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여름 나는 유럽에서 한 달 간 체류했었다. 유럽에 가 있으니 가장 그리운 것은 역시 삼겹살이었다. 따라서 내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제일 처음 했던 일은 동네 식당에 달려가 맛있는 삼겹살을 구워먹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삼겹살은 너무나도 맛있었지만, 그날은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때문에 망가졌던 날이었다. 그 사람들은 술에 취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고, 종업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던지는 등의 난동을 부렸다.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토요일 K리그 개막전을 보며 느꼈던 기분은 그날의 마음과 똑같았다. 3달 동안 K리그 축구에 굶주려 있던 나는 수원과 포항의 흥미진진한 시즌 개막전을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경제 위기에 스폰서마저 사라진 상황이었지만, K리그 최고의 팀들인 수원, 포항은 골을 터뜨리고 멋진 패스를 성공시키며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그때 고금복 주심이 나타났다. (그 동안 고금복 씨의 휘슬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온 터였다) 축구 심판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고금복 심판은 항상 옐로카드를 꺼낼 준비부터 하는 사람이다. 상대 팬을 위협한다거나 공격적인 골 세레머니를 하지도 않은 스테보를 내보낸 것은 멋진 경기를 망쳐놓은 커다란 오점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잉글랜드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연맹은 주심들에게 ‘시즌초반부터 선수들에게 강력하게 대처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심판들은 관대해지기 마련이다. 학교 선생님들도 새로운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비슷한 전략을 쓴다. 처음에 너그러웠다가 나중에 가서 엄격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스테보의 퇴장이 저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나온 해프닝이라고 믿고 싶으며, 앞으로 나올 유사한 사건들의 신호탄이 아니었기를 바라고 있다.
스테보가 첫 번째 옐로카드를 받은 상황도 사실은 경고감이 아니었다. 물론 진짜 문제가 된 것은 골 세레머니 이후에 나온 두 번째 옐로카드였다. 몇 년 전 첼시 시절의 아르연 로벤이 골을 터뜨린 후에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팬들과 즐거움을 나눴던 적이 있다. 이미 한 차례의 경고를 받았던 로벤은 또 한 장의 옐로카드와 함께 퇴장 당했다.
선수들이 관중들과 세레머니를 즐기는 모습을 좋아하는 나는 심판의 판정이 너무 과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아주 가까운 잉글랜드의 축구장에서는 그러한 세레머니가 충분히 가능하다. 팬들도 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로벤이 퇴장당한 것은 아쉬웠지만, 시즌 초반 프리미어리그는 ‘관중석에서 세레머니를 하는 행위는 분명한 경고감이다’라고 공표했었다.
물론 스테보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관중을 도발하는 행위로 경고를 받는 선수들은 종종 나오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수위가 아주 심했을 때만 경고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버풀 팬들이 제일 싫어하는 축구 선수인 게리 네빌은 리버풀 골대 앞까지 달려가 이상한 춤을 추며 골 세레머니를 했던 적이 있다. ‘도발 행위’라 함은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고금복 주심은 관중을 도발하는 행위에 대해 옐로카드를 꺼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 주심은 스테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스테보가 수원 팬들에게 달려간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자신이 있던 자리에 서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화살 한 대를 날렸을 뿐이었다. 물론 수원 팬들은 스테보의 세레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 스트라이커의 세레머니를 좋아하는 축구 팬은 지구상 그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것은 모두 축구의 일부이다.
지난 달 이란전에서 득점한 박지성의 세레머니를 기억해보자. 박지성은 전통의 ‘I cannot hear anything~’세레머니를 선보였는데, 스테보의 행동이 박지성의 세레머니보다 더 도발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관중들에게 ‘나 골 넣었는데 너희들의 환호소리는 너무 작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던 박지성의 세레머니가 상대를 더 화나게 했을 수도 있다. 만약 박지성이 그 세레머니로 인해 경고를 받았다면 한국 팬들과 언론은 엄청난 분노를 드러냈을 것이다.
고금복 주심은 자신의 ‘상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대한민국 축구 팬들 중에 스테보가 퇴장 당했어야 옳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우리는 한국의 국내 리그가 더욱 활성화되고 재미있어지기를 소망한다. 심판들 또한 이러한 목표에 대한 공통된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다. 우리는 심판들이 K리그의 드라마와 재미를 빼앗아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2009시즌이 멋지게 개막하고 모든 것이 다 좋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심판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고금복 심판은 자신의 판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지만, 골 세레머니를 하는 선수를 퇴장시키는 것은 K리그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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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 이후 비슷한 경위로 퇴장당한 동궈런 선수.
난 당연히 개막전 수원 vs 포항에서 수원을 응원한 수원 팬이었지
만, N석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상대팀의 퇴장에 그 경기의 승리할 확률은 올라가므로
약간은 기쁘지만, 그 기쁨은 금새 그 판정이 몰아올 K리그 판장
시비 후폭풍에 대한 예감으로 인해 드리워졌다.
예상대로 듀어든 씨는 일침을 놓았고,
스테보가 퇴장 당할 때, 설마 세레모니때문이야?
시간 지연때문에 그런거 아니야? 이러면서
소모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세레모니 때문이라니............
화살 겨냥하는 세레모니를 펼칠 때
화가 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그랬지만.
이것은 축구의 희노애락 중 하나일 뿐이니.
그런 것으로 퇴장 당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골 넣고 일부러 서포터들에게 다가와 그 세레머니를 펼쳤다면
경고감으로 애써 생각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스테보는 골을 넣고, 바로 앞에서 세레머니를 펼쳤다.)
개인적으로 스테보를 꽤 좋은 선수로 생각했기에,
이러한 판정은 내게 있어서 더욱 어이없는 판정으로 다가왔다.