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양도세도 ‘징벌’로 보는 투기부양 정부
정부가 1가구 3주택자 이상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인하할 방침이라고 한다. 세 채 이상 보유자는 투기목적인 경우가 적지 않아 이들에 대한 양도세 인하는 지난해 말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퇴짜를 맞았다. 그럼에도 다주택 양도세는 ‘징벌적 중과(重課)’, 세율 인하는 ‘세제 정상화’라는 논리를 내세워 다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투기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만은 억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징벌로 간주하고, 경기부양을 빌미로 투기를 부추기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현실은 분명 걱정스럽다. 경기침체 때문에 투기로 이어지기도 힘들고, 지금은 집값 폭등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며 규제를 모조리 풀어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목이 마르다고 독배를 들이켤 수는 없다. 규제를 푼다고 시장이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집값 불안의 후폭풍이 불보듯 뻔한 데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까지 풀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방향 착오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래 한 달이 멀다하고 규제를 줄줄이 풀었지만 부동산 경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실물경제가 주저앉고, 분양가 거품이 여전한 탓에 부동산 규제 완화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동산만 살리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방향 착오임을 모르고 있지 않다면, 다주택 집부자들의 조세저항에만 귀를 열어놓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은 경제효과만이 아니라 사회정의와 주거복지의 차원에서 균형있고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투기혐의가 짙은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인하는 조세정의에도 반할뿐더러, 정부가 부동산 투기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논리이지만, 충격만 있고 요법은 없는 투기부양책이 될 게 뻔하다. 다주택 양도세를 징벌적 세금으로 보는 이 정부에서 경제위기 탈출에 대한 진정성과 서민 주거안정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2009년 3월 2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