당시 빈번했던 영국 해병들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영국인들의 쇼제 군도 침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프랑스인들보다 숫적으로 우세한 영국인 관광객들이 호텔 레스토랑을 점령한 채 맥주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1928년 르노자동차회사 설립자인 루이 르노(Louis Renault)는 이 요새를 구입하여 재건하고 현대화시켰다고 하며 아직까지도 르노 가족이 이 요새의 주인이라고 한다.
쇼제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랑딜 주변으로는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작은 바위섬들이 떠 있는데, 썰물과 밀물에 맞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숨겼다 하곤 했다. 실제로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면 365개의 작은 섬들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밀물이 되어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면 52개 섬들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 1 쇼제 군도에는 다양한 야생화들이 자생하고 있다. 2 노르망디의 유명 도시 그랑빌 해안가. 3 유명한 화가 마렝 마리가 작품 세계를 펼쳐나갔던 집. 4 쇼제 섬으로의 출발을 알리는 페리. 5 밀물과 썰물의 시기에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 하는 작은 섬들.
화가 마렝 마리에게 영감을 준 곳
트레킹 코스를 계속 이어가다 보면 푸르른 대문과 창문들로 장식된 독특한 가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널리 알려진 화가이자 작가인 마렝 마리(Marin Marie)가 여생을 보낸 곳이라고 한다. 주로 바다의 풍경과 배의 모습을 그렸던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이곳 쇼제 군도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작품 세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쇼제 섬은 주변의 환상적인 경관을 보며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기에 트레킹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붕장어, 농어, 숭어, 대하 등을 쉽사리 잡을 수 있기에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바닷물이 차지 않고 맑기에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도 이곳을 찾고 있다.
쇼제 섬은 프랑스를 들려가는 해외 관광객들이 거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곳이지만,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파리의 박물관들이나 에펠탑 주변과는 또 다른 낭만과 아름다움을 지닌 숨겨진 낙원과도 같은 곳이다. 그러기에 이곳에서 하루나 이틀 밤을 머물러 가며 호텔 방 아래로 펼쳐진 바다에서 솟아 나오는 듯한 태양과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듯한 석양을 즐기는 것도 바쁜 생활 속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깨끗한 산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파도 소리와 바닷새들이 우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이 섬, 프랑스의 그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요함과 적막함, 시간이 멈춘 듯한 묘한 분위기를 지닌 쇼제 군도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기에 더욱더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 채 숨겨진 낙원과도 같은 곳으로 느껴지지 않나 싶다. 잘 알려진 유명 관광지에서의 일정을 하루 줄이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에서 낭만을 찾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멋일 것이다.
국 가 정 보
국명 프랑스공화국
면적 551,000km2(한반도의 2.5배)
인구 6358만 명(2006년)
수도 파리. 인구 1,300만 명
인종 92% 프랑스인, 3% 북아프리카인, 2% 독일인, 1% 브르타뉴인, 2% 기타(프로방스, 카탈로니아, 바스크인 등)
언어 프랑스어(플라망어, 알사스어, 브르타뉴어, 바스크어, 카탈로니아어, 프로방스어, 코르시카어 등)
종교 90% 로마카톨릭교, 2% 신교, 1% 이슬람교, 1% 유대교, 6% 사교
시차 한국보다 8시간 늦다(예 : 프랑스의 정오는 한국의 오후 8시). 3월 말∼10월 말까지 서머타임 실시.
여 행 정 보
가는법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가 한국에서 프랑스 파리를 직항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다수의 항공사들이 서울에서 파리를 연결하고 있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그랑빌로 간 후 그랑빌 선착장에서 졸리 프랑스 호를 타면 쇼제 섬의 그랑딜에 도착.
여행 적기 이 지역에 관광객이 찾아오는 시기는 여름이다. 섬에 호텔이 단지 하나이기에 여름에는 방을 구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봄과 가을에는 관광객 수가 급속도로 감소해 숙소도 구하기 쉬우며 조용히 경관을 즐길 수 있다. 겨울은 비가 오고 안개도 많이 끼며 바람도 강하게 불어 배가 운항되지 않는 날이 많다.
비자 한국 국적인 경우 3개월간 비자 없이 입국 가능.
환율 유로(euro) 사용. 1유로=1,874원(2008년 12월 현재)
전압 220V, 50Hz
먹거리 이 섬 주변에서 생산되는 랍스터는 프랑스에서 최고로 간주된다. 랍스터는 반드시 맛볼 것. 또한 농어나 대하 또한 최고의 신선도를 자랑하기에 해산물을 맘껏 즐겨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참고 웹사이트: http://www.granville-tourisme.fr
/ 알랭 베르디에씨(Alain Verdier) | 프랑스의 브레타뉴와 노르망디 접경의 유명한 몽생미셸 사원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전 세계의 구석구석을 누비고자 하는 꿈을 꾸었던 그는 영국과 스페인에서 역사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30여 년에 걸친 지구 방랑의 여정을 시작했다. 필리핀과 네팔에서 대학교수, 투어가이드, 강연자, 투어매니저, 여행 컨설턴트, 작가, 사진작가 등으로 활동하며 다재다능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그의 모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30여 년 동안 80개국을 여행한 바 있는 그는 현재 세계 곳곳에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한국의 잡지와 신문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메일 주소 yayavar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