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독립 훼손한 신 대법관 물러나야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7~11월 촛불집회 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재판과 관련해 e메일을 6차례 보냈다고 한다. 당시 신 법원장은 e메일에서 “재판을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자신이 이런 e메일을 보낸 사실을 “대외는 물론 대내에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법원장이 시국사건 재판과 관련해 개별 법관에게 은밀히 압력을 넣은 셈이다. 법관의 독립을 훼손하는 충격적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신 대법관이 보낸 메일에 선고를 어떻게 해달라는 식의 직접적인 주문은 물론 없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라 결론 내달라”고 한 대목에서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당시는 사건의 핵심 쟁점인 야간집회 금지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박재영 판사가 위헌제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헌재가 이 제청을 받아들여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재판 중인 사건의 관련자는 당연히 무죄이며,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위헌제청이 있으면 관련 사건에 대한 재판은 중단하고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순리다. 이런 이치를 모를 리 없는 법원장이 현행법에 의해 조속히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순리를 거스르는 부당한 압력이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법관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사법부다. 행정 편의 때문에 법원장이 법관의 근무평정을 매긴다고는 하나 개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은 전혀 없다. 법관윤리강령에도 “법관은 다른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혀 있다. 신입 법관들에게 법관의 명예와 존엄성을 교육해야 할 지도급 인사가 스스로 윤리강령을 어긴다는 것은 사법부 권위에 큰 손상을 입히는 일이다.
헌법에서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사법의 생명인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게 되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법치와 자유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신 대법관은 사법 신뢰를 떨어뜨린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2009년 3워 6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