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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비하 발언에 대한 입장

이영은 |2009.03.08 01:53
조회 487 |추천 1

얼마 전 소녀시대 태연과 슈퍼주니어 강인이 MBC FM4U(91.9MHZ) ‘강인 태연의 친한 친구’를 진행하면서 무심코 던진 말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일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태연은 “몸살감기에 걸려 주사를 맞으려고 병원에 갔는데 간호사가 점심시간이라면서 주사를 놓아주지 않았다. 한바탕 하고 싶었는데 소심하게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강인은 “어느 병원인지 이야기해라. 간호사가 본인이 해야 할 목적이나 마인드를 상실했던 것 같다. 평생 점심 식사나 하라”고 말해 간호사 비하발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간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방송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을 되짚어 보면 몸살감기에 걸린 태연은 동네의원을 찾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점심시간이라 환자를 받을 수 없었던 간호조무사는 태연에게 “의사가 와야지만 진료를 볼 수 있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연은 방송에서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라고 지칭하면서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하는 사람으로 표현해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혹자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 간호조무사가 퉁명스럽게 말한 건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는 중요한 문제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태연이 갔던 동네의원에서 마주쳤던 사람은 간호조무사였는데 왜 간호사라고 말한 것일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간호사’니, ‘간호조무사’니 구분하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다시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법에 의한 의료인이며 정규대학을 졸업한 뒤 국가시험을 거쳐 면허를 받은 간호사를, 사설 양성학원에서 1년여의 교육을 받고 시?도지사가 주관하는 자격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는 비의료인 간호조무사와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혼동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을 놓고 볼 때, 우리는 간호사의 법적인 위치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흔히 찾는 동네의원에서 마주치는 사람 대부분이 간호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간호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제80조)에서 정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간호보조업무’가 주 업무이나,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에서는 ‘진료의 보조업무’를 추가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의료인 정원)를 보면 간호조무사는 요양병원(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정원의 2/3 내에 둘 수 있음)을 제외하고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에서 둘 수 없게 되어 있으나, 간호조무사 정원에 관한 고시를 보면 △입원환자 5인 이상을 수용하는 의원, 치과의원 및 한의원에서 간호사 정원의 100분의 50 이내 △입원환자 5인 미만 외래환자만을 진료하는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에서는 간호사 정원의 100분의 100 이내에서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같이 상위법인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을 하위법인 규칙 또는 부령인 고시에서 무시하는 법체계의 모순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또 국민들에게는 정당한 건강보험료와 의료비용을 지불하고도 간호조무사로부터 간호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동네의원이든, 병원이든, 치과의원이든 의사 외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간호사’라고 부르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의료법(제27조)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또는 간호사 명칭이나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간호조무사’나 ‘치과위생사’를 ‘간호사’로 부르는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의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나이팅게일 선서를 통해 자신의 몸을 사르는 촛불을 켠 마음으로, 일생을 의롭게 살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던 간호사들에게 자긍심을 잃게 하고 그토록 헌신하겠다던 현장을 떠나도록 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간호사는 임상 현장에서 감염의 위험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면서 변변한 방어 기구, 약조차 없고 더러운 공기와 환경, 대우 속에서 희생과 봉사정신을 강조하는 나이팅게일의 정신 하에 인내해야 한다. 지금도 간호사들은 의료현장에서는 의사와 대등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공부하며 3교대라는 직업의 특성상 남들 잘 때 자지 못하고 눈을 부릅뜨고 환자를 돌보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간호사하면 동네의원에서 보았던 간호조무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법체계의 혼돈은 역할의 혼돈을 낳게 하고 역할의 혼돈은 명칭의 혼돈을 낳아 결과적으로는 간호사는 곧 간호조무사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지금도 집 근처에 있는 동네의원을 찾은 수많은 환자들은 자신의 몸이 아파 처음 찾았던 곳에서 보았던 이미지(수납하고 의사의 진료를 단순 보조하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 주사를 놓았던 간호조무사의 이미지)를 평생 되뇌며 ‘아하! 간호사 업무는 그렇지 뭐. 특별할 게 있나, 하는 일이 단순하지 뭐’하고 단정해 버린다.

 

따라서 간호사들이 나이팅게일 선서를 통해 다짐했던 마음을 되찾고 현장에 돌아와 자긍심을 갖고 간호의 정신인 ‘돌봄’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국민 모두가 구분할 수 있도록 법적인 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기고자 - 어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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