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글은 사실과는 무관한 소설입니다. 특정인물이나 장소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
소설 : 수줍은 당신 - 7화 (Country road) -
지영이에게 그날은 뭔가 그립고 우울한 날이었다. 시골에서 전보가 오고, 일상적인 편지속에는 할아버지께서 몇자 적은 그리움의 편지로 내키지 않는 갈등을 일으켰다.
갈등을 일으킨건 단지 그립다는 한마디였고, 장사판에서 고생하시던 할아버지로 인해서 이만큼 살게된 것도 지영이에게는 여간 고마운게 아니었기에 할아버지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할머니는 아직 힘이 남아 소일거리처럼 장사판에 가게 하나를 내어 양잿물 떨어지는 지붕사이로 수산물을 팔고 있었다.
지영이는 뭇내 할아버지의 초막집이 그리워졌다.
'잘 계신건가?'
지하철로는 닿지 않는 곳. 기차표를 끊자니 이번 여름은 모두 북새통이다.
할아버지는 잘 계신가 할머님은 아직 일을 놓지않고 건강하신가를 물어 시골길을 향한 지영이는 누군가 데리고 가고 싶어서 민형이에게 연락했다.
여전히 민형이는 바쁜지 통화음만 남긴체 아무것도 통화할 수 없어서, 문자만 덩그러니 날리고 만다. '같이 갈 곳이 있는데, 연락 좀 부탁해.'
이유야 어쨌건 지영이는 작은 가방에 간편한 차림과 옷 몇벌만 챙겨서는 시골로 향했다.
기차의 밖에서는 서서히 흘러가며 춤추는 구름이 벗이 되어 지영이를 못내 시골향내에 설래게 한다. 기차가 출렁이면 구름이 한번 출렁이고, 기차가 서면 구름도 서서 지영이가 가는 곳에 맑은 태양과 함께 비취이며 쬐이고 있었다.
왠지 수도권을 벗어나자 점점 짙어오는 밭의 냄새와 퇴비가 코를 자극하는 것만 같았다. 여유스러운 밭길을 노니는 아이들도 보이고, 바람개비 돌며, 밭둑의 사이로 물길이 지쳐가는 사이로 개구리가 뛰노는 풍경이 지영이에게 뭔가 아늑한 느낌이었다.
핸드백 안에서 물병을 꺼내서 꿀꺽하고 삼키며 이 전원에 대한 갈증이 오랜간 자신을 도외시한 곳에서 갈증을 푸는 것만 같았다.
기차에서 내리고서, 한참을 그 옛날 구식 버스안에 몸을 실어 덜컹거리는 돌소리에 한참을 잠들어 다다른 할아버지의 초막집은 소우는 소리 그득하고 개짖고 닭우는 아무도 찾지 않는 시골 풍경을 그렸다.
초막의 처마는 짚으로 묶었는지 진흙으로 투닥거리며 엎어 엮었는지 모를 기분에 햇볓이 처마의 이슬을 반짝거리게 한다.
할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가자 구들방처럼 안쪽은 뜨겁고 바깥쪽은 미지근한 기분에 안쪽에 무슨 둥지를 튼것 같은 짐승냄새가 조금 내켰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보고 싶어 편지하신게죠?"
새소리 지지배배 거리면서 황소가 우지지는 소리에 잠시 넋이라도 나간 조부와 조모는 지영이에게 잘왔다며 참외라도 깎아 내오겠다고 할머님이 지영이의 어깨를 짚어 웃고는 나간다.
"니가 오려고 까치가 아침부터 그렇게 울었나보다."
문풍지 밖으로 감나무가 살짝 보이고, 감나무 사이로 까치둘이 서로 다투는 듯 가지사이를 옮기며 노니는 것이 지영이에게는 신기한 모양이었다.
조용한 바람소리에 칼처럼 우는 문풍지의 소리를 사이로 할아버지가 조용히 머금듯 이야기를 한다.
"얘야. 오늘데 별일 없었나? 니 좋은 신랑 있으면 하나 데리고 오지 그랬나?"
"할아버지, 오는데 별 일은 없었지요. 별고 없어셨나요? 아직 그런 사람이..."
"날도 좋은데, 혼자 오려니 심심치 않든?"
"아니요. 구름도 있고, 해마저 창창한데 심심하긴요."
