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축구에는 나를 짜증나게 하는 몇 가지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UEFA컵에 대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태도다. 과거의 UEFA컵은 매우 존중받는 대회였다. 정 궁금하면 차범근 감독에게 물어보라. 토트넘은 1984년 UEFA컵을 우승했는데, 토트넘이 지난 20년 간 이룬 성과 중 가장 훌륭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챔피언스리그가 생겨나면서 그 위상이 내려갔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팀들이 참가하는 UEFA컵은 우승하기가 정말 힘든 대회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아스톤빌라나 토트넘 (과거에는 볼튼과 블랙번도)같은 팀들이 5~6위를 해서 대회에 참가하는데, 정작 대회가 시작되고 나면 UEFA컵은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방해 요소’로 인식되기도 한다. 따라서 팀들은 UEFA컵에 최정예 멤버를 내보내지 않을 때가 많다. (솔직히 달라진 UEFA컵이 너무 많은 경기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다). 자, 이제 우리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어차피 대충 할 것이라면 왜 굳이 UEFA컵에 나가려하는가?
나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울산 현대의 태도를 보면서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챔피언스리그를 대하는 울산의 자세는 최악이었다. 울산은 고작 한 경기를 치른 뒤 대회 자체를 포기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는데, 이는 K리그와 한국 축구의 망신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AFC 챔피언스리그에 관심이 없었다면 참가 권리를 포기하고 다른 팀에게 넘길 것이지, 왜 이런 식의 무의미한 행동으로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나?
이에 대한 책임은 김호곤 감독, 팬 그리고 울산 현대 구단 모두에게 있다.
만약 울산이 치열한 시즌 중반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부상자를 갖고 있었다면, 주전 선수를 쉬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울산은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단 한 경기씩을 치렀을 뿐이다. 지난 4달 간 치른 공식 경기가 딱 2 경기였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번 주말이 끝나면 2주의 휴식이 주어진다!
시즌의 첫 경기를 치른 후에 주전들을 곧바로 쉬게 해야 할 만큼 K리그의 일정과 무게가 힘들었나? 물론 호주 원정이 쉬운 여행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선수들이 그렇게 피로를 느낀다면 김호곤 감독과 울산 구단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의 정예 멤버는 뉴캐슬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울산은 챔피언스리그 2라운드를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단 1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2라운드에 나가는 팀은 2팀이다. 잉글랜드의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2002-03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디나모 키예프, 유벤투스, 페예노르트에게 첫 3경기를 내리 패했으나, 나머지 3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때의 뉴캐슬에게는 조별 예선을 통과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으나 현재의 울산에게서는 그러한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1경기를 치른 뒤 포기하려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태도다. AFC도 이러한 태도를 보며 ‘K리그에 왜 4장의 티켓이나 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팬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 김호곤 감독의 처사는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김호곤 감독은 팬들의 기대치를 핑계로 자신을 변호할 수가 있다. 나고야 그렘퍼스와의 경기에 입장한 문수구장의 관중수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유럽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던 감독이 지휘하는 나고야는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지만 울산 팬들은 홈구장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만약 그날 1~2만 명의 관중이라도 들어 왔다면, 김호곤 감독은 호주 원정을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김호곤 감독은 ‘어차피 울산 시민들이 관심도 없어하는 대회인데, 굳이 1군을 다 보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잘못된 처사가 분명하지만 저렇게 말한다면 딱히 반박하기도 힘들다. (나고야전을 직접 찾은 소수의 팬들은 울산 구단과 김호곤 감독의 태도에 대해 분노할 권리가 있다)
울산 구단의 책임은 더더욱 크다. 이제 고작 몇 경기를 치른 감독을 너무 많이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김호곤을 감독으로 임명한 울산의 태도는 그리 인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김정남 감독이 물러날 시간이었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울산이 생각해냈다는 것이 김호곤 카드인데, 울산은 어째서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 물론 김호곤 감독이 좋은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도 있겠지만, 김호곤 감독의 취임을 보며 기뻐했던 울산 팬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호곤 감독은 확고한 위치를 지니고 있는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러한 상황이 김 감독의 잘못은 아니지만 김호곤에게 미래를 맡긴 울산의 생각은 지루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시아 무대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는 것은 새로운 흥미와 에너지를 문수구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울산의 현재 태도를 보면 그러한 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더 많은 듀어든 칼럼을 보고 싶다면 → http://news.nate.com/hissue/list?mid=s0304&isq=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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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욕 먹어도 싸다.
창피하게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