마침 할머님이 참외와 먹을거리를 간식삼아서 내어온다. 살짝 버선이 벗겨질 것만 같아 부끄러운지 살포시 움츠려 모아쪼갠 치맛폭이 방바닥을 살짝 긁는 소리가 났다.
지영이는 간만에 여름을 두번 나는 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외롭게 지내신듯 보이는 할머님과 할아버님을 토닥였다.
매미소리 옹기종기 마을회관 중앙부터 울릴적에 이장님의 확성기 소리가 울렸다.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식사가 마련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가는 지영이는 그냥 잠자리 날고 매미우는 이 계절에 태양이 그리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추밭의 고추는 익어만 가고, 옥수수는 아직 멀었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
왠지 혼자와서 한쪽만 팔을 거들고 가야하는 지영이는 퉁명스러워져 못내 민형이가 미운 모양이었다.
'밉살스러운 것. 전화도 안받구.'
타지에서 온듯이 세련된 차림의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논과 밭으로 뛰어다닐 무렵에 지영이는 왠지 아쉬운듯 잠시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고는 길 사이로 지나가는 경운기와 저 먼 길로 가는 차들 몇대와 논에서 일하는 몇 인부를 볼 뿐이었다.
한적하고 뜸한 길로 모시고 가는 길은 가까우나 너무 멀어보였다.
회관에 다달을 무렵 메주쓰는 냄새가 약간 코를 찔러왔다.
마을회관 뒤 동산의 비탈로 콩을 말리는지 돗자리가 크게 펼쳐졌고, 마을 어르신들은 흰 막사를 펼쳐놓고 상다리를 펼쳤다. 오늘 누군가 상을타서 마을어르신들을 기쁘게 한 모양이다. 돼지 한마리를 잡아서 잔치를 벌린 주인공은 바로 마을의 이장님 이었다. 농산물 판매에 우수선정이 되었고, 마을 또한 질 좋은 농산물로 인정받아 고마운 따름이었나보다.
옹기종기 어수선한 그 사이로 보쌈을 베어먹던 지영이는 할머님이 매번 장을 펴는 곳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할머님, 저기요. 왜 장사판에서 할머님이 파시는 거요. 요즘 괜찮으세요?"
"암, 괜찮지. 5일에 한번 모이는데, 농사도 농사인지라 허리도 조금 시원찮아서 쉬엄쉬엄 간단다."
"순대 만드는데, 냄새를 맡아보니 잘 익어가나보다."
"할머님, 저 혼자 와서 괜찮으세요? 다른 손주들도 다 불러 올텐데..."
"아, 다 같이 지내기에는 멀어진건지. 다 멀리 나갔다더구나. 왜 있지? 영만이는 부모랑 필리핀 갔다드라."
'칫. 다 나몰라라 하구.'
"할머님, 저기요. 저희 아버지 어머니도 멀리가셔서, 저 혼자 온걸 용서하세요."
할머님이 그냥 고개만 끄덕이시면서 옹냐 하신다.
지영이가 입이 얇아서 음식을 조금씩 베어물며 주변을 보자, 이것저것 주섬주섬 음식을 싸담아 가시는 노인분들도 있고, 노래를 틀어놓고 춤추시는 분들도 있었다. 술을 먹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는 어떤 할아버님과 고래고래 노래하시는 분에게 야유를 부리는 분들도 있었다. 어쨌든 다들 즐거우신지 웃음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마을회관 안쪽에서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나이를 드신 마흔에서 쉰정도 되시는 분들이 무엇인가를 꺼내온다.
분위기 살리는데는 비밀병기라며 힘들게 꺼내오는 뭉치덩이가 왠지 의심스러운 지영이였다. 그리고는 웃음을 '킥' 하고 웃었다. 꺼내오시는 분들의 걸음걸이가 게처럼 걸어서 약간 웃음을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북과 장구와 꽹과리. 그리고, 태평소, 그리고 징. 구닥다리 같은 뭉치들 사이로 사오십되신 분들이 머리에 회전고깔을 쓰고는 한번 놀아보자고 웃으신다.
세련된 지영이에게 그 모습은 너무 낮설었지만, 민속촌에 가면 흔히 볼수 있는 노릇이라서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그 분들이 태평소를 불자, 발바닥에 먼지가 나도록 원형을 그리며 무엇인가 쓸어내려가듯 흥에 겨운지 하나둘 그 뒤를 따르기 시작하는데, 마을 회관에서 한바퀴 돌자는 심사인지 모두 즐거운 모양이었다.
지영이가 민형이를 안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찰라였다. 민형이가 왔으면 구닥다리라고 그것에 야유할 것을 알므로 지영이는 그 뒤를 들어 할아버님을 부축한체 마을 길을 걸었다.
천지가 웃고 천지가 우는 듯한 소리에 마을회관에서 마을 입구쪽으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주춧돌 사이로 웃는 것만 같았다.
마을 중앙 언저리를 돌 즈음에는 목회가 언제 끝난지 모르는 작은 교회 하나가 서 있었다. 왠지 미사에 어울릴법 하게 마리아상과 예수상이 함께 교태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한바퀴를 돌아들어 나오는 마을길에 작은 샘물이 솟으며 쏟아져 내려오는 약수가 보였다. 할아버님도 목이 타는 모양이셨다. 간단히 쪽바가지에 할아버님 목을 추겨드리고는 다시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가을이라... 곧, 가을이 오겠지? 그리고는 내년 이맘쯤에 또 흥에 겹겠지? 또 이것을 보기위해 이분들은 그렇게 자식처럼 키운 논과 밭에서 발을 질겅이겠지?'
지영이는 왠지 행복하지만, 왠지 쓸쓸한 분들의 즐거움에 방해가 되지 않고 싶었다.
마을행사가 파하자 모두 꾸리는 중에 거드는 지영이는 마을회관 어르신이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이보오, 마을회관에 보일러가 다 터져가가... 이거 수리할라 봉께네.."
마을회관의 보일러를 한 일이년 안쓴 모양이었다.
읍내까지는 차가 없으면 움직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일러를 수리하기에는 농사일로 거두어들인 수익금도 바닥나는 상황이라 어르신들도 골치였다.
"아지매요. 이거 보라카이. 관 안에 다 독품고 녹쓸어가가.. 이거 겨울에 모이지도 못 할거 같소..."
저녁은 깊어가고 마을회관에 태극기를 내리던 이장님은 그날 그런데로 잘 치른 행사로 흡족하기도 하고, 보일러 문제로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할아버님을 모시고 가는 길은 컴컴한 어둠이 못내 자리를 깔고 떡하니 버티고 있어 지영이에게는 무섭기조차 했다.
반디가 하나하나 줄지어 샤륵거리며 스산함 사이를 밝히며 나뭇가지 사이로 사라지는 모습만 이 두려움을 덜하게 할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초막집에 다달았을때는 불쏘시개를 가지고 짚이지 않으면 다달을 꺼져가는 불 아궁이 사이로 저녁을 지어먹어야 할 판이었다.
전기가 백열등으로 들어올듯 말듯하여 왠지 껌벅거리는 눈과 같았다.
눈이 침침했다. 다 낡은 텔레비젼으로는 내일 소나기 소식이 있었다.
지영이에게 따로 마련해준 방안은 왠지 향을 피운듯 절간에서나 맡을 법한 은은한 향기가 난다. 방안에 연꽃그림이 더더욱 지영이의 맘을 단초롭게 만들고 있었다.
지영이는 그런 방안의 향기와 그림을 바라보는 사이로 뭔가 물꽃사이로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방구들에 손을 저어보니 손안에 온기가 잡히기 시작한다. 구석에 무엇인가 눈에 띄었다. 시큼한 요강단지는 지영이가 한참을 바라보며 기웃하게 할 대상이었다.
밥짓는데 도우려 나섰다가 깡마른 손에 구박받은 지영이는 심심한지 한참을 방안에서 이리저리 두리번 거렸다. 투덜거리며 밥도 전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라면이라면 자신있는데...'
김치와 동치미. 나물과 야채. 그리고, 자반 고등어. 그게 전부인 식사차림이지만, 지영이에겐 왠지 부럽지 않을 하루였다.
= 어둠이 울면 =
어둠이 울면 반디하나 반겨웃지
하나하나 촛불을 키고서 초대하네
이길을 넘으면 한자리에 모일불빛
내가 걷는 자리에 후회는 없겠지
당신이 태워 지펴주는 반디처럼
영원한 안내자여 당신의 등불
한걸음 내딛으면 반디는 웃겠지
= 旻 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